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펄은 눈에 보이지 않는 플랑크톤부터 갯지렁이, 조개, 물고기, 새 등 다양한 생물들의 먹이사슬로 연결돼 생산성이 매우 높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맹준호박사팀 보고서 하수처리장 31개 합친 것과 맞먹어 생산성 재발견
1980년대~1990년대까지 전체의 30~40% 개발 희생 마당 작은 연못에 붕어를 기른다고 하자. 집에서 나오는 음식쓰레기를 먹이로 줘 늘어난 붕어만 잡아먹는다면, 우리는 운영비가 전혀 들지 않는 지속가능한 생물정화장치를 가동하는 셈이 된다.
물론 자연은 이처럼 단순하지는 않다. 수많은 생물이 서로의 먹이가 되면서 자라나고, 어획이나 채집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생물들의 배설물도 나온다. 그러나 외부에서 들어간 유기물질이 생물의 살이 되는 원칙은 그대로이다. 개펄이 살아 있는 정화장치 구실을 한다는 사실을 주민들은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개펄 매립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일자, 개펄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따질 필요가 생겼다. 개펄의 정화능력이 얼마나 되는지가 관심거리가 됐다. 해양수산부 계산 보다 3.3~95배 높은 가치 맹준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박사팀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 ‘갯벌 매립사업 환경평가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기존의 연구들이 개펄의 정화능력을 과소평가했다는 주장을 펴 눈길을 끈다. 연구팀은 인천국제공항 남쪽에 펼쳐진 개펄에 사는 생물들의 정화 능력은 하수처리장 31개를 합친 것에 맞먹는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돈으로 따져서 개펄의 정화가치가 연간 5270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런 추산은 개펄 보전의 주무부처였던 해양수산부가 2005년 제시한 개펄의 정화기능 가치 ㏊당 36만~1026만원에 비해서도 3.3~95배 높은 값이다. 맹 박사팀은 지금까지의 연구가 개펄의 높은 생산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개펄의 오염물질 정화능력을 평가한 상당수 연구가 근거로 삼은 미국 동부 조지아 주의 염습지 모습.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생태계이다.
개펄의 정화능력을 평가한 상당수 연구들은 미국 학자 오덤의 연구결과를 습지의 유기물 정화능력 계산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오덤의 연구는 미국 조지아주 염습지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 개펄과는 생태적 특징이 전혀 다르다. 염습지에는 바닷물이 주기적으로 드나들지만 기본적으로 초원이다. 펄이나 모래가 주인 우리의 개펄과 같을 수가 없다. 연구에 참여한 이창근 한국연안환경생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일반적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염습지가 생물이 빈약한 개펄보다는 생물 생산량이 많겠지만 조개 등 대형 저서동물이 많은 개펄은 염습지보다 훨씬 생산능력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펄의 정화능력을 실측한 연구들도 주로 미생물의 유기물 분해에 치중해 훨씬 중요한 조개나 갯지렁이 등 중·대형 저서동물의 기능을 빠뜨렸다고 맹 박사팀은 주장했다. 이들은 개펄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생물이 유기물질을 어떻게 다뤄 나가는지를 따져 봤다. 개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규조류, 원생동물 같은 플랑크톤부터 선충류 등 중형 저서동물, 갯지렁이 등 대형 저서동물, 게·새우·조개 등 초대형 저서동물이 산다. 가장 상위에는 물고기와 새들이 있다.
모래 개펄. 펄 개펄보다 생물활동이 적은 편이지만, 조개가 다량 서식한다면 물질분해 능력이 매우 높아진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