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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좀수수치 ‘마지막 겨울’

등록 2006-12-12 19:53수정 2006-12-12 20:00

좀수수치
좀수수치
남해 거금도 계곡에 사는 한국 고유어종
상류 사방댐 공사 보호조처 없어 멸종 위기
남해 소록도 아래 거금도의 한 계곡에는 하찮아 보이는 ‘좀수수치’란 물고기가 산다. 우리나라 미꾸리과 어류 16종 가운데 가장 최근에 발견된, 가장 작은 종이다. 세계에서 거금도의 짧고 작은 개울에만 사는 이 한국 고유 민물고기가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지난 4일 전남 고흥군 금산면의 한 골짝에서는 사방공사가 한창이었다. 사방댐 아래로 하천 바닥과 기슭을 돌과 콘크리트로 다지고 있었다. 흙탕물이 골짜기 하류까지 흘러내렸다. 이곳은 좀수수치가 사는 개울의 두 지류 가운데 하나다. 동행한 전북대 어류학실험실 조사단의 고명훈씨는 “먹이를 찾고 겨울을 날 돌틈이 모두 토사로 메여 서식지 기능을 잃었다”고 말했다.

다른 지류에는 투명하게 맑은 물이 돌과 모래가 깔린 계곡을 흐르고 있었다. 갓 깨어난 새끼 다슬기 위로 어린 참갈겨니 떼가 평화롭게 헤엄쳤다. 폭 1.에 수심 15㎝ 가량인 작은 개울의 여울과 소를 조사단이 뒤졌지만 좀수수치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두 지류의 합류점에서 하천은 끊겨 있었다. 홍수 때 떠내려온 토사가 쌓인데다 주민들이 하천변에 미역 건조장을 만드느라 냇바닥이 엉망으로 파헤쳐져 있었다. 여름철 물놀이용으로 파놓은 작은 웅덩이에서 조사단은 마침내 좀수수치를 한 마리 채집했다. 어른 새끼손가락보다 작고 가는 몸집에 줄무늬가 촘촘하게 나 있어 가냘파 보였다.

이 물고기는 김익수 전북대 생물과학부 교수 등이 처음 찾아내 1995년 학계에 신종으로 발표했다. 전남 고흥반도와 금오도, 거금도에 국지적으로 분포했다. 1996년엔 특정 야생동식물로 지정돼 법정 보호종이 됐다. 그러나 실질적 보호조처는 이뤄지지 않았다. 곧 고흥반도와 금오도에서 좀수수치가 자취를 감췄다. 환경부는 2005년 보호종을 새로 지정하면서 좀수수치를 뺐다. 한 지역에만 분포하기 때문에 해당 지자체에 보호를 맡기는 것이 낫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고흥군 환경보전과 김윤언씨는 “좀수수치에 관한 보호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좀수수치의 서식지는 길이 4.5㎞인 소하천에 국한돼 있다. 게다가 아무런 보호조처도 없어 서식지가 급하게 망가지고 있다. 이날 조사단 세 사람이 하천 전구간에서 네 시간 동안 확인한 개체는 다섯 마리에 불과했다.

지난 1년 동안 이 하천을 달마다 조사해 온 조사단 김은진씨는 “홍수로 하상구조가 자주 바뀌는데다 올 때마다 공사가 벌어져 서식지가 매우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김익수 교수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등 대책을 시급하게 세우지 않으면 1~2년 새 멸종할 가능성이 높다”며 “지역주민이 좀수수치를 자랑스런 유산으로 여겨 보전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 고흥/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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