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 시화호 주변에서 맹금류인 큰말똥가리(오른쪽)와 까치가 다툼을 벌이고 있다. (안산=연합뉴스)
하늘의 절대강자를 고수해 왔던 수리과의 맹금류들이 까치의 반란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수리과 맹금류인 큰말똥가리와 잿빛개구리매가 까치들에게 쫓겨 달아나는 장면이 최근 시화호에서 잇따라 목격됐다.
지난 9일 이른 아침 겨울잠에서 깨어난 뱀과 개구리 등을 사냥하기 위해 하늘을 활공하다 목표물을 향해 쏜살같이 하강하던 큰말똥가리가 무언가에 놀라 멈칫하는 사이 먹잇감을 놓치고 말았다.
까치였다. 까치가 떼를 지어 하늘의 맹주를 몰아내고 있는 것이었다. 큰말똥가리와 함께 편대비행을 하며 사냥에 나선 잿빛개구리매도 예외는 아니었다.
예로부터 길조로 여겨져 온 까치가 무리를 지어 위력을 과시하거나 때로는 이들을 이끄는 '대장' 까치가 홀로 나서 몸집이 몇 배나 큰 수리과의 맹금류를 공격하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씨앗과 열매, 동물의 사체를 먹이로 하거나 도심의 쓰레기통을 뒤지던 까치가 어느 사이엔가 조류 생태계의 제일 높은 위치에 올라서서 다른 새들을 위협하는 생태계의 교란종(種)으로 등장했다.
환경부가 2005년 10월부터 '수확기 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을 운영하면서 지정한 유해 야생동물에는 멧돼지, 고라니 외에 까치도 포함돼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까치는 2004년에만 공식적으로 약 6만마리 이상이 포획되기도 했다. (글 = 박기성 기자, 사진 = 시화호 환경연구소 김호준 박사 제공) (안산=연합뉴스)
blog.yonhapnews.co.kr/jeansap jeans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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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 시화호 주변에서 맹금류인 큰말똥가리(오른쪽)가 까치 10여마리에게 쫓기고 있다. (안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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