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유한대학 학장
[이젠 환경월드컵] ③ 생물다양성협약 총회 한국서 열자
2010년에 열릴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의 한국 유치를 제안한다.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기후변화 문제와 생물다양성 급감이라는 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기후변화 문제는 유엔의 기후변동프레임워크 조약 체결국 회의를 통해, 교토의정서로 해결해보자는 합의에 이르렀다.
생물다양성 위기는 2년마다 열리는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를 통해 논의가 이뤄져왔고, 2010년 제10회 회의에서 앞으로의 행동을 위한 큰 틀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만일 서울에서 개최된다면 서울의정서, 제주에서 열린다면 제주의정서 형태로 결실이 될 수도 있다. 세계는 기후변화 문제는 교토의정서 체제로, 생물다양성 문제는 ‘서울의정서’ 체제로 갈 것이다. 2002년 네덜란드 회의에서 ‘2010년까지 종의 절멸 속도를 현저하게 줄이자’는 목표를 정해 지금 그 일정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188개국이 조약체결국이고 보니 그 규모나 중요성, 그리고 파급효과로 보아 적지 않은 국가들이 유치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생물다양성 문제는 환경적 입장과 경제적 입장에서 각각 심각하다. 먼저 환경적 입장에서 볼 때, 지구적 산업화와 지구 온난화의 결과로 생물종이 급격히 줄어들어 생물다양성의 위기가 날로 심화하고 있다. 최근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WWF)은 인간의 경제활동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의 양을 측정한 ‘생태 발자국’(ecological footprint)이 1961-2003년 사이 3배로 확대되고 반면 생물다양성은 1970-2003년 사이 육상생물의 31%가 줄었다고 발표해 충격을 주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서는 매년 세계에서 약 4만종이, 한반도에서는 약 500종이 멸종하고 있다. 한국 근해에서도 어종이 씨가 말라가고 있다. 종을 멸종시키는 것은 단 하나의 종에 불과한 인간이다. 종은 한번 사라지면 복원되기 어렵다. 그래서 영국은 절멸위기에 있는 2만4천종의 종자를 냉동 보관하는 ‘노아의 방주’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도 매우 중요하다. 종자 하나하나가 황금알이 되고 미생물 하나하나가 하나에서 대박이 터지는 시대이다. 생물자원은 이제 국부의 원천이다. 하나의 종에서 유전체(genom)가 분석되고 상품화되는 지노믹스(genomics)의 시대이다. 세계는 소리없는 ‘종자전쟁’을 벌이고 있고 각국이 생물자원을 찾아 열대우림은 물론 지구 곳곳을 뒤적이는 ‘생물자원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 정부도 올해부터 10년간 ‘지구적 생물다양성협력네트워크 구축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유전자원의 이용으로 나오는 경제적 이익의 공정한 배분문제가 현안이 돼있다. 생물이 가진 특성을 살려 의약품이나 식품을 제조했을 때 제조국이 생물원료의 생산국에 이익을 배분하는 ‘유전자원의 이익분배’ 문제이다. 그 분배 룰을 만드는 것이 의정서의 난제가 될 것이다.
이 회의의 한국 유치는 한국의 생태주의 복원과 생태경제 시대의 이니셔티브를 위한 결정적 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지만 이 문제는 결국 문명의 전환이라는 큰 문제와 만나게 된다. 자연을 탈출하고 나간 인간 탕아가 다시 자연이라는 집으로 돌아와 자연의 아들로 복귀해 다른 자연의 아들과 형제애를 복원하는 길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널리 인간을 유익하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개념을 넘어 널리 자연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자연’의 개념까지 확대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 회의의 유치는 신자유주의의 세계화에 대한 대안질서를 염두에 둔 것이다. 세계화의 진전은 다양성의 종말을 가져온다. 대안 세계화란 다양성을 증가시키는 세계화이다. 생물다양성과 문화다양성 및 산업다양성 등을 존중하고 촉진하는 대안적 세계화가 이뤄져야 한다. 한국은 ‘악의 축’이나 ‘선의 축’과 같은 선악 양분법의 어느 한 쪽이 아니라 ‘다양성의 축’구축에 앞장서야 한다.
2010년 회의 장소는 2008년 독일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나 한국이 유치경쟁에 뛰어든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유럽과 남미에서 많이 열렸기 때문에 다음은 아시아가 유력하다. 아시아 중에서도 말레이시아에서 개최한 바 있으므로 이번은 동북아 차례이다. 동북아에서 일본은 유엔 기후변화회의를 교토로 유치한 바 있고 중국은 북경올림픽에 이어 상해 엑스포가 열린다. 더구나 현안인 ‘유전자원의 이익분배’ 문제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중간국이 나서 이해를 조정해야 하므로 한국이 적임자일 수 있다. 한국은 지금 세계생물자원정보화기구(GBIF)의 생물자원 정보화 분야에 아시아 제1위국이기도 하니 더욱 그러하다. 2008년 창원 람사회의에 이어 2010년의 이 회의, 2012년의 리우+20회의(지구환경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한국이 생태문명 르네상스를 선도하는 큰 역할을 하자는 것이다. 인간만이 참여하는 올림픽이 아니라 인간 이외의 다른 생물종도 참여하는 올림픽이란 개념으로 절멸되어 가는 생물 종 하나하나를 대변하는 촛불 데모도 상상함직 하고 모든 생명체에 인권이 있다는 입장에서 ‘도롱뇽 재판’만이 아니라 절멸돼가는 생물종의 인권을 대변하는 가상 재판 행사도 곁들여 인간 이기주의 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대 생명평화올림픽은 어떨까. 김영호 (유한대학 학장)
2010년 회의 장소는 2008년 독일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나 한국이 유치경쟁에 뛰어든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유럽과 남미에서 많이 열렸기 때문에 다음은 아시아가 유력하다. 아시아 중에서도 말레이시아에서 개최한 바 있으므로 이번은 동북아 차례이다. 동북아에서 일본은 유엔 기후변화회의를 교토로 유치한 바 있고 중국은 북경올림픽에 이어 상해 엑스포가 열린다. 더구나 현안인 ‘유전자원의 이익분배’ 문제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중간국이 나서 이해를 조정해야 하므로 한국이 적임자일 수 있다. 한국은 지금 세계생물자원정보화기구(GBIF)의 생물자원 정보화 분야에 아시아 제1위국이기도 하니 더욱 그러하다. 2008년 창원 람사회의에 이어 2010년의 이 회의, 2012년의 리우+20회의(지구환경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한국이 생태문명 르네상스를 선도하는 큰 역할을 하자는 것이다. 인간만이 참여하는 올림픽이 아니라 인간 이외의 다른 생물종도 참여하는 올림픽이란 개념으로 절멸되어 가는 생물 종 하나하나를 대변하는 촛불 데모도 상상함직 하고 모든 생명체에 인권이 있다는 입장에서 ‘도롱뇽 재판’만이 아니라 절멸돼가는 생물종의 인권을 대변하는 가상 재판 행사도 곁들여 인간 이기주의 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대 생명평화올림픽은 어떨까. 김영호 (유한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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