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학원 조사…먹는 물 수질기준 15배 납 검출
시멘트로 만든 콘크리트와 벽돌에서 납 등 중금속이 먹는물 기준 이상으로 녹아나오는 사실이 정부의 공식조사에서 처음 확인됐다. 이에 따라 콘크리트를 저수조로 쓰는 마을상수도 등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원식 통합신당 의원은 31일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17~30일 동안 실시한 시멘트 제품 등에 대한 중금속 분석 결과, 폐콘크리트에서 먹는물 수질기준의 15배인 0.78㎎/ℓ의 납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 17일 국정감사에서 시멘트에서 6가크롬 이외의 중금속은 용출되지 않았고, 시멘트가 굳은 콘크리트 제품에서는 중금속이 녹아나지 않아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과학원의 조사자료를 보면, 수도권 5곳에서 채취한 폐콘크리트 시료 가운데 서울 2곳, 인천 1곳에서 납이 각각 0.05, 0.39, 0.78㎎/ℓ 녹아났다. 또 모든 시료에서 바륨, 일부 시료에서 총크롬이 나왔지만 6가크롬은 검출되지 않았다. 폐벽돌에서도 0.04~0.27㎎/ℓ의 납과 바륨, 총크롬, 구리가 검출됐다.
시멘트 제품에선 국내 10개 시멘트 공장의 제품 모두에서 6가크롬이 0.52~1.71㎎/ℓ, 납이 0.04~0.08㎎/ℓ 나왔다. 그러나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 원석에는 이들 중금속이 들어있지 않아 산업폐기물 등이 쓰이는 부원료나 보조연료에서 오염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과 일본의 시멘트에서도 이들 중금속이 검출됐으며, 중국산은 국산보다 오염도가 높았다.
전병성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시멘트 제품의 중금속 용출 시험결과는 전문기관마다 다르게 나오고 있는데다 세계적으로도 통일된 시험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환경부는 조사 결과의 객관성을 위해 민·관 합동으로 콘크리트의 중금속 용출시험을 하고, 환경에 장기간 노출됐을 때 인체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로 했다.
우원식 의원은 “콘크리트에 물을 받아 먹는 간이상수도와 마을상수도에 대한 대책과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며 “재건축으로 쏟아져나오는 콘크리트와 벽돌이 장기적으로 치명적 환경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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