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IPCC 기후변화 보고서
유엔 산하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난 17일(현지시각)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제27차 총회를 폐막하면서 지구온난화로 인류의 피해가 불가피하고 일부 생물종은 멸종의 위험에 처했다는 내용의 종합보고서와 요약보고서를 채택했다. 총회는 지구 기온이 섭씨 2도 이상 오르면 피할 수 없는 재앙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6년 동안 기후과학 연구를 집대성해 종합한 이번 보고서는 지난 100년간 지구 평균 온도가 0.74도 오르고 해수면은 1993년 이후 해마다 3.1㎜씩 올랐음을 재확인하면서, 온난화가 다른 무엇보다 인간이 방출한 온실가스 때문에 초래되고 진행되는 현상임을 분명히했다. 보고서는 지금처럼 화석연료에 기댈 때 2100년 기온은 20세기 말에 비해 최대 6.4도, 해수면은 최대 59㎝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무엇보다 온난화에서 비롯된 생물종의 대량 멸종과 식량 부족 같은 재앙을 경고했다. 보고서는 지구 평균 온도가 1980∼1990년에 견줘 1.5∼2.5도 오르면 20∼30%의 동식물 종이 멸종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아프리카에선 2020년까지 7500만∼2억5천만명이 심각한 물 부족과 농작물 생산량 감소에 부닥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시아에선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가 삼각주들이 범람 위기에 놓이며 유럽에서도 광범위한 생물종 손실이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온난화를 막으려면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농도 수준이 떨어지기 시작해야 하며 2050년에는 2000년의 50∼65%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보고서를 채택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온난화의 잠재적 위협은 전지구의 긴급 대응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각국 정부가 이에 대처하려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재앙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채택된 보고서는 내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회의에 제출될 예정이다. 발리 회의에서는 2012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의 후속 대책으로 새로운 온실가스 규제 방안 등이 논의된다.
연합뉴스,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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