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군 백곡면 백곡천 상류가 수해 복구공사로 흘러내린 토사로 두껍게 덮여 미호종개는 물론 다른 물고기들도 자취를 감췄다. 이곳은 올 초까지만 해도 바닥에 고운 모래가 깔리고 느린 유속의 물이 흐르는 미호종개의 마지막 집단 서식지였다. 왼쪽 사진은 지난 1월30일 훼손되기 전 미호종개 서식지 모습.
천연기념물 ‘마지막 서식지’ 모래사장이 펄로 뒤덮여
“인접 상류 지천 수해복구공사로 흘러내린 토사 때문”
“인접 상류 지천 수해복구공사로 흘러내린 토사 때문”
우려했던 최악의 사태는 불과 석달 만에 현실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희귀한 민물고기의 하나인 미호종개의 대규모 서식지가 충북 진천군 백곡면 백곡천 상류에서 발견(〈한겨레〉 2월7일치 9면)됐을 때, 전문가들은 ‘이 봄을 넘기지 못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200평이 채 안 되는 좁은 수역에 서식 환경에 까다로운 미호종개가 다수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현장을 찾은 순천향대 해양생명공학과 방인철 교수팀은 1만마리 이상 있었던 미호종개를 눈을 씻고 찾아도 볼 수 없었다. 방 교수는 “기적처럼 발견한 마지막 서식지인데, 관계당국에 보호구역 지정 등 보전조처를 그토록 요청했는데도 꿈쩍하지 않더니 결국 이렇게 사라졌다”며 허탈해했다. 지난 16일 찾은 백곡천 서식지는 석달 전과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고운 모래사장은 말라붙어 쩍쩍 갈라진 펄로 뒤덮여 있었고, 하천 바닥 역시 약 10㎝ 깊이의 시커먼 펄이 쌓여있었다. 갈수기와 농번기가 겹쳐 급격히 줄어든 물 위에 부유물이 떠다녔다. 동행한 연구팀의 김낙현 연구원은 “이런 여건에선 가는 모래 속에 숨어 먹이를 걸러 먹는 미호종개가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서식지에 인접한 상류 지천에서는 지난 3월14일 진천군 발주로 시작된 안골소하천 수해 복구공사가 토사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이밖에도 서식지 상류 3㎞ 안에 백곡면 용덕리 등 적어도 4곳에서 하천 바닥을 평평하게 고르거나 하천변을 굴착하는 등 토사를 유출할 수 있는 공사가 진행중이거나 최근에 이뤄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천연기념물 보호를 맡고 있는 박원호 진천군 문화체육과장은 “수해 복구공사 때문에 미호종개가 죽은 게 아니고 여건이 나빠져 하류의 저수지로 피신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류전문가들은 이런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손영목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회장은 “미호종개는 흙탕물을 피해 다른 지류로 대피할 만큼 유영력이 없고, 흙탕물 때문에 먹이인 규조류가 사라지면 금세 굶어 죽는다”고 말했다. 박 과장도 저수지에서 미호종개를 확인한 적은 없다고 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방 교수팀이 지난해 백곡천의 미호종개를 인공증식 시키는 데 성공해 복원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이다. 물론, 손 회장의 말처럼 “자연서식지 보전이 최우선이고 인공증식은 어쩔 수 없을 때의 대안”이다.
방 교수는 “한국 고유종인 미호종개는 후손에 물려줄 귀중한 유전자원”이라며 “당장 먹고 사는 데 필요하지 않다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진천/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실험실에서 되살아나는 미호종개 인공증식으로 5천마리 사육
음성 저수지 1천여마리 방류
실험실에서 되살아나는 미호종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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