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 안 형도 인근에서 수면 위를 떠다니는 흰죽지/시화호의 청둥오리 무리 / 시화호의 민물도요 /시화호의 흰뺨검둥오리
이한수 박사팀등 9년간 조사
경기 시화호의 겨울 주인이 바뀌었다. 겨울이면 쉽게 볼 수 있던 민물도요와 흰뺨검둥오리들의 종적이 희미해진 대신, 그 빈자리를 차지한 흰죽지와 청둥오리가 시화호 수면을 박차고 비상한다.
한국생태환경연구소 이한수 박사팀과 한국수자원공사 시화호환경연구소 김호준 박사팀이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동안의 시화호 일대 조류상 변화를 조사한 결과, 간척공사로 갯벌이 사라지는 등 생태계가 변함에 따라 시화호를 찾는 조류의 우점종이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갯벌 사라지고 먹이마저 없어지자 민물도요·흰뺨검둥오리 ‘떠나요~’
조사 내용을 보면, 지난해 시화호에 서식한 조류는 135종에 최대 14만여마리였는데, 이 가운데 잠수성 오리류인 흰죽지가 26.9%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청둥오리 19.7%, 흰뺨검둥오리 9.6%, 민물도요 8.6% 차례였다. 1999년 조사에서는 46종에 최대 4만여마리였고 이 가운데 수면성 오리류인 흰뺨검둥오리가 30.9%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민물도요 14.7%, 쇠오리 4.3% 등이었다. 9년 만에 시화호의 주인이 바뀐 셈이다.
과거에 군자만으로 불리는 천혜의 자연 갯벌이던 시화간척지는 전체 면적 2만9365㏊ 가운데 1만3345㏊의 갯벌이 마른땅으로 변했고 나머지는 하나의 커다란 해수호가 됐다. 이에 따라 밀물과 갯벌이 만나는 지역에서 부리를 갯벌이나 얕은 물속에 집어넣고 조개와 새우, 갯지렁이 등을 잡아먹던 민물도요는 시화호를 뜨고 있다. 대신 이번 겨울엔 잠수성 오리류인 흰죽지 수만마리가 얼지 않은 물 위에서 시화호를 휘젓고 있다.
흰죽지·천둥오리 ‘안방’ 차지 작년 서식 135종 14만여마리중 46%나
그렇다면 갯벌이 사라진 시화호에서 ‘겨울 나그네’인 민물도요는 영영 만날 수 없게 되는 것일까. 연구팀은 현재 조성중인 조력발전소가 가동되면 시화호 남쪽과 북쪽에 가로·세로 각각 2㎞ 이상의 갯벌이 새롭게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호준 박사는 “지금 시화호의 생태계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며 “시화호 주변 개발도 중요하지만 민물도요가 찾아오는 서식 환경을 조성하는 등 시화호의 생태계 네트워크를 구축해 개발과 환경이 공존할 수 있는 대안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안산/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안산/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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