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단장 이필완 목사.
‘종교인 순례단’ 이필완 단장
한강-낙동강 50일 일정 매듭
한강-낙동강 50일 일정 매듭
지난 2월12일 경기도 김포 애기봉 전망대를 출발해 한강과 낙동강 물줄기를 따라 순례해온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단장 이필완(54) 목사는 1일 낙동강 하구 부산 을숙도에서 50일에 걸친 순례를 마무리하면서 “자꾸만 눈물이 나려 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단장은 “처음 출발할 때만 영하 15도의 추위에 떨었는데, 50일째 1500리길을 걷고 걸어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오니 봄이 마중한다”며 “그동안 순례에 참여한 1만여명의 일반 참가자들과 12명의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대운하 구상에 대해 이 단장은 “기본적으로 생명체계를 거스르고, 하느님의 창조를 뒤집는 것”이라며 “출발할 때부터 운하는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한강과 낙동강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대운하 구상의 실체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본 뒤에 ‘절대 해선 안 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운하 건설 찬성률이 높다고 알려진 여주, 충주, 문경, 구미 등지를 지날 때는 내심 걱정도 많았다. 이 단장은 “오히려 지역 풍물패들이 환영해줬고, 문경의 어느 마을 이장은 ‘500년 가까이 된 마을이 사라지게 됐다’며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며 “낙동강을 따라 28군데에서 모래채취선들이 강변을 파헤치는 현장을 보면서 내 살을 도려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순례 도중 심한 독감으로 길에서 실신한 적도 있었지만, 이렇게 50일의 순례를 모두 큰 탈없이 마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이제 전체 100일의 순례 일정에서 절반을 마쳤을 뿐이고,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처음 순례길에 나설 때는 날씨가 추워 일정을 좀 미루자고 말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단장은 “종교인들이 내세울 게 진실성밖에 더 있냐는 생각에 계획대로 강행했다”며 “강을 따라 걷고 기도하면서 많이 성찰했다”고 말했다. 순례단은 그동안 일반인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 천막과 침낭에서 자고, 밥을 지어 차량으로 날라 먹거리를 해결해왔다.
순례단에는 개신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등 4대 종교의 성직자들과 박남준 시인 등 16명, 자원봉사자 12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2일 영산강 하구뚝으로 이동해 이틀간 쉰 뒤 5일부터 영산강과 금강, 한강을 따라 다시 서울까지 1500여리길 순례에 나선다.
부산/글·사진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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