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 자락인 서울구치소 뒤 야산에 물이 많은 논이 있었다. 정부는 2005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던 이 일대에 무주택 서민을 위한 주택단지를 건설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개발제한구역을 풀어 개발하는 만큼, 주변 산림과 사업지구 안 녹지와 하천이 잘 연계된 모범적인 생태보전 시범단지로 조성할 것을 요구하며 사업에 동의했다.
보상이 끝난 지난해부터 농사를 짓지 않자 논은 빠르게 습지로 바뀌었다. 9일 경기도 의왕시 ‘포일2 국민임대주택단지’에 있는 습지에서 논의 흔적을 찾기는 힘들었다. 주변 산 계곡에서 실개울이 흘러드는 묵논은 부들 등 물풀로 빽빽하게 뒤덮여 있었다. 습지 곤충인 왕잠자리·밀잠자리·노란실잠자리가 날아다녔고 파랑새와 뻐꾸기가 쉽게 눈에 띄었다.
동행한 안명균 안양·군포·의왕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멸종위기종인 꼬마잠자리와 애반딧불이가 발견됐고 두꺼비도 이곳에서 집단번식하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밤중에 오면 청개구리 울음소리로 귀가 멍멍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곳에는 택지개발계획에 따라 도로가 들어설 예정이다.
임인승 대한주택공사 경기본부 차장은 “애초 이곳은 환경적 가치가 없는 농지였을 뿐”이라며 “다른 데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에 보전해야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공은 대신 다른 곳에 대체습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안명균 사무처장은 “보호종인 파파리반딧불이와 식충식물인 통발, 논조개 등이 분포하는 것으로 보아 논이었을 때부터 습지기능이 유지됐음을 알 수 있다”며 “이곳을 습지생태공원으로 조성해 교육과 휴식시설로 활용하면 단지의 가치도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주공이 이곳의 개발과 관련해 김귀곤 서울대 교수팀에게 의뢰한 ‘생태도시 조성방안’에는 산 주변의 물줄기에 잠자리와 반딧불이 서식지를 만들고 묵논을 습지로 복원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의왕/조홍섭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