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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아이들이 꾸민 숲속에 반딧불이·새들 찾아와

등록 2007-11-06 19:39

일본 지바현 지바시 이나게 제2소학교의 비오톱(생물서식공간) ‘생명의 숲’. 지하 샘에서 물을 뽑아 올려 30m 남짓의 냇물을 만들었다. 샘과 냇물 끝에 모터가 돌고, 냇가에 자연의 집, 소나무 다리, 버섯 재배지, 무논 등이 들어서 있다. 사진/생명의 숲 제공
일본 지바현 지바시 이나게 제2소학교의 비오톱(생물서식공간) ‘생명의 숲’. 지하 샘에서 물을 뽑아 올려 30m 남짓의 냇물을 만들었다. 샘과 냇물 끝에 모터가 돌고, 냇가에 자연의 집, 소나무 다리, 버섯 재배지, 무논 등이 들어서 있다. 사진/생명의 숲 제공
‘학교숲’ 모범, 일본 지바시 이나게 제2소학교를 가다
학생 의견 물어 생태공간 조성, 환경교육 자연스럽게 이끌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굉장히 세심하게 만들었네요.” 지난 3일 일본 치바현 치바시 이나게 제2소학교(초등학교)를 찾은 시민단체 ‘생명의 숲’의 학교숲 위원회 전문가들은 이 학교 소생물서식공간(비오톱)인 ‘이노치노 모리(생명의 숲)’를 보고 이렇게 입을 모았다.

이나게 제2소학교의 학교 정문 맞은 쪽에는 샘과 냇물을 중심으로 약 350㎡(105평) 규모의 비오톱이 꾸며져 있다. 학교와 지역 환경단체 ‘그룹 2000’이 지난 2001년 함께 만든 것이다. 우물로 물을 끌어올려 냇물을 만들었고, 냇물에는 갖가지 수생식물과 어류가 산다. 초여름에는 반딧불이가 날고, 겨울 무논에는 새들이 찾아온다. 아이들 다니기에 맞춤인 숲길이 냇물을 따라 나 있다. 아이들이 만든 다리 대여섯 개도 놓여 있다. 어른 눈에는 작아 보이지만, 이 학교 초등학생 240명에겐 결코 작지 않은 생태계다.

이나게 제2소학교 ‘생명의 숲’의 연중 행사
이나게 제2소학교 ‘생명의 숲’의 연중 행사
비오톱의 운영은 학교가 아니라 ‘그룹 2000’의 대표 등 활동가 5명이 맡고 있다. 요코다 코메이(48) ‘그룹 2000’ 대표는 “학교 수업 시간에 이용할뿐 아니라 지역 아이들도 함께 쓴다”며 “학교와는 해마다 학기 시작 전 운영 계획 등을 상의한다”고 말했다. 달마다 한두 차례씩 학교 학생들과 지역 아이들이 참여하는 행사도 연다. 11월11일엔 ‘생명의 숲 작은 예술제’가 열릴 예정이어서, 활동가들은 주말도 잊은 채 아이들에게 줄 선물과 먹거리 등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학생들은 주먹밥과 사과를 구워 먹거나, 새피리와 대나무 피리 등을 만드는 체험을 하게 된다.

시설물 대부분은 아이들 상상력의 소산이다. 달마다 열리는 행사에서 아이들이 적어 낸 소감과 희망 사항을 활용해 만들기 때문이다. 최근 3년 동안 아이들의 희망에 따라 ‘버섯 키우기’와 ‘공중 정원’을 만들었다. 곧 나무 위에 작은 집도 한 채 지을 예정이다. 이런 독특한 운영 방식으로 2002년엔 일본생태계협회가 개최하는 학교비오톱 콩쿠르(경쟁)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요코다 대표는 비오톱을 운영할 때 ‘학교와 원활한 관계를 맺기’가 어렵다고 했다. “사고 위험과 관리 어려움 등으로 학교가 운영을 꺼리기 때문”이란다. 해마다 3월에 학교와 하는 간담회에 그가 특히 힘을 쏟는 이유다. “1년 활동 계획을 학교와 여러 차례 상의하면서 서로 의견을 맞춰 나간다”고 말했다. 그는 “비오톱에 여러 생명체가 살게 되고, 5년 전에는 반딧불이가 돌아왔다”며 “이곳을 찾은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조병완 춘천 생명의 숲 교육부장은 “학교숲 운동은 1999년 생명의 숲이 시작한 이래 상당수 학교에 퍼졌다”며 “지금까지 외형 확대에 주력했다면 이젠 내실을 다질 때”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학교숲 가꾸기 운동은 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하면서 전국 학교 3분의 1 가량인 3천여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짧은 기간에 확산을 이룬 데 견줘, 일본 같은 탄탄한 지역 연계나 숲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 등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환경교육을 연구하러 도쿄학예대학에 유학 온 오창길(39) 인천 함박초교 교사는 “자기 돈까지 들여 지역 환경을 바꾸려는 사람이 많아 놀랐다”며 “작은 비오톱을 만들 때도 아이들의 참여와 현장 활용성을 중시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치바(일본)/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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