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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백사장 파보니 시커먼 기름덩어리 그대로

등록 2008-01-08 19:54수정 2008-01-10 17:56

해안오염평가작업단(SCAT)이 6일 천리포 닭섬 인근에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작업단에는 캐나다 정부가 파견한 전문가를 비롯해 지역주민, 환경운동가, 국내 전문가, 지자체 관계자 등이 참여해 오염조사와 평가작업을 하고 있다.
해안오염평가작업단(SCAT)이 6일 천리포 닭섬 인근에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작업단에는 캐나다 정부가 파견한 전문가를 비롯해 지역주민, 환경운동가, 국내 전문가, 지자체 관계자 등이 참여해 오염조사와 평가작업을 하고 있다.
태안 기름유출 한달째…해양오염평가단 현장조사 동행
태안 기름유출 한달째…해양오염평가단 현장조사 동행

[%%TAGSTORY1%%]

태안 해안 복원을 위해 전문가와 지역주민, 환경단체가 손을 맞잡았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캐나다 정부가 긴급 파견한 전문가 6명의 도움을 받아 국내에서 처음으로 ‘해안오염평가단’(SCAT팀)을 꾸려 해안을 샅샅이 뒤지며 오염조사와 평가작업을 하고 있다. 기름 유출사고 한 달째를 맞은 지난 6일 평가단을 동행취재했다.

“야, 고둥이 많네!”

자원봉사하러 태안에 온 어린이가 소리쳤다. 물이 빠진 천리포 백사장엔 물결에 떠밀려온 서해비단고둥이 널려 있었다. 대부분 살아 있었다.

“거 참, 사람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모랫속으로 잽싸게 달아나던 놈들인데.” 태안이 고향인 박남철(50)씨는 기운을 못쓰고 비실대는 갯가 생물들을 보며 안쓰러워했다.

먹이를 걸러낸 모래로 해변에 집을 만드는 엽랑게는 엽렵해서 좀처럼 얼굴을 보기가 힘든 게이지만, 이날은 술취한 것처럼 집 앞에서 얼쩡거렸다.

갯고랑에는 빗조개가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해변에는 평소 보기 힘든 생물들이 많았다. 썰물이 됐는데도 미처 모랫속으로 파고들지 못한 것들이었다. 물막이가 끝난 새만금 개펄에서 보던 모습이다.

기름오염으로 활력을 잃은 갯가생물들이 썰물이 됐는데도 모래속으로 피하지 못하고 죽거나 해변에 널려 있는 모습이 관찰됐다. 사진은 엽낭게와 조개의 일종.
기름오염으로 활력을 잃은 갯가생물들이 썰물이 됐는데도 모래속으로 피하지 못하고 죽거나 해변에 널려 있는 모습이 관찰됐다. 사진은 엽낭게와 조개의 일종.
원유 유출의 직격탄을 맞은 천리포해수욕장은 기름으로 얼룩진 제방벽을 빼놓으면 오염 전과 흡사했다. 기름 냄새도 나지 않았고 파도는 푸른빛이었다. 그러나 조사단이 백사장에 20㎝ 깊이로 구덩이를 파자 엷은 유막이 나타났다. 기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여전히 도사리고 있었다.

정종관 충남발전연구원 환경생태팀장이 백사장의 검은 띠를 가리켰다. 작은 모래알갱이처럼 생긴 검은 타르 볼이었다. 사고 초기 끈적끈적하게 해안에 늘어붙는 타르 덩어리가 타르 볼로 잘못 알려진 적이 있다. 타르 볼은 나무조각이나 검은 모래처럼 보이지만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갈색 가루가 되면서 기름 냄새를 풍겼다.

방파제와 암석지대에서는 고온고압수를 이용한 방제작업이 한창이었다. 걸레질을 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보다 빠르고 깔끔하게 기름을 씻어냈다. 권봉호 서울대 해양학과 연구원은 “바위에 붙어 있는 작은 생물들이 다 죽는다”며 “내뿜는 증기의 온도에 제한이 있지만 조금이라도 넓은 지역을 방제하려는 업체는 더 뜨거운 증기를 뿜으려는 유혹을 이기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을 어디까지 정화할지 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캐나다 환경부의 환경비상대응관인 앙드레 라플람은 “해수욕장 방파제에 얼룩진 기름은 환경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지만 관광객을 맞아야 하는 지역주민들에겐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이런 딜레마를 풀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이 참가한 조사·평가팀이 만들어졌다.

