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다 갖춘 트롤어선 동원 ‘싹쓸이’…영세어민 피해
지난달 중순 제철을 맞아 오징어 잡이가 한창인 경북 포항시 구룡포 앞바다. 채낚기 어선 동영호는 불을 대낮같이 밝혔지만 낚시줄을 얼레로 끌어올리는 자동 조상기를 돌리는 어민들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선장이 어디론가 연락을 하자 트롤어선이 갑자기 나타나 저인망으로 불빛에 몰려든 오징어를 쓸어갔다. 채낚기 어선 선주 정아무개씨는 곧 평소 어획고의 갑절에 해당하는 돈을 무통장으로 입금받았다. 어민 임금도 들지 않은 쏠쏠한 출어였다.
해양수산부는 26일 앞에서 재구성한 동해안 오징어 불법공조 어업에 대한 특별단속에 나서 11척을 검거하고 선주와 선장 22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 불법어선은 채낚기 어선이 불을 켜 오징어를 모으면, 연안 가까이에서는 조업이 금지된 트롤어선이 순식간에 달려와 오징어를 대량으로 포획한 뒤 수익금을 나눠갖는 수법을 써왔다고 해양수산부는 밝혔다.
이번에 적발된 채낚기 어선은 1척으로 대형트롤 7척, 동해구트롤 3척 등 10척의 트롤어선과 불법계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으로 트롤어선에 대한 계좌추적 조사가 진행되면 더 많은 불법어선이 적발될 것으로 해양수산부는 내다봤다.
연안 가까이에서 조업하는 채낚기 어선에서는 10명 남짓한 어민이 하루에 2~3t의 오징어를 낚시로 잡아 200만~300만원의 수입을 올린다. 그러나 알파레이다 등 고성능 장비를 갖춰 어군탐지와 지도단속선의 움직임을 꿰고 있는 트롤어선과 공조하면 하루 2500만~3000만원의 수입을 올려, 이 가운데 20%가 채낚기 어선 몫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길권 해양수산부 어업지도과 사무관은 “불법공조 어업이 자원을 고갈시키고 영세어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연말까지 해경, 시·도와 합동으로 특별단속을 벌여 적발된 어선에는 30일 동안의 어업정지 처분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