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에 있는 석호 송지호
아름다운 수상도시 베네치아(베니스)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관광지다. 우리나라에도 베네치아와 비슷한 곳이 있다. 적어도 지형적으로 동해안 고성에서 속초, 양양, 강릉 일대는 한국의 베네치아다. 베네치아시는 ‘베네치아 라군’에 자리잡았다. 라군(lagoon)은 바다가 모래로 가로막혀 생긴 호수, 곧 석호(潟湖)를 가리킨다. 동해에는 경포호, 청초호, 영랑호, 화진포호, 송지호 등 모두 18개의 석호가 있다. 이들은 매우 독특한 지질학적, 생태학적 가치를 지녔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알려지지도 대접받지도 못했다. 오히려 난개발과 환경오염의 상징이 됐다. 이런 석호를 복원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과연 석호는 ‘청계천’처럼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지난 13일 속초시 마레몬스호텔에서 원주지방환경청, 강원발전연구원, 강원대 주최로 열린 대규모 석호 심포지엄에서는 정책당국자와 전문가들이 이제까지 석호 관리를 잘못해 왔다는 반성을 해 눈길을 끌었다. 문남수 강원도 맑은물보전과장은 “국도 7호선을 확장하면서 석호와 바다를 곳곳에서 단절시킨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성한 환경부 수생태보전과장도 “오염하천 정화사업의 일환으로 석호의 수질개선을 개별 특성과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추진한 것은 잘못됐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밀한 조사를 바탕으로 호수 생태계를 제대로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들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과거 사업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결과적으로 성공하지도 못할 수질오염 개선에만 예산을 쏟아부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았다. 동해 자연사의 보물인 석호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잘 보전하기는커녕 마구잡이 개발과 오염으로 망가뜨렸다는 안타까움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살아 움직이는 호수
석호는 계곡에 댐을 쌓아 물을 가둔 인공호와 달리 자연호수다. 석호는 기후변화의 결과로 탄생했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약 1만8천년 전 해수면이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동해로 흘러들던 하천의 하구가 바다에 잠기면서 연안 해류가 모래를 쌓아 하구가 차츰 막혀갔다. 약 4천~6천년 전 하천 하구에 정체된 수역이 생겨났다. 지질학적으로 볼 때 아주 최근에 생긴 호수인 셈이다. 이 호수는 애초 깊지 않은데다 하천을 따라 토사가 유입되기 때문에 언젠가는 습지를 거쳐 육지로 바뀔 운명을 타고났다. 석호는 육지를 향해 줄달음치고 있는 만큼 생태 또한 역동적이다. 우리 눈에 고요해 보일지라도 이 호수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석호의 환경은 극단적이다. 홍수 땐 하천을 통해 민물이 쏟아져 들어와 호수의 염도가 뚝 떨어지지만 밀물 때나 큰 파도가 치면 ‘갯터짐’ 현상이 벌어져 호수와 바다의 연결통로를 타고 들어온 바닷물이 호수를 뒤덮는다. 염분농도가 급변한다. 잉어와 숭어가 함께 살지만 잉어는 여차하면 하천쪽으로 숭어는 바다쪽으로 달아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지난 1월 영랑호에선 갑자기 염도가 높아지자 하천 입구쪽으로 미처 피하지 못한 잉어들이 새까맣게 몰려들다 떼죽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바닷물과 민물은 잘 섞이지 않아 층을 이룬다. 하천에 실려온 각종 유기물질은 바닷물을 만나면 입자가 돼 바닥에 가라앉는다. 호수가 깊지 않은데도 여름철엔 호수바닥의 산소가 거의 고갈돼 물고기가 떼죽음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수심이 얕아 여름엔 데워놓은 듯하고 겨울엔 얼음물로 변한다. 경포호의 평균수심은 1.4m이고, 가장 깊은 청초호와 송지호도 평균 3m밖에 안 된다. 이런 거친 환경에서는 그곳에 적응한 생물들만 생존할 수 있다. 애초에 생물다양성이 낮다. 반면에 영양분이 충분하기 때문에 기회를 잡은 특정 생물은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한다. 그래서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역 생태계의 생산성은 열대우림에 맞먹을 만큼 높다.
