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반달곰 ‘겨울 불면증’
예년보다 따뜻·적설량 부족…16마리중 11마리 뜬눈
예년보다 따뜻한 겨울날씨와 부족한 적설량 때문에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겨울잠에 들지 못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16일 종 복원을 위해 지리산에 풀어놓은 반달가슴곰 16마리 가운데 14일 현재 5마리만이 겨울잠을 자고 있다고 밝혔다. 나머지 반달곰들도 행동반경이 줄어들고 움직임이 적어 동면을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부는 아직도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고 공단은 덧붙였다. 보통 반달가슴곰은 늦어도 1월 초에는 동면에 들어가 3월 중순께나 깨어난다. 반달곰을 잠못들게 한 요인은 지난 12월의 이상난동으로, 월평균 기온은 1.5도였다. 이는 2006년 0.8도, 2005년 영하 3.1도보다 훨씬 높다. 월 최저기온도 영하 3.5도를 기록해 전년도 영하 4.4도, 2005년 영하 9도보다 높았다. 도토리 등 먹이를 덮어 곰들을 겨울잠으로 이끄는 중요한 계기인 눈도 예년보다 2~3주 늦은 12월30일에야 처음으로 쌓일 만큼 내렸다. 지리산 반달곰은 2006년 12월23일 모든 개체가 겨울잠에 들어갔고, 시기가 늦었던 2005년에도 1월11일에는 모두 동면을 시작했다. 이배근 공단 멸종위기종복원센터 팀장은 “동남아에서는 반달가슴곰이 겨울잠을 자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먹이 부족 때문에 동면을 피할 수 없다”며 “큰 눈이 한번 오면 곧 겨울잠에 들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공단은 시험방사 뒤 회수해 관리하던 반달곰 ‘장군’(6살·수컷)이 지난 12일 동면 중 숨졌다고 밝혔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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