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의 도요새와 물떼새를 조사하는 국제 모니터링 그룹을 이끄는 국내 환경단체인 새와 생명의 터 대표 나일 무어스가 필드스코프로 새들을 세고 있다.
[환경 현장] 새만금 방조제 건설 2년…철새 기착지 기능 상실
초원·사막화한 개펄 외면…서해안의 쉴 곳은 이제 금강 하구뿐
초원·사막화한 개펄 외면…서해안의 쉴 곳은 이제 금강 하구뿐
“뒷부리도요 4, 민물도요 12 , 개꿩 8….”
탐조용 망원경인 필드스코프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나일 무어스(새와 생명의 터 대표)가 외쳤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 온 교사 에밀리 스타일스는 그가 부르는 내용을 복창하며 공책에 받아 적었다.
한 무리의 도요새가 수면에 스치듯 금강 하구에서 유부도 쪽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지난 18일 새만금 도요·물떼새 모니터링에 나선 국제 조사단원 일부가 충남 서천군 장항선착장에서 새들을 세고 있었다. 도요새들은 수십~수백 마리씩 떼지어 낮은 고도로 강 중앙을 따라 서쪽으로 날아갔다.
“위험한 부두시설과 천적을 피한 저공비행입니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건 다른 데선 먹이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죠.”
나일 무어스는 이제 금강 하구는 서해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도요새들의 주요한 기착지라고 설명했다.
어선을 타고 금강하구의 무인도인 대죽도로 향했다. 만조가 가까워져 오자 도요새들은 좁아 드는 개펄을 따라 종종걸음으로 먹이잡이에 몰두했다. 도요새나 물떼새를 보려면 만조를 노려야 한다. 개펄에 넓게 퍼져 먹이를 찾던 새들이 밀물 때 좁아든 곳에 몰려들기 때문이다.
중부리도요가 특유의 높은 소리로 외지인의 침입을 알렸다. 맹금류인 새매가 출현하자 수천마리의 뒷부리도요가 날아오르며 장관을 연출했다. 마치 겨울철새인 가창오리의 군무 같다. 섬의 모래톱에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검은머리물떼새 400여 마리와 저어새 8마리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18일 서해안 도요새와 물떼새의 최대 중간 기착지로 떠오른 금강하구 대죽도 개펄에 모인 도요새, 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무리. 새만금 개펄이 사막화, 초원화되면서 생태적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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