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결과, 대부분 지하수서 휘발유첨가제 MTBE 검출돼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넣을 때, 연료통으로 휘발유만 들어가는 건 아니다. 이름도 낯선 메틸 터셔리 부틸에테르(MTBE)란 첨가제는 주문하지 않아도 내 차로 들어온다. 휘발유에서 차지하는 부피가 10~15%나 된다.
이 물질은 우리나라에서 1993년부터 휘발유의 산소비율을 높이는 옥탄가 향상제로 쓰이기 시작했다. 그 전에 쓰던 사에틸납이 심각한 환경문제를 일으키자 나온 대체품이다. 납중독의 위험을 줄였을 뿐 아니라, 휘발유에 산소가 늘어나면서 배기가스 중 일산화탄소도 줄여준다. 환경부가 이 첨가제 사용을 적극 권장한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MTBE 이상적인 화학물질 평가 받다가, `지하수 오염 주범'으로
하지만 이상적인 화학물질로 칭송이 자자하던 디디티나 프레온가스 등의 말로처럼 엠티비이도 뒤끝이 좋지 않았다. 199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 시의 한 지하 식수원에서 고농도의 엠티비이가 검출됐다. 뒤이어 미국 안의 수만 곳에서 비슷한 오염사례가 발견됐다. 주유소의 지하탱크에서 누출된 휘발유 속의 엠티비이가 지하수 오염의 주범으로 떠올랐다. 정화비용만도 업계 추산으로 29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누가 천문학적인 정화비용을 부담할 것인지를 놓고 요즘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 미국 내 19개 주에서 이 물질의 사용이 금지됐다. 연방 차원에서 금지하려는 환경보호청의 계획은 석유기업을 아끼는 부시 대통령에 의해 무산됐다.
우리나라에서 엠티비이 오염실태가 처음 드러난 것은 지난해였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공주대 신호상 교수에게 맡겨 조사한 결과 413개 주유소의 지하수 가운데 54.5%인 225곳에서 엠티비이가 검출됐다. 이 가운데 35곳은 식수로 쓰이던 지하수였다.
엠티비이는 자연계에서 생기는 물질이 아니다. 이 물질을 만드는 공장이거나 주유소 또는 자동차에서 흘린 휘발유에 들어있는 것이 전부다. 따라서 지하수 속에서 이 물질이 나왔다는 것은 지하수가 많든 적든 휘발유로 오염됐음을 뜻한다. 지난해 조사는 주유소의 관정 자체를 조사했기 때문에 휘발유의 누출실태를 밝혔지만 휘발유의 영향이 어디까지 번졌는지는 알 수가 없다.
국립환경과학원, 지난해 이어 두번째 조사 국립환경과학원이 2차로 엠티비이의 확산실태를 조사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이번 조사의 초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지난번 조사 때 고농도의 첨가물이 나온 관정 주변에서 오염물질이 얼마나 확산됐나를 확인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유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무작위로 조사해 엠티비이가 우리 국토를 얼마나 오염시켰는지(곧 배경농도)를 알아보는 것이다. 오염관정 3개 주변의 64곳을 측정해 본 결과 반경 1㎞ 안 4곳 중 3곳에서 엠티비이가 나왔다. 농도도 지난해에 195.8㎍/ℓ(1㎍은 1백만분의 1g)이던 것이 이번에 156.7㎍/ℓ로 나타났다. 여전히 고농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우리는 엠티비이가 지하수 속에선 좀처럼 분해되지 않으며 또 쉽사리 주변으로 확산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물질은 지상에선 바로 분해돼 없어지지만 지하에선 수십년간 분해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경농도 조사는 주변 1㎞ 안에 주유소가 없는 전국 55개 지점에서 이뤄졌다. 박응렬 환경부 토양지하수과장은 이 결과에 대해 “국내 지하수 중 엠티비이의 평균 배경농도는 0.04㎍/ℓ으로 미국의 10분의 1 수준으로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농도보다는 검출범위로 보인다. 두 차례 조사에서 이 첨가제가 검출되지 않은 곳은 전국 55곳 가운데 10곳에 불과했다. 전국 지하수의 약 82%가 휘발유 사용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MTBE, 환경부 ‘잠재적인 인체발암 의심물질’로 분류 엠티비이는 ‘아직’ 발암물질이 아니다. 국제암연구기구 등 어디서도 발암물질로 분류한 곳은 없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고농도를 투입했을 때 잠재적인 발암물질일 가능성은 있지만 저농도에선 아직 모른다고 밝히고 있다. 