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지성 집중호우 원인
북태평양 고기압 확장 못한 탓…지구온난화 영향
장마가 끝난 지 11일이 지났지만 장마 때보다 비가 더 자주 오고 있다.
기상청은 이미 올해 장마가 6월21일 시작해 7월29일 끝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8월 들어 서울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내렸다. 부산을 비롯한 대구·대전·광주·울산 등 대도시에서도 8월 들어 사흘을 빼고는 모두 비가 왔다. 사흘에 이틀은 비가 내린 셈이다. 장마 기간의 강우빈도는 사흘에 하루꼴이었다.
김승배 기상청 통보관은 9일 이런 현상에 대해 “장마 뒤 여름날씨를 결정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올해에는 한반도 쪽으로 미처 확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마는 남쪽 해상의 북태평양 고기압과 북쪽의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한반도 근처에서 맞서면서 한 달 이상 정체해 전선을 형성하는 현상이다. 두 기단이 세력다툼을 하면서 형성한 전선이 오르내리면서 넓은 지역에 비가 내린다.
지난달 29일 장마가 끝난 것도 이처럼 북태평양 고기압과 맞서던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물러났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한반도는 덥고 습기가 많은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권 안에 들며 7월 말 무더위가 찾아왔다. 그런데 올해는 이 고기압이 예년처럼 계속 발달하지 않고 멈칫거려 한반도가 북태평양 고기압대의 가장자리에 놓이게 됐다. 이어 그 경계면의 기압골을 타고 서쪽에서 찬 공기 덩어리가 잇따라 밀려오면서 덥고 습한 공기와 만나 게릴라성 폭우를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장마가 끝난 뒤 마치 새로운 장마가 시작된 것 같은 이런 날씨는 전례가 없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이런 현상은 처음”이라며 “일반적 장마 패턴이 깨진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지구온난화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기가 더워지면서 기존의 열평형 상태가 깨져 새로운 평형으로 옮겨가면서 나타난 현상이란 것이다.
한편, 기상청은 10일에도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전국에 걸쳐 많은 비가 오겠고 게릴라성 호우는 주말까지 계속되겠다고 예보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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