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이 유입되는 근처에서 채집한 담수어류들. 옥정호에서 온 외래종 배스의 커다란 모습이 두드러진다. 내수면생태연구소 제공.
동진강~섬진강물 섞이니 ‘참종개+왕종개’ 잡종 출현
옥정호 유입구엔 낯선 어종
옥정호 유입구엔 낯선 어종
아주 오래 전 빙하기 때 황해는 육지였다. 중국의 황하를 비롯해 한반도의 한강, 섬진강, 낙동강 등은 제주도 남서쪽에서 바다로 흘러드는 거대한 ‘옛 황하’의 지류였다. 간빙기와 함께 바닷물이 차오르자 이들 강의 민물고기들이 서로 오갈 길이 막혔다. 수만년 동안 계속된 이런 격리는 종의 분화를 낳았다. 미꾸리과의 우리나라 고유종인 참종개, 왕종개, 부안종개, 미호종개, 남방종개, 동방종개는 이렇게 한 종이 여러 강에 나뉘어 고립돼 생긴 종들로서 한반도 자연사의 산 증거들이다.
지난 9월 국립수산과학원 내수면생태연구소 이완옥 박사는 동진강 상류인 전북 정읍시 칠보면 시산리 근처에서 못보던 기름종개를 채집했다. 가슴지느러미는 참종개 것인데 반점과 크기는 왕종개인 개체였다. 이런 잡종은 지난 3월 조사 때부터 섬진강 물이 넘어오는 구간에서 꾸준히 발견됐다. 참종개는 황해로 흐르는 한강, 금강, 동진강 등에 주로 분포하지만 노령산맥으로 갈라진 섬진강 쪽에는 없다. 반면 왕종개는 섬진강과 낙동강 등 남해로 흐르는 강에만 분포한다.
수만년간 고립돼 따로 진화하던 두 종을 합쳐 놓은 것은 섬진강 수력발전소이다. 일제시대인 1931년 호남평야에 관개용수를 대려 운암발전소를 지었고 3㎞ 길이의 지하터널을 건설해 섬진강 상류의 물을 동진강 쪽으로 돌렸다. 이후 섬진강다목적댐이 1965년 완공되면서 수력발전과 함께 연간 3억5천만t의 관개용수를 지하터널을 통해 김제평야와 계화도에 보내고 있다. 이런 인위적 유역변경이 초래할 생태학적 영향은 그동안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또다른 미꾸리과 어류인 줄종개는 섬진강에만 살고 동진강엔 점줄종개가 분포한다. 그러나 조사결과 옥정호 유입수 근처에서는 줄종개가 다수 채집됐다. 두 종의 잡종으로 보이는 개체들도 흔했다. 이 박사는 “잡종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들도 이미 유전자가 섞여, 해당 수역에서 순수한 줄종개나 점줄종개는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전자 오염이 일어난 미꾸리과 어류 말고도 이번 조사에서 섬진강 옥정호의 영향은 동진강 상류에 광범하게 나타났다. 동진강엔 없던 쉬리와 섬진강자가사리가 발견됐다. 주로 댐에 사는 민물검정망둑과 빙어도 동진강 상류에 모습을 드러냈다. 섬진강처럼 큰 강에 주로 사는 참갈겨니가 원래 있던 갈겨니와 함께 분포하기도 했다. 발전소 근처에서는 은어가 채집됐는데, 이는 옥정호에 최근 은어를 방류됐음에 비춰 생물유입이 최근까지 계속됐음을 보여줬다. 이런 ‘외래종’은 하천 생태계에 여러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블루길과 배스는 주로 강 중·하류에 분포하는데, 동진강 상류에는 옥정호에서 온 육식성 외래종이 분포하면서 계류성 토착 어류를 위협하고 있다. 김익수 전북대 생물학부 교수는 “하천은 자연적인 이유로 합쳐지기도 하지만 유역변경이 대규모로 이뤄진다면 강 고유의 생물상은 유지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인위적 유역변경은 고유 유전자원의 상실로 이어진다”며 “만일 내륙운하가 만들어진다면 한강과 낙동강의 상류 계류에 살던 고유종들은 사라지는 대신 고인 물을 좋아하는 배스가 판을 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섬진강 옥정호의 물이 도수터널을 통해 전북 정읍시 칠보면 시산리 섬진강수력발전소를 거쳐 동진강 상류로 유입되고 있다. 내수면생태연구소 제공.
또다른 미꾸리과 어류인 줄종개는 섬진강에만 살고 동진강엔 점줄종개가 분포한다. 그러나 조사결과 옥정호 유입수 근처에서는 줄종개가 다수 채집됐다. 두 종의 잡종으로 보이는 개체들도 흔했다. 이 박사는 “잡종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들도 이미 유전자가 섞여, 해당 수역에서 순수한 줄종개나 점줄종개는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전자 오염이 일어난 미꾸리과 어류 말고도 이번 조사에서 섬진강 옥정호의 영향은 동진강 상류에 광범하게 나타났다. 동진강엔 없던 쉬리와 섬진강자가사리가 발견됐다. 주로 댐에 사는 민물검정망둑과 빙어도 동진강 상류에 모습을 드러냈다. 섬진강처럼 큰 강에 주로 사는 참갈겨니가 원래 있던 갈겨니와 함께 분포하기도 했다. 발전소 근처에서는 은어가 채집됐는데, 이는 옥정호에 최근 은어를 방류됐음에 비춰 생물유입이 최근까지 계속됐음을 보여줬다. 이런 ‘외래종’은 하천 생태계에 여러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블루길과 배스는 주로 강 중·하류에 분포하는데, 동진강 상류에는 옥정호에서 온 육식성 외래종이 분포하면서 계류성 토착 어류를 위협하고 있다. 김익수 전북대 생물학부 교수는 “하천은 자연적인 이유로 합쳐지기도 하지만 유역변경이 대규모로 이뤄진다면 강 고유의 생물상은 유지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인위적 유역변경은 고유 유전자원의 상실로 이어진다”며 “만일 내륙운하가 만들어진다면 한강과 낙동강의 상류 계류에 살던 고유종들은 사라지는 대신 고인 물을 좋아하는 배스가 판을 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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