사고 한 달째를 맞은 지난 6일 천리포해수욕장은 해안의 일부 검은 기름흔적을 빼면 원상을 회복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해안오염평가작업단 조사 결과 모래속에는 아직도 기름이 배어있었고 많은 해안생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사고 한 달째를 맞은 지난 6일 천리포해수욕장은 해안의 일부 검은 기름흔적을 빼면 원상을 회복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해안오염평가작업단 조사 결과 모래속에는 아직도 기름이 배어있었고 많은 해안생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검은 얼룩 곳곳 남았지만
예전 모습 차츰 되찾아가
하지만 모래 속 기름 빼곡
역한 냄도 아직까지 풍겨
악조건 속 바다생물 ‘사투중’

그는 “백사장에 해변과 평행하게 트랙터로 골을 여러개 파면 물이 잘 뒤섞여 스며든 기름이 빨리 분해될 것”이라며 “이런 방식으로 만리포와 천리포 백사장은 올 여름 개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만리포 해수욕장은 가장 많은 방제작업이 이뤄진 곳이지만 백사장에 판 구덩이에는 천리포에서보다 짙은 유막이 끼었다. 타르 볼의 기다란 띠도 발견됐다.

“기름이 사라질 때까지 몇 주가 걸릴지 몇 달이 걸릴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유출된 기름 중 바다에 가라앉은 것들이 여름이 돼 수온이 높아지면 다시 떠오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기름 유출사고를 많이 경험한 라플랑이 말했다.

아직 기름 오염의 상처가 가장 깊게 남아 있는 곳의 하나인 구름포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구름포에서 방재를 위해 임시로 낸 산길을 따라 동쪽 해안으로 건너가 소원면 ‘태배’ 해안에 닿자 역한 기름 냄새가 울컥 풍겨왔다. 오일펜스로 막아둔 해변 바닷물에 무지개가 번져 있었다. 삽으로 해변을 파내자 찐득한 원유 덩어리가 그대로 나왔다. 한 주민은 “사리 때 기름파도가 덮친 위로 모래가 쌓였다”며 “해변을 다 걷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바닷가에는 가재 비슷하게 생긴 쏙이 여기저기 죽어서 떠밀려 와 있었다. 그 가운데는 노란 알을 밴 것도 있었다. 바다밑에 구멍을 뚫고 사는 이들도 기름을 피하지는 못했다. 기름은 거의 걷어냈지만, 그 피해는 이제부터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태안/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영상 이규호 피디 mailto:pd295@hani.co.kr

해양오염평가단은…전문가·주민 함께 실태조사 뒤 복구방안 권고

해양수산부가 태안 사고에 처음 도입한 ‘해안오염평가단’(SCAT팀)은 캐나다,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널리 쓰이는 해안오염 조사·평가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사고 직후부터 해안을 잘게 쪼개 오염실태에 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해 효과적인 복구작업으로 연결시키려는 것이다. 오염이 심한 곳이 어디인지, 어떤 방법을 쓰는 것이 적절한지, 어디부터 정화할지, 그리고 불필요한 환경 교란을 막기 위해 언제 복구작업을 중단할지 등을 평가한다. 전문가뿐 아니라 광범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평가단에는 국내·외 전문가와 지역주민, 지자체, 환경단체 등에서 50명이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캐나다 전문가로부터 평가기술에 대한 교육을 받고 지난 2일부터 조사에 나서 40여곳의 오염 평가를 마쳤다. 오는 12일 최종 보고회에서 복원기술을 권고할 예정이다. 우동식 해양수산부 해양환경정책팀장은 “피해 복구에 급급하던 이전과 달리 전문성과 주민수용성을 모두 고려해 최선의 복구 방안을 찾는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제도화해 다른 환경사고에도 적용할 만하다”고 말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태안 선박사고 기름유출량 10년치 합친 양보다 많아”
환경부 “해양사고 연평균 390건”

태안에 유출된 기름의 양은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모든 선박 유류사고의 유출량을 합친 것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최근 발간한 ‘2007 환경백서’를 보면, 1997년부터 2006년까지 3915건의 선박 유류사고가 발생해 모두 1만234㎘의 기름이 바다에 유출됐다. 이는 허베이 스피리트호 원유 유출량 1만2547㎘의 82% 수준이다.

대형 유조선 사고는 빈도가 낮지만 큰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지난 10년간 100t 이상의 대형 기름유출사고는 14건이었지만 전체 유출량의 68%를 차지했다. 이 기간 동안 해양오염사고는 연평균 390건 정도가 발생했다.

2006년에는 285건의 유류사고가 일어났으며, 그 원인은 부주의가 117건으로 가장 많았고 선체 노후로 인한 파손, 해난사고가 뒤를 이었다.

백서는 “동북아지역의 교역량 급증에 따라 우리나라의 해상교통량도 매년 증가하는 데다 선박의 대형화와 고속화, 잦은 기상이변 등으로 인해 대형 오염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부활한 ‘태안’이 태안 바다 위 ‘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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