바다와 호수의 단절
자연상태에서도 불안정한 석호는 사람이 개입하면서 급격한 환경변화를 맞았다. 아예 호수 자체의 존재가 위태롭기도 하다. 경포호의 예를 보자.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안현천과 경포천이 호수로 흘러들고 하루 두 차례 바닷물이 유입되는 전형적인 석호 형태를 유지했다. 안현천 입구에는 대규모 습지도 있었다. 그러나 하천을 통해 토사유입이 심하자 1966년 두 하천의 유로를 변경해 호수 유입을 차단했다. 1978년에 경호교보를 설치해 호수를 바다와 단절시켜, 기수호였던 경포호는 담수호로 바뀌어 갔다. 1990년대 들어 수질오염이 심해지고 물고기 떼죽음 사태가 잇따르자 바닥치기(준설), 수질정화 습지조성 등 온갖 노력을 기울였으나 효과가 없었다. 마침내 1995년 보를 터 해수유통을 시작하자 오염도는 떨어졌지만, 담수호였던 호수는 다시 해수호에 가깝게 바뀌고 있다. 이 호수엔 염분에 강한 갈대가 조금 남았을 뿐 담수호의 흔적은 찾기 힘들다.
그래도 호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경포호는 나은 편이다. 풍호는 영동화력이 석탄재를 매립해 호수의 흔적이 사라졌고 군개호(궁개버덩)은 하조대 집단시설지구로 지정되면서 대부분 매립돼 도로로 바뀌었다.
향호에선 규사를 채취해 깊어진 호수에 오염물질이 쌓여, 깊은 곳엔 생물이 살 수 없는 무산소상태다. 깊은 바닥에 산소가 없기는 매호도 마찬가지다. 염개호는 염전으로 쓰이다 매립돼 창고가 들어서 있으며 작은 웅덩이가 남아 있다. 쌍호의 한쪽 호수는 매립돼 논이 됐고 다른 한쪽도 대부분 늪으로 바뀌었다. 청초호는 속초항 1종 어항으로 지정된 뒤 각종 개발사업이 집중돼, 다른 석호 파괴의 모델이 되고 있다. 원주지방환경청이 동해안 석호를 환경용량을 감안해 평가한 결과 인간의 개발압력이 가장 덜한 호수는 화진포호, 송지호, 영랑호, 매호와 향호, 경포호, 청초호 순으로 나타났다. 많은 전문가들은 송지호가 자연성을 가장 많이 간직한 석호로 꼽는다. 석호를 망가뜨린 원흉은 도로이다. 현재 왕복 4차선으로 확장된 국도 7호선은 바다와 석호를 연결하는 모래언덕 위를 지난다. 송지호 등 일부를 뺀 대부분의 석호는 이 때문에 바다와 자연스럽게 소통할 통로가 차단됐다. 석호 생태계의 역동성이 살아남으려면 바다와의 소통이 필수적이다. 석호가 시름시름 썪어들어가고 연례행사로 물고기 떼죽음 사태가 나는 데는, 육지에서 밀려 들어오는 생활하수, 비료와 농약, 축산폐수 등에 못지않게 바다와의 단절이 중요한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게다가 모래언덕 위에 앞다퉈 들어서는 관광시설, 병원, 학교 등은 이런 단절을 더욱 공고화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쪽의 석호 관리가 눈길을 끈다. 이규송 강릉대 생물학과 교수는 인공위성 사진을 볼 때, 북한의 석호 감호는 바다와의 연결이 자연스럽고 사구의 식생이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일회 강릉대 생물학과 교수도 북한의 석호인 광포, 천아포, 강동호 등이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며 강동호의 진흙을 의학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한의 석호 가운데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하나도 없다. 수질개선이 전부 아니다 우리나라 호수 가운데 가장 오염된 호수는 바로 석호이다. 문제는 1990년대 이후 수질오염의 심각성이 불거져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는데도 개선될 조짐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화진포호에는 2002년부터 2004년까지 27억원을 들여 습지와 수초재배섬을 조성하고 하수 차집관로를 설치했다. 지난해 화진포호의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6.8ppm으로 사업을 시작하기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시화호의 오염도 2.7ppm보다 2배가 넘는 수준이다. 해수유통을 한 경포호와 청초호를 뺀 대부분의 석호에서 수질은 개선사업을 하는데도 악화되고 있다. 석호들은 현재 녹조현상이 나타나고 무산소층이 형성돼 물고기 떼죽음을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허우명 강원대 교수는 “대부분의 석호가 부영양 또는 과영양호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하수나 폐수, 비점오염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 큰 원인이다. 그러나 석호의 수질오염에 대한 오해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허 교수는 “석호는 호수내 자체 생성 유기물 부하량이 많아 수질개선이 애초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밖에서 오염물질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수초와 식물플랑크톤이 죽어서 생기는 유기물질이 많아 부영양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석호에서 어느 정도의 수질오염은 불가피하며, 수질만 붙들고 있다가는 석호 생태계를 살릴 수 없다는 얘기다. 