환경부도 ‘잠재적인 인체발암 의심물질’이란 기다란 표현을 쓰고 있다. 업계에선 자동차 배기가스를 정화해 주는데, 지하수 오염의 원흉으로 몰려 억울하다는 항변도 나온다. 엠티비이가 그 자체로 독성은 그리 크지 않을지 몰라도 위험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엠티비이는 에테르의 일종이다. 따라서 휘발유에 든 다른 독성물질, 예컨대 발암물질인 벤젠이 지하수에 잘 녹아들도록 돕는 구실을 한다. 따라서 지하수가 휘발유 성분으로 오염돼서 좋을 건 없다. 게다가 그 영향은 수십년간 계속된다. 환경부는 신중하다. 이 물질의 위해성이 아직 불확실하고 대기오염 개선에 기여하며 미국을 뺀 다른 나라에서 사용제한 등 규제에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그래서 이 물질의 관리방안, 대체물질의 타당성 등을 검토하는 연구용역을 다시 맡기기로 했다. 엠티비이 사용이 금지되든 안 되든, 우리는 이 땅이 자동차와 그 연료에 의해 광범하게 오염됐음을 이 참에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국립환경과학원, 지난해 이어 두번째 조사 국립환경과학원이 2차로 엠티비이의 확산실태를 조사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이번 조사의 초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지난번 조사 때 고농도의 첨가물이 나온 관정 주변에서 오염물질이 얼마나 확산됐나를 확인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유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무작위로 조사해 엠티비이가 우리 국토를 얼마나 오염시켰는지(곧 배경농도)를 알아보는 것이다. 오염관정 3개 주변의 64곳을 측정해 본 결과 반경 1㎞ 안 4곳 중 3곳에서 엠티비이가 나왔다. 농도도 지난해에 195.8㎍/ℓ(1㎍은 1백만분의 1g)이던 것이 이번에 156.7㎍/ℓ로 나타났다. 여전히 고농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우리는 엠티비이가 지하수 속에선 좀처럼 분해되지 않으며 또 쉽사리 주변으로 확산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물질은 지상에선 바로 분해돼 없어지지만 지하에선 수십년간 분해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경농도 조사는 주변 1㎞ 안에 주유소가 없는 전국 55개 지점에서 이뤄졌다. 박응렬 환경부 토양지하수과장은 이 결과에 대해 “국내 지하수 중 엠티비이의 평균 배경농도는 0.04㎍/ℓ으로 미국의 10분의 1 수준으로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농도보다는 검출범위로 보인다. 두 차례 조사에서 이 첨가제가 검출되지 않은 곳은 전국 55곳 가운데 10곳에 불과했다. 전국 지하수의 약 82%가 휘발유 사용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MTBE, 환경부 ‘잠재적인 인체발암 의심물질’로 분류 엠티비이는 ‘아직’ 발암물질이 아니다. 국제암연구기구 등 어디서도 발암물질로 분류한 곳은 없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고농도를 투입했을 때 잠재적인 발암물질일 가능성은 있지만 저농도에선 아직 모른다고 밝히고 있다. 환경부도 ‘잠재적인 인체발암 의심물질’이란 기다란 표현을 쓰고 있다. 업계에선 자동차 배기가스를 정화해 주는데, 지하수 오염의 원흉으로 몰려 억울하다는 항변도 나온다. 엠티비이가 그 자체로 독성은 그리 크지 않을지 몰라도 위험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엠티비이는 에테르의 일종이다. 따라서 휘발유에 든 다른 독성물질, 예컨대 발암물질인 벤젠이 지하수에 잘 녹아들도록 돕는 구실을 한다. 따라서 지하수가 휘발유 성분으로 오염돼서 좋을 건 없다. 게다가 그 영향은 수십년간 계속된다. 환경부는 신중하다. 이 물질의 위해성이 아직 불확실하고 대기오염 개선에 기여하며 미국을 뺀 다른 나라에서 사용제한 등 규제에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그래서 이 물질의 관리방안, 대체물질의 타당성 등을 검토하는 연구용역을 다시 맡기기로 했다. 엠티비이 사용이 금지되든 안 되든, 우리는 이 땅이 자동차와 그 연료에 의해 광범하게 오염됐음을 이 참에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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