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 민노당 예비후보 에너지정책구상 발표
“내 아버지는 낙타를 타고 다녔다. 나는 차를 몰고 다닌다. 내 아들은 제트기를 타고 다닌다. 내 아들의 아들은 다시 낙타를 타고 다닐 것이다.” 에너지 위기를 경고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격언이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 예비후보가 25·26일 발표한 에너지정책구상 ‘시나리오 2030’은 이 격언으로 시작한다.
그는 석유 생산량이 하향세로 접어드는 ‘석유 정점’이 다가오고 있고 이산화탄소 의무감축 대상국이 될 것이 뻔한데도 우리나라는 2011년까지 석유에 더욱 의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비판한다.
‘시나리오 2030’은 석유와 원자력 중심의 현 에너지 체계를 지속가능 에너지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력 부문에서는 원자력을 풍력과 태양광으로 대체하고, 수송 부문에서는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고 바이오연료 이용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권 후보는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전면 수정 또는 원점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며 “에너지 절약, 에너지 효율 향상,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뼈대로 하는 에너지 전환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시나리오는 수도권을 위해 지방이 희생하는 에너지 양극화·불평등 구조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정부의 3차 전력수급기본계획대로 발전소가 건설되면 2015년까지 영흥·당진·태안 등 서해 중부권에만 25기의 대규모 화력발전소가 가동된다. 결국 유연탄을 태워서 나오는 다량의 오염물질은 충남에서 배출되고, 여기서 얻어지는 전기는 수도권이 사용하는 불평등 구조가 더욱 심해진다는 이야기다. 고리-월성권의 경우, 14개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되는 등 특정 지역 원자력발전소 편중현상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그는 특히 “원자력이 친환경적이란 주장은 거짓말”이라며 “원자력문화재단을 해체하고 대신 재생가능에너지재단을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또 최근의 유류세 인하 논란과 관련해 “고유가를 빌미로 한 정유업계의 얄팍한 상술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하지만 화석연료 소비를 현상유지 내지 증가시킬 개연성이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홍섭 기자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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