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질소등 주범…노인들 천식·뇌졸중 발병률 높여”
서울대 홍윤철 교수 공동논문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이 사람들의 혈압을 높인다는 대규모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기오염이 사망률 증가 등 급성 피해를 일으킨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혈압 상승을 초래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는 다른 7명과 공동저자로 29일 국제학술지 <역학 및 지역보건>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여름에는 이산화질소와 미세먼지가, 겨울에는 오존과 이산화질소가 혈압을 높인다고 밝혔다. 이 조사는 인하대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1만459명을 대상으로 2001~2003년에 이뤄졌다.
조사 결과 7~9월 사이 이산화질소가 10㎍/㎥ 늘어날 때 수축기혈압은 평균 1.8㎜Hg, 미세먼지의 경우는 0.7㎜Hg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12월엔 오존과 이산화질소 10㎍/㎥ 증가가 약 0.5㎜Hg의 혈압 상승을 불렀다. 이처럼 겨울보다 여름에 더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입자의 조성이 계절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라고 논문은 분석했다. 홍 교수는 “오염이 심한 날이면 오염도가 40㎍/㎥ 이상 높아져 혈압 상승폭이 6~8㎜Hg에 이르게 된다”며 “혈압에 취약한 노인 등에게 이는 심각한 보건문제”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처럼 대기오염이 혈압을 높이는 이유를 “오염물질이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깨뜨려 심장박동을 불규칙하게 만드는 등 교감신경계를 자극하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홍 교수는 28일 환경의학연구소 주최로 열린 ‘노령인구의 건강특성과 환경보건’ 심포지엄에서 노인들은 일산화탄소 등 대기오염물질 때문에 뇌졸중과 천식 등에 걸릴 위험이 다른 연령층보다 훨씬 높다는 실증적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1999~2003년 서울 등 전국 6대 도시에서 병원에 입원한 천식과 뇌졸중 환자와 당시의 대기오염 자료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보면, 미세먼지 오염도가 40㎍/㎥ 높아질 때 천식으로 입원할 위험도는 65살 미만에서 0.8% 증가한 데 비해 65살 이상에선 그 3배가 넘는 2.5%나 증가했다.
미세먼지 증가에 따른 뇌졸중 입원 확률도 노인층이 다른 연령층에 견줘 2배 가까이 높았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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