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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전기료 싸다고… 헤픈 대학들

등록 2008-03-02 21:43수정 2008-10-1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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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량 상위 190개 기관중 23곳… 서울대 4위, 포항공대 10위
인천 국제공항, 현대기아자동차 남양기술연구소, 롯데월드, 서울대, 코엑스….

2006년 우리나라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쓴 건물들의 이름이다.

이 순위는 계속해서 연세의료원, 서울시 농수산물공사, 호텔롯데·롯데백화점, KT, 포항공대 등으로 이어진다.

이 목록을 보면, 대학이 호텔이나 대형 매장에 버금가는 전력 사용자라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에너지사용량이 많다는 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해 지구온난화를 일으킨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명색이 이 나라 지식의 전당이라는 대학은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려는 노력을 대학 차원에서 전혀 하지 않고 있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은 2일 이성권 의원(한나라당)이 에너지관리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190개 기관 가운데 23곳이 대학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는 이 가운데 4위의 에너지 다소비 기관이었으며, 연세의료원은 6위, 포항공대는 10위로 나타났다.

대학은 2006년 81만여㎿h(메가와트시)를 써 에너지다소비 기관 전체 전력사용량의 14%를 차지했다. 대학이 운영하는 대학병원 15곳을 합치면 그 비중은 19%에 이른다.

대학 가운데 전력사용량 1위인 서울대는 11만7천㎿h의 전기를 사용해 한 해 동안 이산화탄소 7만747t을 배출했다. 한창 왕성한 잣나무 1㏊에서 연간 3.1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1㏊에 3천 그루의 잣나무를 심는다고 가정하면, 이는 30년생 잣나무 6846만 그루가 흡수해야 하는 양이다.

포항공대는 두 번째로 많은 3만1680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으나 1인당 배출량은 서울대의 2.46t보다 3배 많은 7.72t을 내보냈다. 이는 공과대학 실험실의 전력사용량이 많음을 보여준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상쇄하기 위해 배출권을 국제가격으로 구입한다면 서울대는 연간 21억여 원, 포항공대 9억여 원, 고려대 7억여 원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대학의 기후변화 기여가 만만치 않고 게다가 일반 전기보다 싸게 제공하는데도 전력소비를 줄이려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대학에서 사용하는 교육용 전기는 ㎾h당 77.48원으로 일반용 전기 97.91원보다 21% 싸다. 2006년 한 해에만 교육용 전기요금은 다른 부문에서 약 154억 원의 교차보조를 받았다. 쉽게 얘기해 대학에서 싼 전기를 쓰게 하도록 일반인은 조금씩 요금을 더 낸 셈이다.

요금이 싸서 그런지 대학의 전기 씀씀이는 점점 헤퍼지고 있다. 2006년 전체 전력소비 증가율은 4.9%였지만 교육용은 그보다 2배 이상인 11.2% 증가했다.

녹색연합은 대학이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성인들이 모인 전당으로서 사회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이유이다. “국민들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 그러니 우수한 학생들과 전문 연구능력을 갖춘 대학에서 솔선수범을 해 달라”고 녹색연합은 밝혔다. 두 번째는 기후변화 대응이 요즘 말썽 많은 등록금 인상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 등록금 인상의 중요한 이유가 운영비 증가인데, 운영비와 직결되는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를 위한 노력은 거의 기울이지 않고 있다.

이유진 녹색연합 에너지기후변화팀장은 “미국에서는 500개 대학 총장이 대학총장 기후변화위원회를 구성해 각종 삭감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우리나라엔 이런 움직임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대학이 할 수 있는 기후변화 대응 실천방안엔 무엇이 있을까?

녹색연합은 먼저 대학행정, 교수, 학생이 참여해 기후변화 대응과 실천을 논의하는 학교기구를 만들라고 제안한다. 이어 캠퍼스에서 사용하는 전력, 에너지, 물, 폐기물의 목록인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작성하고 연도별 감축목표를 설정한다. 다음 단계는 냉·난방 효율개선, 대학 내 바이오연료 사용, 재생가능에너지 보급 등 프로그램을 짜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대학에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고 실천할 수 있는 강좌와 교육 사업을 벌이는 것도 중요한 구실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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