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유출 10일째인 16일 오전 구름포 해변에서 휴일을 맞아 각지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들이 길게 줄을 지어 기름을 제거하고 있다. 태안/연합뉴스
주말 이틀간 7만명 방제작업
온가족이…교사들이… 이주 노동자도 팔걷어…
온가족이…교사들이… 이주 노동자도 팔걷어…
닦아낸다. 걸레를 들고 마루를 닦아내듯 태안 바닷가를 닦아낸다. 헌옷과 찢어진 현수막까지 집어든 아름다운 손길들이 검게 물든 해안과 사투를 벌인다.
주말 이틀 동안에만 7만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의 물결이 태안반도를 뒤덮었다. 부모님과 함께 온 아이들, 시프린스호 사고의 아픔을 간직한 여수 주민들, 외국인 노동자까지 끈끈한 기름 찌꺼기를 닦아내는 데 힘을 보탰다. 미국·스페인 등에서 파견된 방제 전문가들도 기적 같은 ‘인해전술’에 혀를 내둘렀다.
16일 가족과 함께 충남 태안군 어은돌해수욕장을 찾은 이상의(44)씨는 “가족들끼리 해마다 휴가차 파도리에 왔었는데 뉴스에서 기름 범벅이 된 해안을 보니 안타까웠다”며 “막내아들 속옷 등 헌 옷가지를 가져와서 기름을 닦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함께 온 이서영(17)양도 “원래 자연체험을 가려 했지만, 해안을 청소하는 것을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천리포·학암포 해수욕장 등 검은 기름의 습격을 받은 태안 해변에는 따로 자원봉사를 미리 신청하지 않고 온 가족 단위 자원봉사자들까지 포함해 학교·기업 등에서 온 4만여명이 구슬땀을 흘렸다.
방제복과 흡착포 등 장비가 부족하다는 소식을 들은 일부 자원봉사자들은 비옷과 헌옷을 잔뜩 챙겨왔다. 동료 교사 20여명과 함께 온 이창석(45·서산여고) 교사는 “해보니까 제방 사이사이에 있는 돌을 닦을 때는 흡착포보다는 면옷이 좋다”며 “기름이 너무 많아 해도 해도 끝이 없어 손이 부족한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헌옷을 모아 줬는데, 기말시험 기간이 끝나면 학생들과 함께 다시 이곳을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이 가기 어려운 험한 해안 절벽 등에서는 군인들이 기름 제거 작업을 했다. 길로 접근할 수 없는 구름포해수욕장 근처 해안 절벽에서는 특전사 7공수여단 장병들이 줄을 타고 해안가 바위로 내려와 기름을 닦아냈다.
지난 15일에는 외국인 노동자 60여명도 태안군 구름포해수욕장을 찾았다. 돌에 달라붙은 기름을 닦아내던 파르비스(36·이란)는 “기름 많아, 문제 많아”라고 더듬더듬 한국말로 말했다. 이들과 함께 온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의 김해성 목사는 “이들 절반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하루하루 돈을 벌기도 바쁘지만 ‘쓰나미나 지진 등이 났을 때 (한국인들의) 도움을 받았다’며 기꺼이 돕겠다고 나섰다”고 전했다.
태안/이완, 정세라 기자 wani@hani.co.kr
충남 태안지역 기름피해 복구인력 추이 (16일 오전 10시 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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