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25일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 3차 아셈 환경장관회의에 아시아와 유럽 38개국이 참가해 에너지효율 향상과 재생에너지 보급 등 기후변화 대책을 논의했다.
유럽연합·미국, 아시아에 온실가스 감축 압력
중국·인도는 분담 소극적
새 기후변화 협약은 참여 “기후변화는 가장 중요한 지구 정치의제가 됐습니다.” 코니 헤디가드 덴마크 환경장관은 지난달 24~26일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 3차 아셈 환경장관회의 개막연설을 이렇게 시작했다. 유럽에서 지구온난화는 이상기후와 환경문제를 넘어 정치현안이 되고 있다. 유럽연합의 기후변화협상 정책조정관인 린 쉐퍼드는 “기후변화가 유럽연합 대외관계의 핵심”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번 회의에 유럽은 거의 장관급이 참가한 반면 아시아 국가들은 차관급을 주로 보낸 데서도 기후변화를 보는 ‘온도차’가 느껴진다. 기후변화를 보는 유럽의 시각은 이렇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 보고서에서 드러났듯이 온실가스 방출량을 금세기 중반까지 절반으로 줄이지 않으면 재앙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대부분 화석연료인 세계의 에너지 소비는 2030년까지 적어도 60% 늘어날 전망이다. 헤디가드 장관은 “행동에 옮기지 않는 방안은, 도덕적인 이유로 더는 우리의 선택이 될 수 없다”며 “우리 자식과 손자가 어떤 기후 속에서 살지를 정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방출량을 자발적으로 30% 줄이기로 결정했다. 프랑스 기후변화협상 담당자인 폴 웟킨슨은 “선진국이 추가 감축에 나서는 마당에 어떤 형태로든 개도국의 참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교토의정서의 원칙인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에서 개도국은 책임을 피했지만 앞으론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린피스의 기후변화 활동가인 마티나 크뤼거는 구체적으로 “선진국의 추가 삭감, 산업화 개도국은 증가율 감소, 최빈국의 기후변화 적응 지원 등 3가지 방면의 실천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도 새로운 기후변화 체제의 참여 조건으로 중국·인도 등 개도국의 의무분담을 들고 있다. 그러나 저우 지앙 중국 환경차관은 이 회의에서 중국의 탄산가스 방출 삭감노력을 장황하게 설명했을 뿐이다. 중국은 역사적인 기후변화 기여율이나 국민 1인당 배출량은 미미하지만, 올해 안에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인도와 달리는 한국은 2012년 이후 당연히 감축의무를 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웟킨슨은 “한국은 이제 기후변화에서도 개도국을 졸업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선진국에게 온실가스 배출권을 파는 청정개발체제(CDM)에서 한국이 개도국 혜택을 받는 데 대해서도 못마땅해 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았다.
이번 회의에서 유럽이 아시아의 참여를 설득하기 위해 내세운 열쇳말은 ‘단절’이다. 온실가스를 덜 내보내는 경제성장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25년간 에너지 소비를 늘리지 않고도 70%의 경제성장을 달성한 덴마크가 그런 사례이다. 그 사이 온실가스 방출량은 18% 줄었다. 그런 단절은 재생가능에너지 보급과 에너지효율 향상으로 달성할 수 있다. 기후변화의 도전을 기회로 만들자는 선진국의 ‘회유와 압박’이 얼마나 먹혀들지는, 교토체제 이후를 논의하는 오는 12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드러날 것이다. 코펜하겐/조홍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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