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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한국 ‘폐기물 중계 무역기지’ 될라

등록 2006-11-27 19:40수정 2006-11-27 19:47

지난 15일 부산신항 통관검사대에서 폐촉매 처리 업체의 한 관계자가 중국으로 수출될 예정인 폐촉매를 자루에서 꺼내 보이고 있다. 부산/김태형 기자 <A href="mailto:xogud555@hani.co.kr">xogud555@hani.co.kr</A>
지난 15일 부산신항 통관검사대에서 폐촉매 처리 업체의 한 관계자가 중국으로 수출될 예정인 폐촉매를 자루에서 꺼내 보이고 있다. 부산/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유해폐기물 국내반입 구멍
지난해 4월 멕시코 환경당국은 국영 정유회사 페맥스의 중질유 탈황공정에서 나온 폐촉매 수천t이 중국행 배에 실려나가는 것을 막았다. 유해 폐기물인 폐촉매를 개발도상국인 중국으로 보내는 것은 바젤협약 상 문제가 있다고 본 때문이었다.

멕시코의 항구에 억류돼 있던 이 폐촉매 가운데 일부는 얼마 뒤 한국으로 들어왔다. 관세청의 통관기록을 통한 추적 결과, 이 물질은 ‘광·슬래그·회(재)의 기타물질’(품목코드 HSK2620990000)로 신고돼 있었고, 지난 7월~9월 중국으로 다시 수출됐다. 이 폐촉매는 중국에서 희귀금속인 몰리브덴 제련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랴오닝성 후루다오의 한 업체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폐촉매 한국 거쳐서 중국으로 수출
“국내 수입허가 대상 아니지만 관리 강화를”

ㅂ업체가 수입해 현재 부산신항만에서 통관심사 중인 멕시코산 폐촉매 1320t도, 지난해 한국을 경유해 중국으로 들어간 폐촉매와 동일한 성상이다. 이 정도 수입량은 국내 폐촉매 처리기술과 용량의 한계를 넘는다는 점에서, 이 물량도 애초부터 대부분 중국 재수출을 겨냥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환경부는 멕시코 정부와 달리 이들 폐촉매가 수출·입 허가품목이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국내로 수입된 폐촉매는 이번에도 별 문제 없이 다시 수출품으로 바뀌어 중국행 배에 실릴 것으로 보인다.

아무런 환경오염 방지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중국의 한 농촌마을 인근에서, 선진국으로부터 수입된 전자폐기물의 플라스틱 잔여물들이 소각되고 있다. 그린피스 차이나 제공
아무런 환경오염 방지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중국의 한 농촌마을 인근에서, 선진국으로부터 수입된 전자폐기물의 플라스틱 잔여물들이 소각되고 있다. 그린피스 차이나 제공
이런 사례에서 드러나듯, 한국은 이미 수출국과 수입국간 직접 거래가 불가능한 일부 유해폐기물의 중계무역기지로 떠올랐다. 한국 정부의 허술한 유해폐기물 수출입 관리와 감독 때문이다. 이 문제의 심각성은 환경부 내부 문서들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 10월 관내 폐기물 수출입업체에 보낸 공문에서 “국내 수입허가 대상은 아니지만 수출국에서는 수출·입 통제대상으로 분류하는 폐기물이 수입된 뒤 그대로 제3국에 재수출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수출국의 수출허가 조건을 위반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환경부는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서도 “우리나라가 폐기물의 국제 중계무역지로 악용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수입허가 대상이 아닌 폐기물에 대해서도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을 경유해 중국으로 수입되는 대표적 유해폐기물인 폐촉매의 경우 중국의 제련소에서 재처리되는 과정에서 대기·수질 오염을 일으켜 현지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 랴오닝성에서 발행되는 신문인 <랴오닝법제보>와 중국의 정치·경제정보 전문매체인 <인터팩스-차이나>에 최근 소개된 기사를 종합하면, 후루다오 시당국은 몰리브덴 제련업체의 절반에 가까운 71개 업체가 불법제련 등으로 환경을 오염시킨 것으로 보고 이들 업체의 조업을 정지시키는 한편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한국 정부가 유해 폐기물인 멕시코산 폐촉매의 우회수출을 방치할 경우 국제적 비난과 함께 외교 분쟁에 휩싸일 우려도 적지 않다. 중국 환경총국은 한국의 한 폐기물 수출입업체의 질의에 대한 지난달 18일치 회신에서 “폐촉매는 수입금지 대상”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실제로 한국 업체들도 중국에 폐촉매를 수출할 때 ‘바나듐 슬래그’ 등 다른 품목으로 위장하고 있다.

환경부도 최근 국회 보고자료에서 이런 방식의 폐기물 이전이 “폐기물의 발생지 우선처리와 적정처리, 재활용시설이 있는 국가에서의 처리 등 바젤협약의 기본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인정했다. 이찬희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수입된 폐기물을 수입 당시의 성상 그대로 수출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으로 폐기물관리법을 개정해, 우리나라가 폐기물의 중계무역지로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바젤협약

1989년 스위스 바젤에서 세계 116개국이 유해 폐기물의 수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채택한 국제협약으로, 정식 이름은 ‘유해폐기물의 국가간 이동 및 그 처리의 통제에 관한 바젤협약’이다. 유해 폐기물의 수출에 수입국의 사전 동의를 의무화하고, 그에 따른 절차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한국은 1994년에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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