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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공원잔디에 발암위험 제초제

등록 2007-04-13 16:26수정 2007-04-13 22:19

수원시 장안구 만석공원에서 시민들이 잔디밭에 앉아 음식을 먹고 있다. 이정국 기자.
수원시 장안구 만석공원에서 시민들이 잔디밭에 앉아 음식을 먹고 있다. 이정국 기자.
수원 만석공원등 일부 지자체 MCPP 사용
WHO서 “발암 가능성” 분류…당국선 몰라
상당수의 지자체가 시민들이 찾는 공원에 ‘인체 발암가능성 물질’이 포함된 제초제를 지속적으로 뿌려온 사실이 확인됐다.

이국춘(35·수원시 장안구)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5시께 수원의 집 인근 만석공원을 찾았다. 이씨는 “운동을 하던 중 농약 냄새가 진동해 주변을 둘러보니 인부들이 잔디밭에 약을 뿌리고 있어, 뭐냐고 물으니 제초제라고 말했다”며 “아이들도 많이 찾는 공원에 제초제를 뿌리는 것에 대해 수원시에 항의했으나 ‘인력으로 넓은 공원에서 어떻게 제초를 하느냐’는 대답만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1년에 한번 사용, 인체 무해“ 주장

이용호 수원시 녹지공원과장은 “새로 잔디가 돋아나기 전 일년에 한 번 정도 제초제를 뿌린다”며 “인체에는 무해한 제초제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원시가 사용한 제초제는 인체 발암성이 의심되는 물질이다. 이 제초제는 엠시피피(MCPP)라는 클로로페녹시 계열로, 토끼풀 등을 없애기 위해 사용된다. 클로로페녹시 계열 제초제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기관(IARC)이 ‘인체 발암 가능성 물질’인 2B등급으로 분류한 물질이다. 2B등급은 발암물질 분류의 총 5단계(1-2A-2B-3-4)가운데 세번째로 높은 위험군이다. 한국도 2006년 5월에 국제암연구기관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이병무 성균관대 교수(독성학·환경운동연합 자문위원)는 “2B등급 물질은 국가가 예의주시하여 추이를 관찰해야 하며 인체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실험서 발암 확인…타이서도 금지”

수원시 장안구 만석공원에서 아이들이 잔디밭에 앉아 놀고있다. 이정국 기자.
수원시 장안구 만석공원에서 아이들이 잔디밭에 앉아 놀고있다. 이정국 기자.

당국은 이 제초제가 발암 가능성 물질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농약의 등록·관리는 농촌진흥청 소관이고 유해성 여부 조사는 농촌진흥청 산하 농업과학기술원에서 하고 있다. 안인 농촌진흥청 농업자원과장은 “엠시피피의 경우 1984년에 등록되었고 2001년 재등록을 했는데 인체발암성 및 독성에 대해선 전혀 의심할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농업과학기술원 농약평가과의 이제봉 연구사도 “엠시피피의 발암성에 관해선 전혀 알려진 바 없다”며 “세계보건기구에서 2B등급으로 분류했더라도 2A등급 이상이 아니면 발암성 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병무 교수는 “2B등급은 동물실험에서 발암성이 확인된 물질로, 엠시피피의 경우 덴마크에서는 ‘엄격 규제’품목이고 있고 태국도 사용을 금지한 물질”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인규 서울시 공원과장은 “서울시도 과거엔 제초제를 사용했으나, 잔디밭을 개방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다”며 “시 내부에서 인체나 환경 유해성 논란이 있는 제초제를 쓰지 말자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오는 공원에 제초제가 말이 되나”

지난 9일, 문제가 된 만석공원을 찾았다. 평일 오후였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로 공원은 북적였다. 공원 가운데 호수를 둘러싼 트랙과 펼쳐진 잔디밭의 규모는 상당히 넓은 규모였다. 수원시 북부인 장안구 송죽동·정자동에 위치한 만석공원은 1998년 조성된, 10만평이 넘는 대규모 공원이다. 만석공원은 인조잔디구장과 테니스장 등 각종 체육시설은 물론, 야외음악당과 미술관까지 갖춘 데다 인근이 주거지가 밀집해 하루 평균 이용객이 5000명을 넘는다.

만석공원의 잔디밭은 이제 막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한 상태였다. 하지만 제초제를 뿌린 탓인지, 잡초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공원에 놀러온 시민들은 잔디밭에 제초제를 뿌린 사실도 모른 채 둘러앉아 음식을 나눠 먹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어린이들도 있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시민들이 많았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을 하던 주윤경(29)씨는 “이 곳에 제초제를 뿌린 것을 아느냐”고 묻자 “정말로 제초제를 뿌리느냐 처음 들었다”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주씨는 “엄마들의 입장에선 안전하다는 플라스틱 제품조차도 혹시나 해서 안쓰려고 하는데 제초제라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유모차를 끌고 호수 주변을 산책중이던 김교인(32)씨도 “제초제를 뿌린다는 소리를 처음 들었다”며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오는 공원에 제초제가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위탁 받은 전문관리업체 목록에 대구, 울산, 인천 등 빼곡

만석공원의 잔디밭에는 잡초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정국 기자.
만석공원의 잔디밭에는 잡초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정국 기자.

서울시는 수원시를 비롯한 여타의 지자체들의 제초방법과 대조적이다. 서울시는 제조체를 쓰는 대신 일용직 근로자를 고용해 풀뽑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이 넉넉치 않은 지자체의 경우에는 전문회사에 용역을 주어 제초작업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당수의 지자체는 서울시처럼 시가 직접 공원 관리를 하는 대신, 전문관리업체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한 지자체로부터 제초작업을 용역받는 한 제초 전문업체의 대표는 “인력만으로 제초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엠시피피의 경우 단일 제제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주로 다른 제초제와 섞어서 사용한다”고 말했다.그는 “한 지방 도시의 경우 기존에 5억원의 예산을 들였는데, 제초제를 사용해 1억원에 해결해 줬다”고 덧붙였다. 이 업체의 홈페이지에는 그동안 이 업체가 제초작업을 대행했던 지자체의 목록이 나와 있다. 목록을 보면 2006년에만 대구광역시, 울산광역시, 인천광역시, 경주시, 성남시, 이천시, 청주시, 춘천시, 평택시 등이 공원 및 녹지관리를 위해 광범위하게 제초제를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의 고영자 간사는 “발암 가능성 물질이 들어 있는 제초제가 아무런 문제 제기 없이 사용되어왔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라며 “그동안 얼마나 어떻게 사용됐는지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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