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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이사람] 100년 앞 내다본 명장 숨결 기려야

등록 2006-12-11 19:56수정 2006-12-11 20:04

고 임종국씨/변동해씨
고 임종국씨/변동해씨
‘조림왕 임종국’ 국가유공자 지정운동 나선 변동해씨

“이 빛나는 숲을 만들려고 평생을 바친 명장의 숨결을 기억해야 합니다.”

10일 전남 장성군 서삼면 모암리 해발 621m인 축령산 일대 편백숲. 산자락에 깃들어 찻집 세심원과 금곡 미술관을 차린 변동해(52·전 장성군청 공무원·오른쪽 사진)씨는 이곳에 전국에서 가장 넓은 편백숲이 조성된 경위와 생태적 가치를 설명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258㏊를 빼곡히 채운 수백만 그루의 편백나무는 그야말로 장관이지요. 우뚝우뚝 솟아 있는 아름드리 나무들을 보면 가슴이 후련하지요.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편백 특유의 피톤치드향 덕분에 마음도 편안해지고요.”

이 편백숲은 2000년 ‘22세기를 위해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됐다. 높이 15~2, 둘레 10~46㎝짜리 20~50년 된 편백나무들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하게 들어차 경제·휴양·관광 가치가 수백억원으로 추산된다. 해마다 10만여명이 찾아와 숲체험과 산림욕을 하고, 일본·중국·호주·독일 등지 시찰단들도 찬사를 연발한다.

전남 장성 258㏊ 편백숲 지키는 공무원 변씨
해마다 10만명 산림욕…외국 시찰단 찬사
“20년 동안 나무 253만 그루 심은 임씨 알려야”

30년 동안 군청에서 근무하면서 장성군내를 손바닥 보듯 꿰는 변씨는 이 숲의 생명력에 반해 7년 전 숲 속에 생활터전을 닦았다. 누에 치던 헛간을 고쳐 숲 속의 쉴터를 만들고, 산골마을에 초가를 지어 숲 속의 미술관을 열었다. 한달 전부터는 이 숲을 가꾼 조림왕 고 임종국(1915~87)씨를 국가유공자로 추서하자는 서명운동에 나섰다.

서명운동은 지난 9월 숲체험에 참여한 이재성 영남대 부총장 일행이 제안하면서 비롯됐다. 국토를 푸르게 가꾸느라 헌신한 이들도 독립투사나 전몰군경처럼 국가가 예우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변씨는 곧장 가족들을 수소문해 조림왕의 생애를 정리하고 유공자 선정 절차를 알아봤다.

“수직으로 뻗은 나무의 형상에 착안해 11월11일 서명운동을 시작했어요. 내년 2월까지 11만명의 서명을 받아 국가보훈처에 청원하려고요. 내년 식목일에 국가유공자로 지정받는 게 목표랍니다.”


서명운동 한달 만에 전국에서 교수·스님·시민·학생 등 1천여명이 동참했다. 산림청도 ‘유공자로 선정되면 임업인의 영광’이라며 뒷받침을 약속했다. 앞으로 학생들을 숲으로 초대해 나무에 미쳐 살다가 죽은 뒤에는 수목장으로 숲의 일부가 된 조림왕의 감동적인 생애를 들려줄 계획이다.

“그는 1955년 우연히 인근의 인촌 김성수씨 편백숲을 보고 마음을 빼앗겼어요. 이후 20년 동안 축령산 일대 569㏊에 253만 그루를 심고, 장성 일대 1천㏊에 1천만 그루를 보급했어요. 하지만 당시 1억여원의 막대한 투자비를 끌어다쓴 뒤 감당하기 어려워 비웃음과 재정난에 시달려야 했어요.”


이 편백숲은 재정난으로 다른 산주들의 손에 넘어가면서 벌목 계획이 세워지기도 했지만 최근 산림청이 조림지의 45.3%를 40억6800만원에 사들여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변씨는 “이 숲에 오면 100년 앞을 내다본 조림왕의 집념과 열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며 “국립수목원에 있는 숲의 명예전당에 헌정됐지만 친일연구가 임종국씨와 혼동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만큼 유공자로 지정해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장성/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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