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라산에 풀어놓은 반달가슴곰 ‘달궁’이 지난 15일 숨진 채 발견됐다.
‘포유류 복원’ 머나먼 길 24마리 중 14마리만 남아
러시아 연해주에서 들여와 지난 2004년 지리산에 풀어놓은 반달가슴곰 ‘달궁’이 지난 15일 숨진 채 발견됐다. 이번 폐사는 대형 포유류의 복원이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준다.
복원 전문가들이 특히 안타깝게 여기는 것은 네살 난 암컷인 ‘달궁’이 세차례에 걸친 겨울잠을 무사히 넘겼고, 사람에게 먹이를 구걸하거나 벌통 주변을 맴돌지 않고 달궁계곡에 터잡아 야생생활에 잘 적응한 개체라는 점이다. 이제까지 폐사하거나 적응에 실패한 곰들은 모두 1∼2년생, 어린 것들이었다.
지리산에는 2001년 시험방사 때부터 모두 다섯차례에 걸쳐 연해주·북한 등에서 들여온 반달곰 24마리를 풀어놓았고, 현재 14마리가 자연상태에서 생존해 있다. 이달 초 방사분을 빼면, 20마리 가운데 10마리만 적응에 성공했다. 나머지 10마리 가운데 5마리는 탐방객을 따르는 등의 문제로 회수됐고, 2마리는 자연사, 3마리는 올무나 덫에 걸려 죽었다.
이배근 국립공원관리공단 반달가슴곰복원팀장은 “애초 예상보다 적응률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복원에는 30∼40년이 걸려 단기간의 실적으로 성패를 판단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과 적응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어린 곰을 들여오는 것도 높은 폐사율의 한 원인”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지리산을 찾은 탐방객은 200만명이 넘었다.
공단은 ‘달궁’의 주검에 외상 흔적이 없어 불법밀렵에 따른 피해는 아닌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 파악을 위해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