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유 이야기
언제쯤이었을까. 도시생활에서 견뎌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소음들과 나날이 우리들 삶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잡아 가는 각종 미디어들에서 나는 소리들 때문에 귀가 아프다는 것을 느꼈던 것이.
집밖에만 나가면 온갖 소리가 나를 삼켰다. 자동차 소리,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내는 저마다의 소리,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다른 이들의 이어폰에서 새어나오는 음악들. 집안에서도 텔레비전이 뿜어대는 현란한 음향들, 말초적 심리를 자극해 소비자를 현혹하려는 데 혈안이 되어 멋들어진 포장솜씨를 발휘하는 광고 소리, 인터넷 세상 의 수많은 영상들에 얹힌 소란함 등으로 귀가 아팠다.
무척이나 시끄러운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겨우 서른 가까운 해를 살아왔지만, 그래도 내가 자라던 그 시절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어느새 세상은 이렇게 변해 있었다. 쉴 새 없이 들리는 소음 속에서 그렇지 않아도 바쁜 일상에 지친 몸은 더욱 피곤해져만 갔다.
그래서 귀를 아프게 하는 소리를 닫고, 오직 ‘내 소리’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 보고자 했다. 늘 분주하게 통화하던 휴대폰을 끄고 걸을 때 들리는 내 발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텔레비전을 끄고 식사를 할 때 나는 ‘달가닥’거리는 소리, 글을 쓸 때 종이가 펜에 사각사각 긁히는 소리, 잠자리에서 바스락거리는 이불 소리를 들으려 노력했다.
처음엔 그저 귀가 좀 덜 아프다고만 느꼈다. 그러나 차츰, 내 움직임 때문에 나는 ‘내 소리’에만 집중한다는 것이 각종 소음들로부터 방해받지 않는 온전한 나만의 자유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찬찬히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미뤄뒀던 생각거리들, 잊고 지내던 소중한 가치들을 ‘내 소리’ 속에서 조용히 사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내 소리’에만 집중하고 ‘내 소리’만이 들리는 시간에는 ‘참 잘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가벼워진다.
바쁘고 분주한 세상의 소음을 벗어나, ‘자신의 소리’에 오롯이 귀를 기울여보자. 그래서 얻게 될 값진 자유가 바쁘고 귀아프고 어질어질한 우리들에게 조금의 여유를 가져다주지 않을까.
김경미/서울 은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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