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난대·한대 어류 교차하는 바위산…보호구역 지정을
먼바다 어류와 연안 어류, 난대 어류와 한대 어류가 동해바다 한 곳에서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동해 생물다양성의 보고로 일컬어지는 수중암초 지대 왕돌초가 그곳이다. 그러나 왕돌초는 최근 어획강도가 세지면서 폐그물과 버려진 어구, 남획 등으로 심각하게 교란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11일 지난해 한국해양연구소에 맡겨 왕돌초 해역에서 처음 실시한 해양생태조사 결과 모두 126종의 해양동물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소형 갑각류 조사 등이 추가되면 생물종은 200종이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경북 울진군 후포에서 23㎞ 떨어진 왕돌초는 수심 200m 바다에 솟은 15㎢ 넓이의 거대한 바위산이다. 왕돌초의 수심은 평균 40~60m, 얕은 곳은 3m다. 해저의 차고 영양분 많은 바닷물이 암초에 부딪쳐 솟아올라 천혜의 어장을 형성한다.
이번 조사에서 수심 1 이하에는 제주도와 남해에 서식하는 자리돔, 능성어 등이 사는 반면 그 아래 30m까지에는 동해 연안에서 볼 수 있는 쥐치, 놀래기 등이 있었다. 먼바다에 사는 방어와 삼치가 찾아오는가 하면 30m 이하의 깊은 곳에서는 찬 물을 좋아하는 도루묵과 임연수어가 산다.
조사책임자인 박흥식 한국해양연구원 박사는 “좁은 해역에 수심에 따라 다양한 생물상이 분포하는 것은 매우 독특한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남획에 따른 생태계 교란도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암초의 상당수는 찢긴 그물로 뒤덮여 있었고, 버려진 통발 속에 잡힌 물고기 때문에 불가사리가 늘고 있었다. 특히 최근 잠수어업이 늘면서 양식산보다 크고 건강한 토종 우렁쉥이(멍게)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박 박사는 “생물지리학적 가치와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보호구역 지정 등을 어민들과 협의해 시급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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