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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밖은 -5도 안은 20도, 체온으로 ‘난방’

등록 2008-03-04 21:02수정 2008-03-05 09:07

국내에서 처음으로 생태친화적으로 리모델링을 한 지리산 연하천 대피소 전경.
국내에서 처음으로 생태친화적으로 리모델링을 한 지리산 연하천 대피소 전경.
[현장] 지리산 연하천 첫 ‘생태친화’ 대피소 가보니
“석유난로 땔 때보다 더 따뜻”…‘산맛’ 그대로
열교환기로 탁한 공기 내보내고 찬 공기 덥혀
지난달 28일 봄기운이 완연한 날이었지만 지리산 해발 1500m 산악지대는 무릎까지 차는 눈으로 덮여 있었다.

저녁이 되자 지리산 주능선을 종주하던 탐방객들이 하나 둘 연하천대피소로 찾아들었다.

바깥 기온은 영하 5도. 대피소 안 숙소에 들어가자 한결 따뜻했지만 기온은 10도 정도였다. 그러나 탐방객들이 나무 침대를 빼곡히 채우고 코 고는 소리가 요란할 즈음 실내온도는 20도까지 올라갔다.

그렇지만 다른 대피소처럼 발전기가 돌아가는 소음도 냄새도 나지 않았다. 한 겨울 고산지대에서 석유 한 방울 태우지 않고 포근한 잠자리를 만드는 비결은, 체온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었다.

벽체와 천장 두께 두배, 창문은 복층유리 이중으로

국립공원 대피소별 전력공급원
국립공원 대피소별 전력공급원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해 8~11월 1억5천만원을 들여 지리산에서 가장 낡은 연하천대피소를 생태친화적으로 리모델링했다. 전국에서 처음 시도한 국립공원 대피소의 ‘에너지 전환’ 시도였다. 화석연료를 일체 쓰지 않고 과연 단열과 열교환 기술만으로 겨울을 날 수 있을지가 열쇠였다.

숙소 벽은 둔하다 싶을 정도로 두꺼웠다. 벽체와 천장을 이전의 두 배인 200㎜ 두께로 단열처리했기 때문이다. 열이 많이 빠져나가는 창문은 복층유리를 이중으로 달고 창과 벽체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마감했다.

이 정도로도 넓지 않은 방은 금세 체온으로 달궈진다. 문제는 후텁지근한 습기와 탁한 공기의 처리다. 환풍기를 달았다간 애써 모아놓은 열이 순식간에 달아난다. 숙소 천장에 설치된 열교환기가 그 해법이다. 이중으로 된 긴 관에서 방안의 더운 공기는 밖으로 빠져나가기 전에, 들어오는 찬 바깥 공기에 열을 전달한다. 그러면 밖의 찬 공기는 관을 통해 실내공기 온도로 덥혀진 뒤에야 방안으로 들어오는 얼개다.

태양광 전지판으로 전기…분뇨·쓰레기로 바이오가스 만들 채비

이 대피소를 3년째 관리하고 있는 김병관(47)씨는 “석유난로로 난방하던 때보다 더 따뜻해졌다”고 말했다.

아주 추운 날에는 압축한 톱밥으로 만든 우드칩 보일러를 때 열을 보충한다. 나무는 자라면서 축적한 햇빛에너지를 탈 때 내놓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다.

건물 옥상에 설치한 13개의 태양광 전지판은 대피소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한다. 안개가 많이 끼고 해가 짧은 곳이어서 열흘치 전기를 축전지에 저장해 쓴다.

“아직 없지만 냉장고와 세탁기도 돌릴 수 있는 전력이 나온다”고 대피소 직원은 설명했다. 그러나 대피소의 본래 기능에 어울리지 않는 전자렌지 등 편의시설은 갖춰놓지 않았다.

화장실은 배설물을 퇴비로 만드는 발효식이지만 성수기 때 밀어닥칠 탐방객을 감당하지 못한다. 공단은 분뇨와 음식쓰레기로 바이오가스를 만들어 연료로 쓰는 공사를 올해 벌일 예정이다.

연료와 폐기물을 에너지로 모두 활용해야 헬기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대피소는 해마다 두 차례 헬기로 석유는 물론이고 연간 10t이 넘는 분뇨와 쓰레기를 산 아래로 실어나른다.

설악산 대피소쪽에서도 들러 리모델링 가능성 타진

탐방객 오선아(서울·30)씨는 “국립공원의 시설을 친환경적으로 운영한다면 불편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며 “대피소를 콘도로 아는 이들도 있으니 미리 대비할 정보를 제공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설악산 대피소에서도 최근 연하천을 들러 친환경적 리모델링의 가능성을 타진해 갔다. 그러나 탐방객과 요구와 대피소 관리인의 불편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공단은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김칠남 지리산국립공원북부사무소 공원행정팀장은 “올 여름 성수기까지 운영 실태를 지켜보고 친환경 리모델링을 다른 대피소로 확대할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남원/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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