환경부도 이런 점에 동의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미 수질오염에서 하천 생태계 복원으로 정책목표를 바꾸었다. 하천이 생태적으로 살아나지 않는다면 수질 개선은 아무 의미가 없다. 석호는 동해 문화의 원류 송지호에서는 재첩이 난다. 주민들은 해마다 100t 가량의 재첩을 잡아 모두 일본에 수출해 약 3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재첩은 송지호가 살아있음을 보여주지만 실제로 호수를 살리기도 한다. 김일회 교수는 “5㎝ 크기의 조개는 하루에 약 200ℓ의 물에서 유기물, 세균, 원생동물을 걸러먹는다”며 “1㎡당 1마리가 있다고 해도 1㎢의 석호에는 1백만 마리의 조개가 살기 때문에 경포호 정도의 크기라면 닷새면 물을 완전히 여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수질오염과 무분별한 준설이 이뤄지기 전 화진포, 매호, 향호 등에도 재첩이 다량 서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석호의 생태회복이 수질개선과 주민의 소득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송지호의 재첩어민이면서 ‘송지호 지킴이’로 알려진 함익영씨는 “호수는 그곳에서 사는 주민이 제일 잘 안다”며 석호복원에 주민들의 지식을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청초호 일대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장석근 속초·고성환경운동연합 의장은 “환경부가 청초호를 7개 집중관리 대상 석호에서 빼놓았지만 청초천 유입구 습지에는 흰꼬리수리, 고니 등 수많은 희귀 철새들이 찾아오는 중간쉼터”라며 “청초호를 보호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종길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은 “이제까지 석호의 경관적 가치에 치중하다 보니 문화와 자연사적 가치를 소홀히 했다”며 “석호 복원은 바다와의 소통 유지와 담수 유입지의 습지화를 통해 자연성을 되살리는 한편 지역주민의 참여를 강화하는 쪽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애초 내년 말까지로 예정된 석호 복원을 위한 생태계 정밀조사를 몇년 늦추더라도 개별 석호의 특성에 맞는 복원방향을 찾아나간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석호 복원이 관광 등 지역개발과 졸속으로 연결될 것을 경계한다. 이규송 교수는 “석호생태계를 제대로 알기도 전에 섣부르게 복원에 나선다면 오히려 석호를 파괴하는 결과를 빚는다”며 “고유의 자연사를 간직한 부분에 대한 보전조처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속초/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ㅐ
석호의 형성
향호에선 규사를 채취해 깊어진 호수에 오염물질이 쌓여, 깊은 곳엔 생물이 살 수 없는 무산소상태다. 깊은 바닥에 산소가 없기는 매호도 마찬가지다. 염개호는 염전으로 쓰이다 매립돼 창고가 들어서 있으며 작은 웅덩이가 남아 있다. 쌍호의 한쪽 호수는 매립돼 논이 됐고 다른 한쪽도 대부분 늪으로 바뀌었다. 청초호는 속초항 1종 어항으로 지정된 뒤 각종 개발사업이 집중돼, 다른 석호 파괴의 모델이 되고 있다. 원주지방환경청이 동해안 석호를 환경용량을 감안해 평가한 결과 인간의 개발압력이 가장 덜한 호수는 화진포호, 송지호, 영랑호, 매호와 향호, 경포호, 청초호 순으로 나타났다. 많은 전문가들은 송지호가 자연성을 가장 많이 간직한 석호로 꼽는다. 석호를 망가뜨린 원흉은 도로이다. 현재 왕복 4차선으로 확장된 국도 7호선은 바다와 석호를 연결하는 모래언덕 위를 지난다. 송지호 등 일부를 뺀 대부분의 석호는 이 때문에 바다와 자연스럽게 소통할 통로가 차단됐다. 석호 생태계의 역동성이 살아남으려면 바다와의 소통이 필수적이다. 석호가 시름시름 썪어들어가고 연례행사로 물고기 떼죽음 사태가 나는 데는, 육지에서 밀려 들어오는 생활하수, 비료와 농약, 축산폐수 등에 못지않게 바다와의 단절이 중요한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게다가 모래언덕 위에 앞다퉈 들어서는 관광시설, 병원, 학교 등은 이런 단절을 더욱 공고화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쪽의 석호 관리가 눈길을 끈다. 이규송 강릉대 생물학과 교수는 인공위성 사진을 볼 때, 북한의 석호 감호는 바다와의 연결이 자연스럽고 사구의 식생이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일회 강릉대 생물학과 교수도 북한의 석호인 광포, 천아포, 강동호 등이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며 강동호의 진흙을 의학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한의 석호 가운데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하나도 없다. 