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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칠선계곡 ‘지리산 최후 원시림’ 꼭꼭 숨어라!

등록 2007-09-18 20:58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지 9년을 맞는 칠성계곡의 탐방로엔 이끼에 뒤덮힌 나무들이 곳곳에 쓰러져 있고 덩굴과 숲이 무성해 전문 산악인도 종종 길을 잃어 조난을 당한다.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지 9년을 맞는 칠성계곡의 탐방로엔 이끼에 뒤덮힌 나무들이 곳곳에 쓰러져 있고 덩굴과 숲이 무성해 전문 산악인도 종종 길을 잃어 조난을 당한다.
9년째 묶인 특별보호구역 연말 끝나…주민들 “생계 막막” 전면개방 압력
아름드리 침엽수 빽빽 5년새 식물종 두배로 증가
80가구 200여명 주민 거주…함양군의회 개방 건의
완전폐쇄·사전예약 부분개방·우회로 등 대안 고심

지난 11일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물품보급 헬기에 편승해 지리산 제석봉에 내릴 때만 해도 가벼운 마음이었다.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에서 경남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까지 9.5㎞의 칠선계곡을 내려가면서 탐사하는 길이었다. 그러나 공단 전문가의 안내를 받아 6시간여에 걸쳐 하산하면서, 이 계곡이 왜 조난사고의 악명과 설악산 천불동계곡, 제주 탐라계곡과 함께 ‘3대 계곡’으로 꼽히는 명성을 동시에 갖게 됐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천왕봉에서 50m쯤 못미쳐 ‘출입금지’와 신고전화 팻말이 붙은 울타리를 넘어 가파른 비법정탐방로로 접어들었다. 1999년부터 9년째 자연휴식년제와 특별보호구로 묶여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면서 탐방로는 나무와 덩굴에 가려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동행한 김성수 공단 지리산사무소장은 “전문 산악인들도 불법 산행을 하다 길을 잃어 종종 조난신고를 해 온다”고 말했다.

스틱에 의지해 내려오는 산길 곳곳엔 쓰러져 이끼를 뒤집어쓴 고목이 가로질러 있다. 길 양쪽에 두세아름은 돼 보이는 거대한 구상나무와 신갈나무들이 발길을 붙잡았다. 이들 거목 주변엔 붉은 수피의 주목과 전나무, 잣나무 등 굵은 침엽수들이 도열해 있다. 천왕봉에서 약 2㎞ 거리인 마폭포까지는 지리산에 남아있는 마지막 원시림 지대의 하나다. 공단쪽 조사로는 이곳에 가슴높이 직경 3m가 넘는 대형 주목이 밀집 분포하고 있다. 또 1960년대까지 반달가슴곰의 밀렵이 성행했을 정도로 야생 곰의 서식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다.

대륙폭포와 칠선폭포를 거쳐 험한 계곡길을 6.2㎞ 내려와 비선담에 이르면 출입금지 구간이 끝나면서 전혀 느낌이 다른 산길이 펼쳐진다. 여기서부터 선녀탕과 용소에 이르는 3.3㎞ 구간은 지난해 6억원을 들여 목재데크와 다리, 돌축대 등의 시설을 해놓았다.

칠선계곡은 지난해 지정한 특별보호구역의 시한이 올 연말이면 끝난다. 출입통제를 풀라는 집단민원도 강하다. 선시영 추성리 이장(49)은 “탐방객이 줄어들어 생계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계곡엔 두지터·추성·삼거리 등 80여가구에 2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함양군의회는 지난달 30일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에게 칠선계곡 탐방로의 전면개방과 정비를 요구하는 건의서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계곡 개방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양기식 지리산북부사무소장은 “9년 동안 묶였던 탐방 수요가 모집산악회를 중심으로 한꺼번에 집중되면 자연훼손과 안전사고가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칠선계곡에는 1급 멸종위기종인 얼룩새코미꾸리를 비롯해 구상나무, 주목, 만병초, 땃두릅나무, 산겨릅나무, 좀쪽동백나무 등 희귀종이 원시림 속에 분포한다. 공단 자원보전팀 박은희 박사는 “칠선계곡내 11개 고정조사구에서 확인한 식물종은 2002년 77종에서 2006년 147종으로 휴식년제 실시 이후 해마다 늘고 있다”며 “통제가 풀리면 토양침식과 만병초 등 동·식물 서식지 교란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국장은 “험한 통제구간이 개방되면 안전사고에 대비해 탐방로 확장과 계단 설치가 불가피하다”며 “원시림의 신비로움을 간직하려면 제한적인 탐방 허용 등 전면개방과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공단은 칠선계곡의 비법정탐방로를 아예 폐쇄하는 방안을 비롯해 연차적으로 개방하되 사전예약에 의한 탐방가이드제를 운영하는 등 이용을 제한하는 방안, 그리고 비선담에서 소지봉을 잇는 탐방로를 새로 개설해 핵심구역을 우회해 천왕봉에 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지리산(함양)/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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