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한 톱밥생산업체 직원들이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산하 산림생산기술연구소의 감시 아래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부평리 재선충병 발생 의심지역 주변에서 잘라낸 소나무·잣나무류 재목으로 톱밥을 만들고 있다.
위기의 광릉숲 현장답사
서울 등 수도권의 ‘허파 노릇’을 하는 광릉숲에 개발 열풍이 덮치고 있다. 정부의 광릉숲 보전대책은 허울뿐이다. 인간의 욕심에 침식당한 광릉숲에선 생태계도 몸살을 앓고 있다.
섬이 된 광릉숲=지난 2~7일 찾아간 광릉숲. 숲에서 포천쪽으로 이어지는 길 양쪽은 모텔·카페촌을 이루고 있다. 줄잡아 2㎞. 밤이면 화려한 네온 불빛이 광릉숲의 밤을 밝힌다. 도로변에서 떨어진 광릉숲 기슭은 전원주택 공사로 곳곳이 파헤쳐진 상태였다.
광릉숲은 운악산∼소리봉∼수락산을 거쳐 서울로 이어지는 생태계의 중심점에 놓여있지만, 차량 행렬로 만원인 43·47번 국도가 숲을 포위해 양쪽 옆 생태계와 단절돼있다. 게다가 숲을 관통하는 98번 국지도로 인해 숲이 반토막 나있다.
광릉숲의 상처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경기 의정부 민락동∼퇴계원∼포천 베어스타운을 잇는 43·47번 도로변은 소규모 아파트 단지와 영세공장, 음식점 들로 뒤섞여 있다. 이들 도로를 따라 1만3천여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선 데 이어 236만여평의 택지개발이 추진되면서 광릉숲은 이제 아파트 숲에 둘러싸일 처지다.
또 지난달 23일 재선충병이 발생한 남양주시 팔야리 광릉숲 인근에는 88개의 영세공장들이 빼곡하다. 남양주시는 8만여평 규모의 팔야산업단지를 비롯해 광릉숲 주변에 4개의 지방산업단지를 추진중이다. 광릉숲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800여m 떨어진 남양주시 별내면에는 쓰레기 소각잔재를 묻는 8만5천평 규모의 쓰레기 매립장 공사도 진행중이다. 남양주시 권혁무 도시개발과장은 “서울과 인접한 위성도시라는 점이 개발 호재로 작용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준농림지와 군사보호지역이 일부 해제되면서 불어온 개발 바람은 숨이 탁 막힐 정도다. 양병이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숲이 제대로 보전되려면 녹지축이 연결돼야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개념이 없다”며 “광릉숲도 주변지역이 급격히 도시로 바뀌면서 섬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광릉숲의 고립은 대기와 수질 오염 악화로 이어지고 광릉숲 생명체가 사라지거나 줄어드는 등의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진입로 따라 유흥가 불야성
관통도로 숲 한복판 가르고
아파트 공장 음식점 매립지 포위
생태축 단절된 채 ‘녹색섬’ 고립
재선충·외래식물과 외로운 사투 광릉숲 완충지역은 허상?=정부가 지난 1997년 광릉숲 보전대책을 세울 당시 광릉숲 주변의 토지이용을 제한하는 이른바 ‘버퍼존’(완충지역) 설정이 추진됐다. 이에 따라 지난 2004년 임야 486ha와 토지 105ha 등 591ha가 개발 때 국립수목원과 사전협의를 거쳐야 하는 완충지역으로 최종 지정고시됐다. 이는 애초 계획된 완충지역 558ha보다 35ha 더 늘어난 것이지만, 정작 개발되지 말아야할 위치에 있는 토지 51ha는 이미 완충지역에서 빠져 있었다. 국립수목원 이수호 보호계장은 “완충지역 지정 과정에서 집어 넣어야할 토지가 이미 개발이 되는 등 힘있고 배경있는 사람들의 토지는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실제로 완충지역에 포함됐다 빠진 광릉숲 인력개발원 앞 2만여평은 현재 대규모 아파트 건축이 추진중이다. 이 계장은 “아파트가 들어설 지역은 광릉숲과 불과 30여m 떨어져 있지만 지금은 층고조차 제한할 수 없는 무방비 상태”라고 말했다. 광릉숲의 미래는?=광릉숲에서 천연기념물 197호인 크낙새가 자취를 감춘 것은 지난 1993년. 최근 일부 연구자들은 광릉숲에서 많이 발견됐던 큰수리팔랑나비와 고은점박이푸른부전나비도 자취를 감췄다고 보고했다. 국립수목원은 이들 나비를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한다. 또 광릉숲 관통도로의 절개사면에 번성한 단풍잎돼지풀 등 외래식물 70여종이 ‘광릉 숲길’에까지 유입되는 바람에 국립수목원은 수년째 이들을 제거하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안팎의 도전에 노출된 광릉숲이 언제까지 ‘국내 유일 천연 낙엽활엽수 극상림’으로 유지될 수 있을까. 국립수목원 김성식 임업연구관은 “광릉숲이 고립되지 않고 주변 생태축과 연결돼야 한다”며 “인간과 생태계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포천·남양주·대전/홍용덕 송인걸 기자, 이완 수습기자 ydhong@hani.co.kr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또 무산 위기
