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취수원인 팔당호 호숫가에 ‘관리사’ 명목으로 짓고 있는 원목 주택.
농약·비료 등 상수원 직행…‘부영양화’ 4급수 전락
환경부는 ‘보호 습지’ 지자체는 ‘농지허가’ 엇박자
환경부는 ‘보호 습지’ 지자체는 ‘농지허가’ 엇박자
지난 7일 수도권 취수장이 코앞인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팔당호 호숫가. 원목 주택과 정원을 만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곳은 상수원 보호구역이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주민들도 가옥 증·개축이 쉽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넓은 농지에는 배나무·소나무 묘목 등이 심겨 있었고, 그 옆엔 관리사와 창고 등이 들어서고 있었다. 그늘시렁(파골라)과 그네도 눈에 띄었다.
이곳 주인 이아무개씨는 “3년 전 땅을 사 농사를 지어오다 지난해 12월 과수원 관리용 건축허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의 주민등록지는 서울 강남이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농사 편의를 위해 66㎡ 이내의 관리사를 지을 수 있다”며 “법적으론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호수가 한눈에 펼쳐지는 이곳에 들어서는 관리사의 겉모양은 농사용이라기보다는 별장에 가까웠다. 특히 과수원에 치는 농약과 유기질 비료는 비가 오면 상수원으로 직행하게 된다.
바로 옆 능내리 산 72-6에도 터를 닦아 붉은 흙이 드러나 있었다. ‘남양주시가 농경지 보호용 돌담을 쌓기 위해 토지 형질변경을 허가했다’는 팻말 옆에는 폐농가가 땅에 거의 묻힌 채 버려져 있었다. “곧 별장이 들어설 것”이라고 동행한 안명균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말했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넣고도 2300만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인 팔당호의 수질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팔당댐 앞의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은 지난 10년 새 1.5㎎/ℓ에서 1.2㎎/ℓ으로 1급수를 유지하며 개선됐지만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총인(물속에 포함된 인의 총량)은 같은 기간 0.045㎎/ℓ의 3급수에서 4급수인 0.051㎎/ℓ로 나빠졌다. 전문가들은 농경지, 도로 등 비점오염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 크다고 지적한다.
남한강이 경안천과 만나는 경기 광주시 남종면 귀여리에는 수십동의 비닐하우스가 호숫가에 거대한 단지를 이루고 있다. 밭에는 유기질 비료포대가 여기저기 쌓여 있다. 비료 성분인 질소와 인은 호수로 흘러가면 부영양화를 일으킨다. 안 처장은 “한쪽에선 예산을 들여 인공습지를 조성하고 다른 한쪽에선 습지를 농지로 빌려주는 엇박자가 부처 사이에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감사원 평가연구원은 지난해 “환경부가 2006년 물이용 부담금으로 수변구역 토지를 매입한 것보다 두 배나 넓은 면적의 하천 터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점용허가를 내줬다”며 수질에 큰 영향을 주는 하천변 농경지 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남양주시가 점용허가를 내준 면적은 148만㎡로, 매입한 면적의 6배가 넘는다. 이원식 한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은 “무허가 경작 등 하천 점용 실태를 조사해 내년 말까지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팔당호/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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