수질개선이 전부 아니다 우리나라 호수 가운데 가장 오염된 호수는 바로 석호이다. 문제는 1990년대 이후 수질오염의 심각성이 불거져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는데도 개선될 조짐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화진포호에는 2002년부터 2004년까지 27억원을 들여 습지와 수초재배섬을 조성하고 하수 차집관로를 설치했다. 지난해 화진포호의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6.8ppm으로 사업을 시작하기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시화호의 오염도 2.7ppm보다 2배가 넘는 수준이다. 해수유통을 한 경포호와 청초호를 뺀 대부분의 석호에서 수질은 개선사업을 하는데도 악화되고 있다. 석호들은 현재 녹조현상이 나타나고 무산소층이 형성돼 물고기 떼죽음을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허우명 강원대 교수는 “대부분의 석호가 부영양 또는 과영양호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하수나 폐수, 비점오염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 큰 원인이다. 그러나 석호의 수질오염에 대한 오해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허 교수는 “석호는 호수내 자체 생성 유기물 부하량이 많아 수질개선이 애초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밖에서 오염물질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수초와 식물플랑크톤이 죽어서 생기는 유기물질이 많아 부영양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석호에서 어느 정도의 수질오염은 불가피하며, 수질만 붙들고 있다가는 석호 생태계를 살릴 수 없다는 얘기다. 환경부도 이런 점에 동의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미 수질오염에서 하천 생태계 복원으로 정책목표를 바꾸었다. 하천이 생태적으로 살아나지 않는다면 수질 개선은 아무 의미가 없다. 석호는 동해 문화의 원류 송지호에서는 재첩이 난다. 주민들은 해마다 100t 가량의 재첩을 잡아 모두 일본에 수출해 약 3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재첩은 송지호가 살아있음을 보여주지만 실제로 호수를 살리기도 한다. 김일회 교수는 “5㎝ 크기의 조개는 하루에 약 200ℓ의 물에서 유기물, 세균, 원생동물을 걸러먹는다”며 “1㎡당 1마리가 있다고 해도 1㎢의 석호에는 1백만 마리의 조개가 살기 때문에 경포호 정도의 크기라면 닷새면 물을 완전히 여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수질오염과 무분별한 준설이 이뤄지기 전 화진포, 매호, 향호 등에도 재첩이 다량 서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석호의 생태회복이 수질개선과 주민의 소득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송지호의 재첩어민이면서 ‘송지호 지킴이’로 알려진 함익영씨는 “호수는 그곳에서 사는 주민이 제일 잘 안다”며 석호복원에 주민들의 지식을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청초호 일대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장석근 속초·고성환경운동연합 의장은 “환경부가 청초호를 7개 집중관리 대상 석호에서 빼놓았지만 청초천 유입구 습지에는 흰꼬리수리, 고니 등 수많은 희귀 철새들이 찾아오는 중간쉼터”라며 “청초호를 보호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종길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은 “이제까지 석호의 경관적 가치에 치중하다 보니 문화와 자연사적 가치를 소홀히 했다”며 “석호 복원은 바다와의 소통 유지와 담수 유입지의 습지화를 통해 자연성을 되살리는 한편 지역주민의 참여를 강화하는 쪽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애초 내년 말까지로 예정된 석호 복원을 위한 생태계 정밀조사를 몇년 늦추더라도 개별 석호의 특성에 맞는 복원방향을 찾아나간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석호 복원이 관광 등 지역개발과 졸속으로 연결될 것을 경계한다. 이규송 교수는 “석호생태계를 제대로 알기도 전에 섣부르게 복원에 나선다면 오히려 석호를 파괴하는 결과를 빚는다”며 “고유의 자연사를 간직한 부분에 대한 보전조처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속초/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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