이달말 신청 마감…지자체 ‘개발제한 우려 광릉숲의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Biosphere Reserve) 지정이 두번째 무산될 처지가 됐다. 지난해 해당 자치단체의 반대로 지정 신청조차도 못한 데 이어, 이달 말 신청 마감을 앞두고 또다시 자치단체들의 반대에 부닥치고 있기 때문이다. 생물권 보전지역이란 유네스코가 보전 가치가 있는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 국제적으로 인정한 육상 및 연안 생태계 지역을 말한다. 지난해 말 현재 102개 나라에 507곳이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됐고, 한반도에서는 백두산 등 4곳이 지정돼 있다. 생물권 보전지역 지정은 강제성 있는 국제협약이나 협정은 아니지만, 국제적으로 생물다양성이 뛰어난 생태계라는 것을 인정받는다는 측면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유네스코는 생물권 보전지역 지정을 통해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인간과 생물의 공존을 위한 개발을 추구한다. 이에 따라 생물권 보전지역은 반드시 △보호해야 할 핵심지역 △완충지역 △개발이 가능한 전이지역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국립수목원도 이에 따라 광릉숲 소리봉과 죽엽산 일대 천연림 800㏊를 핵심지역, 나머지 시험림 1600㏊를 완충지역으로 하고 개발이 가능한 주변 지역 3500㏊를 전이지역으로 나누는 등 광릉숲 일대 5880여㏊를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해당 자치단체와 주민들은 군사시설 보호와 상수원 보호 등 각종 규제에 이은 또다른 규제의 족쇄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광릉숲 보전협의회’ 유왕현 주민 대표는 “일방적인 규제 정책에 따라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이 피해를 입는다면 광릉숲 보존에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기는 힘들 것”이라며 “광릉숲 보존과 지역경제 활성화 대안이 함께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박윤국 포천시장은 “공식적으로 반대한 적은 없으며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 난처하니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립수목원 김도경 식물종자보존실장은 “생태계 보전과 주민 혜택이야말로 생물권 보전지역 지정의 목표”라며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제주도 등 각국의 여러 사례들은 생태계 보전이 주민들의 경제적 이득과 직결되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광릉 숲길’을 달리는 자동차 때문에 주변 나무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남양주/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또 지난달 23일 재선충병이 발생한 남양주시 팔야리 광릉숲 인근에는 88개의 영세공장들이 빼곡하다. 남양주시는 8만여평 규모의 팔야산업단지를 비롯해 광릉숲 주변에 4개의 지방산업단지를 추진중이다. 광릉숲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800여m 떨어진 남양주시 별내면에는 쓰레기 소각잔재를 묻는 8만5천평 규모의 쓰레기 매립장 공사도 진행중이다. 남양주시 권혁무 도시개발과장은 “서울과 인접한 위성도시라는 점이 개발 호재로 작용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준농림지와 군사보호지역이 일부 해제되면서 불어온 개발 바람은 숨이 탁 막힐 정도다. 양병이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숲이 제대로 보전되려면 녹지축이 연결돼야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개념이 없다”며 “광릉숲도 주변지역이 급격히 도시로 바뀌면서 섬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광릉숲의 고립은 대기와 수질 오염 악화로 이어지고 광릉숲 생명체가 사라지거나 줄어드는 등의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진입로 따라 유흥가 불야성
관통도로 숲 한복판 가르고
아파트 공장 음식점 매립지 포위
생태축 단절된 채 ‘녹색섬’ 고립
