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판에 남겨진 낡은 마네킹.
잘 다듬어진 따듯한 진열장에 주빈이 되어야 옳겠으나 떨어져 나간 신체 일부분 때문일까, 어느 농부네의 잔꾀 끝에 허수아비도 아닌 허수누이가 되어 황량한 들판에 남겨진 낡은 마네킹, 그의 벗겨진 입성이나 화장처럼 누구를 멀게함으로서 그만큼 수고한 대가를 농부네는 챙길 수 있었을까? 하면 거적이라도 한 장 덮어 모양과 인사를 함께 챙긴다 함은 무리한 발상일까? 초겨울 밤은 깊어도 눈에 자꾸 밟혀오는 빈 들판의 생경함 때문에 누구 쉬이 잠 못 들어하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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