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참갯지렁이(사진)
바닷물·민물 섞여 특이한 현상
다양한 생물 살도록 관리해야
다양한 생물 살도록 관리해야
화진포, 경포호 등 동해안 석호에서 해양동물이 해마다 폭발적으로 번식했다 사멸하는 특이한 현상이 벌어지는 사실이 환경부가 지난 한햇동안 수행한 석호 정밀생태조사에서 밝혀졌다. 강원도 양양군에 있는 매호의 얕은 곳과 호숫가 펄은 실참갯지렁이(사진)가 점령하고 있다. 김일회 강릉대 교수(해양생물학)는 지난해 12월 이 저서생물을 펄 ㎡당 평균 3787마리 확인했다. 많은 곳에선 1㎡에 6천 마리가 넘는 실참갯지렁이가 살고 있었다. 이 작은 호수에 약 1억8천만마리가 사는 셈이다. 강원도 고성군 송지호 바닥에서는 기수역에 사는 조개인 재첩이 ㎡당 1344개체 발견됐고, 소형 고둥인 기수깨고둥붙이는 ㎡당 1950개체, 좀기수우렁이는 1천개체가 발견됐다. 고성군 화진포호에서도 쇄방사늑조개와 흙빛자패 등 조개가 ㎡당 320개체와 20개체 관찰됐으며, 곤쟁이류인 부새우가 지난해 5월 고성군 광포호와 영랑호에서 크게 번식해 호수를 물들였다. 이처럼 특정 저서성 해양동물이 번창하는 데는 석호의 독특한 생태계가 크게 작용했다. 석호는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얕은 호수여서 염도와 온도 변화가 커 살 수 있는 동물종이 제한돼 있다. 또 석호 바닥엔 영양염류가 다량 쌓여 있다. 천적이나 경쟁자가 없는 상태에서 영양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때를 만난 종은 폭발적으로 증식한다. 여기엔 세균, 섬모충, 윤충류, 부새우, 갯지렁이, 조개류 등이 포함된다. 문제는 수온이 오르고 급증한 생물들이 산소를 고갈시키는 여름이면 호수 저층부가 무산소층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저서동물이 사라지면서 죽음의 호수로 바뀐 석호는, 풍랑 등과 함께 외해에서 해양동물의 유생이 실려오면 다시 생명을 되찾는다. 김 교수는 “이처럼 극단적으로 불안정하고 변화가 심한 생태계는 우리나라 다른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며 “특정 생물의 대번식과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천적 구실을 하는 다양한 동물이 살도록 생태계를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원주지방환경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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