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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기적처럼 찾은 ‘미호종개’ 석달만에 사라졌다

등록 2007-05-22 17:39수정 2007-05-22 20:41

충북 진천군 백곡면 백곡천 상류가 수해 복구공사로 흘러내린 토사로 두껍게 덮여 미호종개는 물론 다른 물고기들도 자취를 감췄다. 이곳은 올 초까지만 해도 바닥에 고운 모래가 깔리고 느린 유속의 물이 흐르는 미호종개의 마지막 집단 서식지였다. 왼쪽 사진은 지난 1월30일 훼손되기 전 미호종개 서식지 모습.
충북 진천군 백곡면 백곡천 상류가 수해 복구공사로 흘러내린 토사로 두껍게 덮여 미호종개는 물론 다른 물고기들도 자취를 감췄다. 이곳은 올 초까지만 해도 바닥에 고운 모래가 깔리고 느린 유속의 물이 흐르는 미호종개의 마지막 집단 서식지였다. 왼쪽 사진은 지난 1월30일 훼손되기 전 미호종개 서식지 모습.
천연기념물 ‘마지막 서식지’ 모래사장이 펄로 뒤덮여
“인접 상류 지천 수해복구공사로 흘러내린 토사 때문”

우려했던 최악의 사태는 불과 석달 만에 현실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희귀한 민물고기의 하나인 미호종개의 대규모 서식지가 충북 진천군 백곡면 백곡천 상류에서 발견(〈한겨레〉 2월7일치 9면)됐을 때, 전문가들은 ‘이 봄을 넘기지 못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200평이 채 안 되는 좁은 수역에 서식 환경에 까다로운 미호종개가 다수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현장을 찾은 순천향대 해양생명공학과 방인철 교수팀은 1만마리 이상 있었던 미호종개를 눈을 씻고 찾아도 볼 수 없었다. 방 교수는 “기적처럼 발견한 마지막 서식지인데, 관계당국에 보호구역 지정 등 보전조처를 그토록 요청했는데도 꿈쩍하지 않더니 결국 이렇게 사라졌다”며 허탈해했다.

지난 16일 찾은 백곡천 서식지는 석달 전과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고운 모래사장은 말라붙어 쩍쩍 갈라진 펄로 뒤덮여 있었고, 하천 바닥 역시 약 10㎝ 깊이의 시커먼 펄이 쌓여있었다. 갈수기와 농번기가 겹쳐 급격히 줄어든 물 위에 부유물이 떠다녔다. 동행한 연구팀의 김낙현 연구원은 “이런 여건에선 가는 모래 속에 숨어 먹이를 걸러 먹는 미호종개가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서식지에 인접한 상류 지천에서는 지난 3월14일 진천군 발주로 시작된 안골소하천 수해 복구공사가 토사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이밖에도 서식지 상류 3㎞ 안에 백곡면 용덕리 등 적어도 4곳에서 하천 바닥을 평평하게 고르거나 하천변을 굴착하는 등 토사를 유출할 수 있는 공사가 진행중이거나 최근에 이뤄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천연기념물 보호를 맡고 있는 박원호 진천군 문화체육과장은 “수해 복구공사 때문에 미호종개가 죽은 게 아니고 여건이 나빠져 하류의 저수지로 피신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류전문가들은 이런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손영목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회장은 “미호종개는 흙탕물을 피해 다른 지류로 대피할 만큼 유영력이 없고, 흙탕물 때문에 먹이인 규조류가 사라지면 금세 굶어 죽는다”고 말했다. 박 과장도 저수지에서 미호종개를 확인한 적은 없다고 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방 교수팀이 지난해 백곡천의 미호종개를 인공증식 시키는 데 성공해 복원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이다. 물론, 손 회장의 말처럼 “자연서식지 보전이 최우선이고 인공증식은 어쩔 수 없을 때의 대안”이다.


