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관리할 때 나오는 간벌재로 만든 종이캔이 환경을 생각하는 음료용기로 주목받고 있다. 종이캔 사업 수익은 간벌비용에 쓰여 숲의 순환을 돕는다.
일 친환경상품 전시회 ‘에코프러덕츠 2006’ 가보니
572개 기업·시민단체·지자체 다양한 아이디어 쏟아내
옥수수로 만든 플라스틱, 간벌재로 만든 종이컵…
페트병·폴리에스터 옷 재활용땐 CO2 배출량 5분의 1로 뚝
“휴대전화 1만대를 재활용해 회수하는 금은 같은 무게인 금광석 1t에서 얻는 금의 몇배일까요?”
아이들은 한 재활용회사의 전시패널을 열심히 들여다 본 뒤 설문지에 ‘60배’란 정답을 적고 금종이에 싼 사은품을 신나게 받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친환경상품 전시회인 ‘에코프러덕츠 2006’이 열린 지난 15~17일 일본 도쿄 교외의 빅사이트 국제전시장엔 단체로 온 학생들과 일반인들로 온종일 북적였다. 사흘 동안 15만명이 572개 기업·시민단체·지자체의 전시물을 보러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환경재단과 롯데백화점이 대학생 20여명을 선발해 참가하는 등 단체 참관단이 여럿 눈에 띄었다.
열쇳말은 이산화탄소=전시장에 넘쳐난 수많은 친환경 상품을 관통하는 아이디어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자는 것이었다. 자원과 에너지를 덜 쓰고 절약하거나,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이 모두 기후변화를 억제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그런 생태적 삶을 구체적 실천으로 이끄는 상품들이 두드러졌다.
제지·음료 회사들이 모인 모리가미협의회는 간벌재로 만든 종이캔을 선보였다. 여기서 나온 수익은 다시 산림육성에 돌아간다. 나무를 심고 가꾸어 수확하는 순환이 이뤄지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도 억제한다.
군제그룹은 면에 나노입자를 첨가해 세제를 쓰지 않고도 때가 빠지도록 만든 천과, 몸의 습기를 흡수해 스스로 열을 내는 발열섬유로 만든 옷을 내놓았다.
도호쿠대 연구팀은 ‘이산화탄소’를 손에 잡히게 느끼는 행사를 기획해 인기를 끌었다. 이 대학 다니구치 교수는 탐방객이 기념품으로 간직하기 위해 톱으로 베어낸 통나무 조각의 이산화탄소 고정량을 즉석에서 계산해 ‘이산화탄소 삭감 공헌 인증서’를 발급해 줬다.
재활용품의 재탄생=아사히화성은 재활용한 폴리에스터 옷을 새 폴리에스터 옷으로, 회수한 페트병을 새 페트병으로 되돌리는 기술을 선보였다. 새 원료를 쓰는 것보다 석유 사용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분의 1로 줄였다.
최근 일본에서는 옥수수로 만든 생분해성 폴리유산수지(PLA)가 플라스틱을 밀어내고 있다. 이 회사 미야모토 박사는 “내열성형이 가능해지는 등 기술개발이 잇따라 가격이 약간 비싼데도 대형 전자회사들이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지쓰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채용해 재활용률을 93%로 끌어올린 피시를 내놨다.
가정을 발전소로=집에서 전기를 생산하면 송전손실을 없애고 발전과정에서 나오는 폐열을 활용할 수 있다. 도쿄가스는 가정용 열병합발전 시스템을 판매하고 있다. 1㎾급 천연가스발전기를 돌려 전기와 급탕, 난방을 동시에 공급하고 전기요금과 가스비를 연간 약 3만엔(24만원) 절약한다. 혼다는 집에 발전기 대신 연료전지를 설치하고 생산한 수소는 연료전지 차량 연료로, 부산물인 열과 전기는 가정용으로 쓰는 시스템을 개발중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친환경상품 시장은 연 10조엔(80조원)에 이른다. 일본 정부가 구입하는 물품의 95%도 친환경상품이다.
전시장을 둘러본 고태원 친환경상품진흥원 제품평가국장은 “친환경상품이 일반인의 생활속에 단단히 뿌리박고 있어 놀라왔다”며 “2~3년 전까지도 건강이 핵심이슈였지만 이제 탄산가스 대책으로 수렴되면서 기업들이 구체적인 실천에 몰두하고 있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실생활 환경의식 향상·학생 교육효과 톡톡”
전시회 이끈 나리자와 타츠야
“전시회 참관객들은 구체적인 상품정보보다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이미지를 얻는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주최한 <니케이> 문화사업국 실무자인 나리자와 다쓰야는 행사의 영향을 이렇게 설명했다. 일반인은 세상의 새로운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기업은 소비자와 직접 만남을 통해 친환경 이미지를 알리기 위해 행사에 참가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전시회가 당장 구매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환경의식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전시회의 또다른 중요한 목적은 학생들에 대한 환경교육이다. 이번 행사에도 전체 방문자의 10%인 약 1만5천명이 초·중학생들로 추정된다. 그는 “초등학생은 주 2회 종합교육과 체험수업을 하도록 돼 있고 인솔교사도 연수 목적으로 많이 참가한다”고 설명했다. 행사장에서는 퀴즈나 설문조사에 참가해야만 사은품을 나눠주는 등 교육적 효과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다양한 관련 심포지엄과 체험학습행사도 곳곳에서 열렸다.
지난달 한국에서 열린 친환경상품전시회에도 참가하기도 한 그는 “삼성, 엘지 등 대기업이 적극 참여한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웰빙에 관심 많은 등 한국과 일본 사람의 환경의식은 비슷한데도 왜 한국 전시회에는 일반인의 참여가 낮은지 오히려 궁금하다”고 말했다.
조홍섭 기자
옥수수로 만든 플라스틱, 간벌재로 만든 종이컵…
페트병·폴리에스터 옷 재활용땐 CO2 배출량 5분의 1로 뚝
기존의 강화 유리섬유로 만든 선박이 소각처리가 어려운 데 착안해 해상기술안전연구소가 내놓은 대나무 배. 대나무 섬유는 유리섬유 못지않은 강도를 지니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고 폐기가 쉬운 소재다.
“실생활 환경의식 향상·학생 교육효과 톡톡”
전시회 이끈 나리자와 타츠야
나리자와 타츠야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