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환경

조류 약해지고 산소부족 ‘새만금이 질식한다’

등록 2007-06-19 17:51수정 2007-06-19 19:17

새만금 방조제
새만금 방조제
끝막이 완공 1년뒤
“배수갑문을 통해 방조제 안의 물이 해양으로 배출되고, 방조제 내부의 수심이 전반적으로 깊지 않아 물이 정체되거나 성층을 형성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지난해 3월 새만금 소송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농림부 쪽 전문가는 원고 쪽이 주장하는 중대한 오염사태는 없을 것이라며 이렇게 진술했다. 시민단체 쪽이 패소한 데는 해양·수질 오염의 심각성에 대한 엇갈린 견해가 한몫했다. 그러나 끝막이 공사 이후의 환경 변화를 조사한 정부 보고서는 시민단체들의 우려가 옳았음을 보여준다. 해양수산부가 19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강기갑 의원에게 낸 ‘2006 새만금 해양환경보전대책을 위한 조사연구’ 보고서는 방조제로 조류가 약해지면서 바닷물이 섞이지 않는 ‘성층현상’이 심각해 수질오염을 가속시키고 있으며, 두 개의 갑문으로 해수를 유통할 경우 식물플랑크톤이 급격히 번식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새만금 방조제 안쪽의 용존산소 농도
새만금 방조제 안쪽의 용존산소 농도

물 안섞이는 ‘성층현상’에 적조 심각
두 갑문 상시개방땐 오염도 낮아져

성층현상=끝막이 공사 이후 배수갑문을 모두 열어도 드나드는 조류의 세기는 최고 80% 이상 약화됐다. 이에 따라 가벼운 담수와 무거운 해수가 층을 이뤄 섞이지 않는 성층현상이 지난해 여름 방조제 안쪽 전역에서 확인됐으며, 그 강도도 끝막이 전보다 3배나 강해졌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성층이 일어난 수역에서 상층과 하층의 수온은 5도, 용존산소는 5㎎/ℓ 이상 차이가 났다. 7~8월에 걸쳐 만경수역에서는 바닥의 용존산소가 5㎎/ℓ를 밑도는 저산소층이 형성됐다. 물속 산소농도는 7월 5.7㎎/ℓ, 8월 4.4㎎/ℓ로 나타났다. 특히 7월 하순에는 1주일 이상 저산소층이 지속됐다. 성층화에 따른 영향에 대해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바닥에 오염물질이 쌓여 산소가 고갈되면서 생물의 집단폐사가 일어날 수 있고, 산소가 부족한 혐기성 상태에서는 퇴적물 속의 중금속이 쉽게 물에 녹아난다”고 설명했다.

수질오염 실태=지난해 방조제 안쪽 새만금 해역의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9월을 빼고 매달 3등급 기준인 3㎎/ℓ를 넘어섰다. 3월과 7월엔 5㎎/ℓ를 웃돌았다. 이런 수질은 생물의 서식과 양식, 해수욕에 부적당하고 공업용 냉각수나 선박의 정박 등에나 쓰인다. 2005년 전국 연안의 평균 시오디는 1.23㎎/ℓ였고 오염이 심한 시화호는 4.16㎎/ℓ, 마산만이 2.95㎎/ℓ, 광양만 1.39㎎/ℓ였다.

강기갑 의원은 “새만금도 시화호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수질오염을 피할 수 없음이 드러났다”며 “특별법까지 만들어 내부를 개발하려 고민할 때가 아니라 죽어가는 새만금을 살리기 위해 해수유통 확대 등에 뜻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질오염의 원인은 만경·동진강을 통해 들어온 영양물질로 번창하는 식물플랑크톤이다. 끝막이 공사 이후 이들이 크게 증식해 적조가 빈발하고 있다. 보고서는 지난해 8~9월 발생해 변산해수욕장까지 퍼진 대규모 누런 거품띠는 사멸한 적조생물의 잔해라고 밝혔다.

시나리오=연구팀이 여러 방식의 해수유통에 따른 수질 변화를 예측해 본 결과, 현재 계획대로 신시·가력 갑문을 내부관리수위를 유지하면서 여닫는 방식으로 운용할 때 최악의 수질오염 사태가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만경수역의 식물플랑크톤(클로로필-a) 농도는 97.22㎎/ℓ까지 치솟는 것으로 예상됐다. 총인농도도 과영양 수준인 0.1㎎/ℓ를 넘는 평균 0.124㎎/ℓ가 될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두 갑문을 항상 개방했을 때 총인은 절반 수준인 0.069㎎/ℓ로, 끝막이공사 이전 수준(폭 2.7㎞)으로 해수를 상시 유통시킬 때는 0.059㎎/ℓ로 오염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방조제가 막힌 이후 6m에 이르던 조차가 1m 이하로 줄어 드러나는 개펄이 적어지자 맨손어민들이 물속에까지 들어가 백합을 잡고 있다. 발을 헛디딘 어민이 숨지는 사고도 일어난다. 주용기 제공.
방조제가 막힌 이후 6m에 이르던 조차가 1m 이하로 줄어 드러나는 개펄이 적어지자 맨손어민들이 물속에까지 들어가 백합을 잡고 있다. 발을 헛디딘 어민이 숨지는 사고도 일어난다. 주용기 제공.

새만금 사람들 어떻게 사나
개펄 줄어 백합 채취량 절반 ‘뚝’…우울증 시달려

새만금에 기대어 살던 사람들은 ‘바다 시계’ 곧 물때에 맞춰 살았다. 물이 빠지면 새벽에라도 개펄로 일하러 나갔다. 하지만 요즘 어민들의 삶을 결정하는 건 새만금 방조제의 배수갑문을 조작하는 한국농촌공사다.

김준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 13일 새만금 국민회의가 주최한 새만금환경모니터링 발표 심포지엄에서 ‘물막이 이후 새만금 연안 주민들의 생활 변화’를 발표했다.

맨손어민들은 과거 물이 가장 많이 들고 많이 썰어 개펄이 넓게 드러나는 사리 때를 중심으로 백합을 잡았다. 그러나 방조제가 막힌 뒤 사리 때 들어온 바닷물은 미처 빠지기도 전에 밀물로 바뀌어 작업을 할 수 없다. 대신 바닷물이 적게 들어왔다 빠지는 조금 때가 작업 시간이다. 줄어든 개펄에서 어민들은 마지막 남은 어린 백합까지 잡아들인다.

배수갑문 조작은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갑문을 열어 물을 많이 빼면 배를 이용한 조개잡이는 불가능하지만 전통도구인 그레로 개펄을 긁어 백합을 잡는 어민들은 일을 할 수 있다. 반대로 물을 빼지 않으면 배를 타는 어민들만이 일을 할 수 있다. 김제읍 거전마을에서 맨손어업을 하는 한 어민(38·여)은 지난달 22일 동안 개펄에 나가 478㎏의 백합을 잡아 159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방조제가 막히기 전보다 채취량은 절반으로, 수익은 30~40% 줄었다.

김 교수는 중요한 소득원이던 갯살림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어민들 사이의 갈등이 빚어지는가 하면 여성 어민들은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평생을 갯바람을 맞으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농사를 강요하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으라고 하는 것은 국가폭력”이라며 “이들에게 공공근로 일자리를 선심 쓰듯 제공할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컨설팅을 포함한 현실적인 생계지원대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홍섭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지금 당장 기후 행동”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