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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두껍아 두껍아 살집 줄게 새집 다오

등록 2007-05-08 19:02수정 2007-05-08 19:15

두꺼비생명평화회의에서 다달이 여는 ‘두꺼비 학교’에 참여한 학생들이 지난달 14일 자연안내자와 함께 아파트 단지 안에 만들어진 두꺼비생태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두꺼비생명평화회의 제공
두꺼비생명평화회의에서 다달이 여는 ‘두꺼비 학교’에 참여한 학생들이 지난달 14일 자연안내자와 함께 아파트 단지 안에 만들어진 두꺼비생태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두꺼비생명평화회의 제공
초록사회 만들기 현장을 가다 ② 청주 두꺼비 생태공원
청주의 두꺼비생태공원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실험이 진행중인 곳이다.
시민단체와 공기업이 함께 만들어가는 초록사회의 실험 현장을 찾아갔다.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사람들은 이 동요 가사처럼 하지 않았다. 새집이 필요한 사람들은 두꺼비의 헌집에는 관심이 없었다. 두꺼비는 살 터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두꺼비와 친한 사람들이 보다 못해 나섰다. 논쟁과 다툼이 벌어졌다. 다행히 절충점을 찾아 새집을 짓되, 두꺼비가 살 집도 마련하기로 했다.

동화 이야기가 아니다. 택지개발로 아파트가 들어선 청주시 산남3지구에서 생긴 일이다. 2003년 택지개발에 이어 8개 구역에 5500여 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선 이곳은 사람들이 두꺼비로 대변되는 자연과의 조화로운 공존을 실험하고 있는 지역이다.

실험의 상징은 지난해 말 완공된 두꺼비생태공원. 택지개발 주체인 토지공사가 80억원을 들여 만든 이 공원은 1만3천여평의 땅에 두꺼비 서식지인 구룡산과 산란지인 원흥이 방죽을 잇는 생태통로, 대체습지, 생태연못 등으로 이뤄져 있다. 공원 안에는 참나무, 왕버들, 두릅 등 120여 종의 나무와 꽃 등을 심어 두꺼비의 삶터를 복원하고 있다.

두꺼비 공원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2003년 택지개발이 시작되면서 두꺼비 서식지를 지키려는 환경·시민단체와 택지개발 주체인 토지공사가 두꺼비생태공원을 만든다는 합의에 이르기까지 2년 가까운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동안 시민·환경단체들은 ‘원흥이생명평화회의’를 만들어 다양한 행사를 열고 시위·농성 등을 벌이며 보존 운동을 펼쳤고, 토지공사와 시민단체는 업무 방해와 환경영향평가 소홀 등을 이유로 서로 맞고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논란이 오히려 청주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 원흥이 마을은 1만여명이 다녀갈 정도의 ‘명소’가 됐다.

그렇게 태어난 곳이어서 그런지 두꺼비생태공원에 대한 주민들의 애정은 각별하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 걸린 ‘두꺼비를 대우해야 우리도 대우받습니다’라는 현수막에는 생태공원에 대한 주민들의 생각이 어떤지를 알려준다.


아파트 지으면서 서식지 위기 처해
보존운동으로 1만3천평 환경복원
주민 스스로 가꾸는 ‘생태 교육장’

주민들은 두꺼비생태공원 관리를 맡고 있는 원흥이생명평화회의가 연 주민 대상 안내자 양성 교육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2008년부터 이곳을 찾는 학생이나 다른 지역 시민들을 대상으로 공원 안내와 생태교육을 맡게 된다. 또 입주자 대표회의는 한달에 한번씩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환경이나 생태도시 등에 대해 강연을 듣기도 한다.

생태공원에 대한 청소도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원흥이생평평화회의가 두꺼비 서식지 보호를 위해 지난해부터 벌이고 있는 구룡산 땅 한 평사기 운동에는 지금까지 1500여 계좌에 700여만원의 기금이 모아졌다.

생태공원이 만들어지면서 생존 위기에 처했던 두꺼비의 삶도 조금은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 2004년 관찰을 시작했을 때 알을 낳기 위해 구룡산에서 방죽으로 내려왔던 1천마리의 두꺼비는 2006년 260마리까지 줄었으나 공원이 완공된 올해는 350마리로 늘었다.

문제도 있다. 두꺼비생태공원은 인위적으로 ‘복원한 자연’이어서 물부족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원흥이생명평화회의는 빗물 침투 시설 설치, 지하수 개발 등의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방죽에 자연정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일부에서는 몇 백 마리 두꺼비 보존에 천문학적인 돈을 들이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원흥이 사례’는 우리 사회에 환경과 개발의 조화라는 화두를 던졌다.

실제 토지공사는 청주시 상당구 율량2지구 택지개발 때 자연하천인 율량천과 주변의 산림을 보존하기로 했고, 주택공사도 성화2지구를 개발하면서 맹꽁이 서식지 3천평을 생태공원으로 만들 예정이다.

박원희 원흥이생명평화회의 사무국장은 “원흥이마을의 실험은 아직 진행중이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두려울 때도 있다”면서도 “기업이 토지개발이나 건설 때 자연과의 공존을 진지하게 고민하도록 하는 계기가 된 것만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청주/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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