방 교수는 “한국 고유종인 미호종개는 후손에 물려줄 귀중한 유전자원”이라며 “당장 먹고 사는 데 필요하지 않다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진천/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실험실에서 되살아나는 미호종개

인공증식으로 5천마리 사육
음성 저수지 1천여마리 방류

실험실에서 되살아나는 미호종개
실험실에서 되살아나는 미호종개
지난 16일 충북 음성군 산속의 한 저수지 상류 하천에서 순천대 어류유전육종학 실험실 연구원들이 하천 바닥의 고운 모래를 반두로 훑었다. 길이 3㎝ 가량으로 옅은 갈색의 어린 미호종개들이 30분 동안 10여마리 채집됐다. 실험실에서 태어난 미호종개가 처음으로 하천에서 현지 적응에 들어간 것이다. 연구원들은 미호종개의 투명한 배 안에 비치는 검은 식물플랑크톤으로 미뤄 이들이 먹이섭취 등에 잘 적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인철 순천대 교수팀은 지난해부터 3년 동안 미호종개를 인공증식해 생태계에 복원하는 연구용역을 환경부로부터 받았다. 지난해 백곡천의 서식지를 발견해 종묘 생산을 위한 어미를 확보한 데 이어 인공증식 기술이 착착 개발되고 있다. 백곡천의 어미는 현재 손자까지 본 상태로, 연구팀은 올해 종묘의 대량 생산에 착수할 예정이다. 현재 5천마리 이상의 미호종개가 사육되고 있다.

호르몬을 주사한 미호종개는 새벽녘에 산란에 들어간다. 모래 속에 살지만 산란행동이 특이하다. 암컷이 수면으로 솟구쳐 오르면 수컷 2~5마리가 뒤따르며 주둥이로 암컷의 복부를 자극한다. 이어 수컷은 암컷의 배 중앙을 고리로 조이듯 휘감으면서 산란과 방정이 이뤄진다. 이런 산란행위는 하루에도 몇차례 반복된다.

한 마리가 낳는 알은 1200개 정도로, 지름 1㎜ 크기의 수정된 알은 하룻만에 부화한다. 나흘이 지나면 입과 항문이 열리고 헤엄을 치기 시작한다. 어린 고기가 되려면 한 달, 어른고기와 비슷한 형태가 되려면 6개월이 걸린다.

음성군의 저수지에는 이렇게 길러낸 어린 미호종개 1천여마리가 방류됐다. 생태계 복원 이전의 예비 모니터링 단계이다. 실험실에서 생산한 미호종개가 정상적으로 자라 번식을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목표다. 내년쯤 이 미호종개의 2세가 확인되면, 본격적인 복원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방 교수는 “학계에 처음 보고된 미호종개의 채집지인 미호천 팔결교 부근의 생태계 복원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이곳의 수질 오염 치유와 서식 환경 마련이 안 될 경우, 서식 조건이 괜찮은 청양군 지천 등이 복원의 우선 대상지가 될 수 있다.

미호종개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희귀한 물고기의 하나로 미꾸리과에 속한다.

1984년 전북대 김익수 교수와 서원대 손영목 교수가 국제학계에 신종으로 보고한 한국 고유종이다. 금강 지류인 미호천에서 처음 발견돼 미호종개란 이름을 얻었지만, 서식지 파괴와 수질오염으로 급속히 줄어 미호천에선 2000년 이후 채집기록이 없어 절멸된 것으로 알려졌다. 백곡천의 대규모 서식지가 발견되기 전까지 금강과 미호천의 최상류 지류에서 지난 5년여 동안 단 6마리가 발견됐다. 정부는 뒤늦게 2005년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 454호로 지정했다. 백곡천 서식지가 망가지면서 청양군 지천 등 소규모 서식지밖에 남아있지 않아, 인공증식에 의한 생태계 복원이 추진되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된 민물고기는 이밖에 감돌고기, 꼬치동자개, 얼룩새코미꾸리, 퉁사리, 흰수마자 등이 있다.

음성/글·사진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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