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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탐방인파 지난해 2배…북한산 ‘유원지’ 전락

등록 2007-05-15 17:56수정 2007-05-16 14:26

일요일인 지난 13일 서울 북한산 비봉을 오르려는 많은 등산객들이 암벽 위에서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비봉과 근처 향로봉은 올라가기 위험해 출입이 금지돼 있지만 등산객들이 ‘탐방로 아님’이란 팻말을 보면서도 울타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넘고 있다.
일요일인 지난 13일 서울 북한산 비봉을 오르려는 많은 등산객들이 암벽 위에서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비봉과 근처 향로봉은 올라가기 위험해 출입이 금지돼 있지만 등산객들이 ‘탐방로 아님’이란 팻말을 보면서도 울타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넘고 있다.
올 들어 벌써 3백만명…단체등산객 급증
술 먹고 계곡 점령, 샛길 뚫어 숲 파괴도
입장료 폐지 넉달째…북한산 국립공원 ‘몸살’

지난 13일 서울 불광동에서 의정부로 향하는 34번 시외버스는 일요일 아침인데도 출근버스처럼 붐볐다. 승객은 거의 대부분 등산객이다. 북한산 국립공원 입구의 주차장은 벌써 반쯤 찼다. 매표소가 바뀐 탐방지원센터 앞에서 대서문까지 왕래하는 소형버스는 타야 할 주민 대신 탐방객으로 가득했다. 정작 ‘주민차량’이라고 써붙인 승합차들은 식당 예약 등산객을 실어나르기 바빴다. 국립공원 안에 자리잡은 대규모 식당촌인 북한동에서 만난 음식점 주인 김아무개씨는 “계곡에서 놀아도 된다. 연락만 하면 승합차로 마중 나간다”며 명함을 내밀었다.

북한산 국립공원이 입장료(1600원)를 폐지한 지 4개월 남짓 만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탐방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다간 국립공원은커녕 동네 유원지가 될지 모른다”는 말이 국립공원관리공단 안에서까지 터져나오고 있다. 애초 30%쯤 늘 것으로 예상했던 탐방객 수는 예년보다 갑절 이상 늘었다. 이들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단체 참가자들은 공원관리 규정을 예사로 어긴다. 밀려든 인파가 정체를 빚자 수많은 샛길이 만들어진다. 공원관리요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북한산의 입장료 폐지가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점심 무렵, 대남문 주변엔 수백명의 탐방객들이 삼삼오오 숲속에 자리를 잡았다. 샛길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사모바위 근처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한적한 곳을 찾아 점점 더 숲속으로 들어갔다.

입장료 폐지 이후 주요 국립공원 탐방객 변화
입장료 폐지 이후 주요 국립공원 탐방객 변화
국립공원에서 정해진 탐방로를 이탈하다 적발되면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규정에 신경쓰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였다. 사고가 빈발하는 험준한 바위인 비봉과 향로봉에는 ‘탐방로 아님’ ‘위험’ 경고 팻말에도 아랑곳 않고 울타리를 넘어가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입장료 폐지 전부터 매주 북한산을 찾았다는 신소영(49)씨는 “부담이 없으니까 동네 뒷동산 가듯 아무 때나 산에 온다”며 “북한산을 후손에 고스란히 물려주려면 입장료를 다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도봉산을 현장조사한 최종관 국립공원관리공단 북한산대책팀장은 “25명의 단체 탐방객이 소주 세 상자를 들고 계곡에 가는 것을 간신히 설득해 내보냈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해마다 수락산에서 동문 등반대회를 하던 ㄱ대학 동문회가 입장료가 없어지자 북한산으로 장소를 옮기는 등 단체 탐방객이 급증한 게 전체 탐방객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올 들어 4월까지 북한산 국립공원을 찾은 사람은 모두 305만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3만여명보다 배 이상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1천만명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공단은 내다본다. 지난해 공식 탐방객 수는 487만명이었다.


이것이 입장료 폐지 이후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는 견해도 있다. 오구균 호남대 교수는 “곧 안정될 것”이라며 “그렇더라도 국립공원의 보전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는 이달 초 특별대책팀이 만들어지는 등 비상이 걸렸다. 신원우 공단 자원보전이사는 “평일에, 예년의 여름성수기 수준을 넘는 탐방객이 몰려 스스로 불편해할 정도라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공단은 향우회 등 단체행사의 북한산 개최 억제, 탐방객 입장 방법 변경, 백운산 등의 탐방예약제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국장은 “북한산 국립공원이 도시공원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국립공원의 가치를 알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현장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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