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2005년 열파 발생일수
지역별 ‘이상고온 지속’ 따져보니…“도시 열섬보다 산맥 등 지형 탓”
전국에서 열파가 가장 자주 발생하는 곳은 경남 합천으로, 가장 빈도가 낮은 제주시보다 2.2배나 열파일수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또 열파의 발생에는 대도시 열섬 효과보다는 산맥 등 지형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파는 해당 지역의 전년 하루 최고기온 상위 5% 이상인 날이 사흘 이상 지속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지난해 18번째(365일의 5%)로 하루 최고기온이 높았던 31.3도를 넘는 날이 사흘 이상 계속돼야 열파로 본다. 올해 들어 서울에선 열파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승호·김지연 건국대 지리학과 연구팀은 최근 대한지리학회지에 실린 논문 ‘한국의 열파 분포와 그 원인에 관한 연구’에서 1973~2005년 사이 33년 동안의 5~9월 기상자료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열파는 충남·북 내륙과 충남 서해안, 전남·북 내륙, 경남·북 내륙에서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지도 참조)
이 기간의 열파 발생일수는 합천이 193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서귀포 184일, 광주광역시 182일, 전주·보령 180일 순이었다. 호남지역의 순천(179일), 임실(173일), 충청의 천안(172일), 충주(171일), 경남의 밀양(170일) 등도 열파가 잦은 곳이다.
경남 합천은 소백산맥을 넘으면서 고온 건조해진 공기가 분지에 갇혀 머물면서 오랫동안 고온을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동해안 중부의 속초(110일), 강릉(108일), 울진(101일) 등은 상대적으로 열파일수가 적었다. 그러나 동해 남부의 포항(167일), 울산(166일) 등은 내륙지방 못지않은 열파 발생을 보였다.
연구팀은 고온 다습한 남서기류가 배후의 산지에 가로막힐 때 열파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면, 한라산을 등진 서귀포가 전국 2위의 열파지역인 데 견줘 산 너머 제주시는 87일로 전국 최저를 기록했다.
한편, 경남·북 내륙지역은 6일 이상 지속되는 중·장기 열파가 특히 길어 합천 127일, 밀양 103일, 대구 99일을 기록했다. 중·장기 열파는 이 밖에 보령, 서산, 청주, 천안, 임실, 전주에서도 잦았다.
열파가 9일 이상 지속되는 현상은 서울이 50일로 인천 20일, 강화 16일 등 주변보다 높았지만 60일 이상 장기 열파가 나타나는 남부 내륙 등 다른 지역보다 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도시 열섬 효과보다는 지형이나 지리적 위치 등이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열파가 9일 이상 지속되는 현상은 서울이 50일로 인천 20일, 강화 16일 등 주변보다 높았지만 60일 이상 장기 열파가 나타나는 남부 내륙 등 다른 지역보다 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도시 열섬 효과보다는 지형이나 지리적 위치 등이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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