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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한국 고유종 ‘미호종개’ 집단서식지 발견

등록 2007-02-06 19:42

바닥에 잔모래가 깔리고 물 흐름이 느려 미호종개의 최적 서식지가 된 백곡천 상류에서 방인철 순천향대 교수가 족대로 모래 속을 뒤지며 미호종개를 채집하고 있다.
바닥에 잔모래가 깔리고 물 흐름이 느려 미호종개의 최적 서식지가 된 백곡천 상류에서 방인철 순천향대 교수가 족대로 모래 속을 뒤지며 미호종개를 채집하고 있다.
진천군 백곡천 1만마리 추정
2000년이후 채집기록 없어
“마지막 서식지…생존 기적”
지난 30일 충북 진천군 백곡면 백곡천 상류, 발이 푹푹 빠지는 가는 모래 위로 맑은 물이 느릿느릿 흐르고 있었다. 금강 지류인 미호천의 최상류이다. 방인철 순천향대 해양생명공학과 교수가 족대로 모래속을 뒤졌다. “이것 보세요!” 잡힌 물고기들을 펼쳐놓는 방 교수의 표정이 환했다. 족대속에서 모래무지, 돌마자와 함께 주둥이가 뾰족한 미꾸리 여러 마리가 꿈틀거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희귀한 물고기의 하나인 미호종개다.

미호종개는 금강 지류인 미호천에서 처음 발견돼 1984년 국제학계에 신종으로 보고한 한국 고유종이다. 미호천에 많다고 해서 미호종개란 이름을 얻었지만 서식지 파괴와 수질오염으로 급속히 줄어, 미호천에선 2000년 이후 채집기록이 없어 절멸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과 미호천의 최상류 지류에서 지난 5년여 동안 6마리만이 발견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얼굴 보기 힘든’ 종으로 유명하다. 정부는 뒤늦게 2005년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 454호로 지정했다.

이런 희귀종을 이날 10분 동안의 채집에서 20마리나 확인했다. 지난해 발견된 이 집단서식지의 규모는 하천폭 3m에 길이 180m에 지나지 않는다. 방 교수는 지느러미에 표지를 하는 방식을 써 이곳 미호종개 집단을 약 1만마리로 추정했다. 그는 백곡천의 이곳이 “미호종개의 사실상 마지막 서식지”라며 “이런 곳이 남아있다는 것은 거의 기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이곳에서 조사팀은 미호종개가 피라미보다 2배나 많은 21.1%를 차지해 주인 노릇을 하는 사실을 밝혀냈다.

방 교수팀은 지난해 4~11월 과거 미호종개 채집기록이 있는 금강과 지류 모든 지점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이 물고기의 첫 발견지인 미호천 팔결교(오창군)와 농다리(진천군)에서 1개체씩을 새로 확인하기도 했다. 미호천 본류에서 미호종개가 멸종되지는 않았음이 드러난 것이다. 또 금강 지류인 지천과 미호천 지류인 갑천에서도 적은 수의 미호종개를 발견했지만 백곡천의 새 서식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김익수 전북대 교수와 함께 미호종개를 처음 발견했던 손영목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회장은 “1980년대 말 신도시 건설을 위한 골재채취가 성행하기 전만 해도 미호천에서 족대질 한 번에 미호종개 20마리 채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며 “길이가 3㎞ 이상이던 미호천 본류의 서식지가 순식간에 사라졌음에 비춰 이번에 발견된 작은 서식지는 토사유출 등에 매우 취약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 많던 미호종개가 사라진 이유는 무얼까. 무엇보다 미호종개는 서식지 변화에 예민한 종이기 때문이다. 방 교수는 “미호종개는 직경 0.15~0.6㎜의 가는 모래가 깔려 있고 유속이 초속 10~18㎝로 느린 곳에서만 서식하는 등 서식조건이 매우 까다롭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공사로 토사가 유출돼 하천바닥이 펄로 덮히거나 골재를 채취해 굵은 모래만 남는다면 미호종개는 덧없이 사라진다. 미호천이 바로 그런 사례다. 미호천 바닥모래의 직경은 1.4㎜이고 수심 50㎝인 곳의 유속은 초속 40㎝로 적정 유속의 4배가 넘는다. 골재채취로 하상이 급해진 탓이다. 이처럼 서식지 변화에 민감한 것은 미호종개가 모래를 걸러 그 표면에 붙은 규조류란 식물플랑크톤을 먹고 살기 때문이다. 미호종개는 또 모래 속에 파고들어 몸을 숨기는 버릇이 있다. 고운 모래가 필요한 까닭이기도 하고 쉽게 포획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미호종개의 집단서식지는 바람앞 등불처럼 위태롭다. 방 교수는 “올 봄을 넘길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갈수기 때 각종 공사로 토사가 밀려들면 서식지는 속절없이 사라진다. 손 회장은 “미호종개처럼 작은 물고기일수록 토사유출로 햇빛이 차단돼 조류가 없어지면 쉽사리 굶어죽는다”고 말했다.

현재 미호종개의 새 서식지 상류 7~8㎞ 지점에서는 ㅎ골프장 조성공사가 한창이다. 충북 진천군 백곡면 갈월리 1백만㎡ 터에 들어서는 이 골프장은 현재 60%의 공정을 보이고 있으며 올 9월 문을 열 예정이다. 골프장 조성을 위한 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미호종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진천군 건설과 담당자는 “미호종개란 이름도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이대윤 금강유역환경청 환경평가과장은 “골프장의 토목공사가 거의 끝나 큰 영향은 없어 보이지만 미호종개 서식지 보호를 위해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골프장만이 문제는 아니다. 골프장 바로 하류에서는 농수로 공사로 시뻘건 흙탕물이 아무런 차단막도 없이 백곡천으로 흘러들고 있었다.

전세계에서 미호종개가 번식을 하면서 살아나갈 수 있는 서식지는 이제 백곡천 상류의 240㎡밖에 남지 않았다. 방 교수는 “소중한 서식지 보호를 보호하기 위한 특별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호수했다.

진천/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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