재선충·외래식물과 외로운 사투 광릉숲 완충지역은 허상?=정부가 지난 1997년 광릉숲 보전대책을 세울 당시 광릉숲 주변의 토지이용을 제한하는 이른바 ‘버퍼존’(완충지역) 설정이 추진됐다. 이에 따라 지난 2004년 임야 486ha와 토지 105ha 등 591ha가 개발 때 국립수목원과 사전협의를 거쳐야 하는 완충지역으로 최종 지정고시됐다. 이는 애초 계획된 완충지역 558ha보다 35ha 더 늘어난 것이지만, 정작 개발되지 말아야할 위치에 있는 토지 51ha는 이미 완충지역에서 빠져 있었다. 국립수목원 이수호 보호계장은 “완충지역 지정 과정에서 집어 넣어야할 토지가 이미 개발이 되는 등 힘있고 배경있는 사람들의 토지는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실제로 완충지역에 포함됐다 빠진 광릉숲 인력개발원 앞 2만여평은 현재 대규모 아파트 건축이 추진중이다. 이 계장은 “아파트가 들어설 지역은 광릉숲과 불과 30여m 떨어져 있지만 지금은 층고조차 제한할 수 없는 무방비 상태”라고 말했다. 광릉숲의 미래는?=광릉숲에서 천연기념물 197호인 크낙새가 자취를 감춘 것은 지난 1993년. 최근 일부 연구자들은 광릉숲에서 많이 발견됐던 큰수리팔랑나비와 고은점박이푸른부전나비도 자취를 감췄다고 보고했다. 국립수목원은 이들 나비를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한다. 또 광릉숲 관통도로의 절개사면에 번성한 단풍잎돼지풀 등 외래식물 70여종이 ‘광릉 숲길’에까지 유입되는 바람에 국립수목원은 수년째 이들을 제거하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안팎의 도전에 노출된 광릉숲이 언제까지 ‘국내 유일 천연 낙엽활엽수 극상림’으로 유지될 수 있을까. 국립수목원 김성식 임업연구관은 “광릉숲이 고립되지 않고 주변 생태축과 연결돼야 한다”며 “인간과 생태계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포천·남양주·대전/홍용덕 송인걸 기자, 이완 수습기자 ydhong@hani.co.kr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또 무산 위기
이달말 신청 마감…지자체 ‘개발제한 우려 광릉숲의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Biosphere Reserve) 지정이 두번째 무산될 처지가 됐다. 지난해 해당 자치단체의 반대로 지정 신청조차도 못한 데 이어, 이달 말 신청 마감을 앞두고 또다시 자치단체들의 반대에 부닥치고 있기 때문이다. 생물권 보전지역이란 유네스코가 보전 가치가 있는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 국제적으로 인정한 육상 및 연안 생태계 지역을 말한다. 지난해 말 현재 102개 나라에 507곳이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됐고, 한반도에서는 백두산 등 4곳이 지정돼 있다. 생물권 보전지역 지정은 강제성 있는 국제협약이나 협정은 아니지만, 국제적으로 생물다양성이 뛰어난 생태계라는 것을 인정받는다는 측면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유네스코는 생물권 보전지역 지정을 통해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인간과 생물의 공존을 위한 개발을 추구한다. 이에 따라 생물권 보전지역은 반드시 △보호해야 할 핵심지역 △완충지역 △개발이 가능한 전이지역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국립수목원도 이에 따라 광릉숲 소리봉과 죽엽산 일대 천연림 800㏊를 핵심지역, 나머지 시험림 1600㏊를 완충지역으로 하고 개발이 가능한 주변 지역 3500㏊를 전이지역으로 나누는 등 광릉숲 일대 5880여㏊를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해당 자치단체와 주민들은 군사시설 보호와 상수원 보호 등 각종 규제에 이은 또다른 규제의 족쇄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광릉숲 보전협의회’ 유왕현 주민 대표는 “일방적인 규제 정책에 따라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이 피해를 입는다면 광릉숲 보존에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기는 힘들 것”이라며 “광릉숲 보존과 지역경제 활성화 대안이 함께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박윤국 포천시장은 “공식적으로 반대한 적은 없으며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 난처하니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립수목원 김도경 식물종자보존실장은 “생태계 보전과 주민 혜택이야말로 생물권 보전지역 지정의 목표”라며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제주도 등 각국의 여러 사례들은 생태계 보전이 주민들의 경제적 이득과 직결되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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