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신안군 압해면 가룡리 개펄.
[환경현장] 261만㎡ 매립 조선단지 건설 논란
“신안군 개펄의 0.68%뿐”-“한 곳 개발되면 봇물”
“신안군 개펄의 0.68%뿐”-“한 곳 개발되면 봇물”
지난 26일 전남 신안군 압해면 가룡리 개펄, 여성 4명이 오전내 잡은 갯지렁이를 갯고랑에서 물에 씻고 있었다.
"뻘 깊숙이 들어있어 잡는 일이 쉽지 않지만 보통 벌이가 아니다"고 목포에서 온 이옥단(62)씨가 말했다. 이곳 갯지렁이는 낚시 미끼용으로 ㎏당 4만5천원가량에 팔려 어민들은 하루 10만원쯤 수입을 올린다.
해조류인 감태가 깔려 푸른 초원 모습인 개펄 위에는 짱뚱어가 뛰어다니고 수많은 농게와 칠게가 먹이를 먹느라 바빴다. 개펄의 육지쪽에는 담수가 흘러드는 모래질 개펄에서나 볼 수 있는 염생식물인 갯잔디가 펼쳐져 있어, 훼손되지 않은 개펄의 모습을 보여줬다.
‘바다의 벼농사’로 한해 38억원 수입
전국에서 가장 넓은 개펄을 보유한 전남 신안군이 개펄 일부를 매립해 대규모 조선단지인 '신안조선타운' 건설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신안군은 2조3천억원의 민자를 유치해 압해도 북서쪽 가룡리 일대에 915만㎡(280만평)의 조선단지, 남동쪽 신장리 일대에 608만㎡(180만평)의 배후단지를 2011년까지 조성할 계획이다.(지도)
이를 위해 개펄 136만여㎡(약 41만평)을 포함한 공유수면 261만㎡(약 80만평)를 매립하기로 하고, 정부에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 변경을 요청해 두고 있다.
매립될 개펄은 지난해 당시 해양수산부의 조사결과 갯지렁이, 조개 등 저서생물이 ㎡당 1240개체 무게로는 211g이 살고 있었다. 이는 개펄의 생태를 평가하는 5등급 가운데 최고 등급 기준인 ㎡당 1천개체, 200g을 웃도는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2000년 전남 서부해안 개펄조사에서 보존상태 등을 고려할 때 "압해도 지역은 습지보호지역 지정 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실제로 해양수산부는 이곳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려 했으나 어민들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1982년 영산강 하구둑 공사가 시작되기 전만 해도 압해도 어민들의 주 수입원은 김양식이었다. 그러나 김 양식이 어려워지자 일본에 수출하는 갯지렁이가 효자로 떠올랐다. 갯지렁이를 잡아 땅도 사고 자식들 유학도 보냈다. 요즘 어민들을 먹여살리는 것은 낙지이다. 무안과 신안의 뻘에서 잡힌 다리가 가늘고 긴 '세발낙지'는 전국에서 유명하다. 낮에는 낙지구멍을 삽으로 파 잡고, 밤에는 물이 든 개펄에 배를 띄우고 칠게를 미끼로 단 주낙으로 낙지를 잡는다. 세발낙지는 한 접(20마리)에 4만5천~5만5천원을 받는다. 어민들은 낙지로 벼농사 못지않은 수입을 올린다고 입을 모은다. 압해도를 포함한 무안만 7개 어촌계의 낙지 생산액은 2006년 약 38억원에 이른 것으로 국립수산과학원은 집계했다.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 앞두고 국제 망신 살 수도 매립예정지역 주민들은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가룡리 주민 김용재(60)씨는 "농산물과 과수가 풍부하고 바다에선 도미, 농어, 실뱀장어 등 안 나오는 것이 없는 고향에서 어디로 가란 말이냐"며 개펄을 매립하지 않는 소규모 개발을 원한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목포와 압해도를 잇는 연륙교인 압해대교가 준공된데 이어 조선단지 건설은 압해도에 개발열풍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전국 개펄의 15%인 378㎢의 개펄을 보유한 이 지역의 연안습지는 어떻게 될까. 유영업 목포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일단 한 곳이라도 개발이 되면 섬 전체로 개발의 봇물이 터질 것"이라며 "과잉투자 논란이 있는 등 미래가 불투명한 조선업보다 천혜의 자연을 살리는 친환경개발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국 재정자립도 최하위이자 삶의 질이 최하위권 자치단체인 신안군의 처지도 딱하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이번에 매립할 개펄은 신안군 개펄의 0.68%에 지나지 않는다"며 "조선단지로 인구와 소득을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어 압해도의 나머지 자연을 꼭 지키겠다"고 말했다.
신안군은 막무가내로 바다를 매립해 조선단지를 건설하려는 경남 등 남해안 지자체와는, 적어도 진정성 면에서 달라 보였다.
실제로 신안군의회는 지난 20일 압해도 개펄을 포함한 신안군 일대 개펄과 섬들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 이를 관리하기 위한 조례를 의결했다. 전남도는 오는 9월까지 유네스코 본부에 '다도해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을 공식 신청할 예정이다.
문제는 신안군이 많고 많은 개펄 가운데 가장 육지와 가까와 오염될 가능성이 큰 곳 일부만 개발한다고 해도, 그 면적이 만만치 않고 게다가 전국적으로 따지면 가치가 매우 높다는데 있다.
정부는 오는 8일 중앙연안관리심의회를 열어 압해도 조선단지 등 26건의 공유수면 매립계획을 허가할지 결정한다.
이 회의는 개펄의 보존과 개발 기능을 모두 갖고 있는 국토해양부의 무게 추가 어느쪽으로 기우는지 보여줄 것이다.
만일 대규모 개펄의 매립쪽으로 결론이 난다면, 우리 정부는 오는 10월 경남 창원에서 개최되는 람사르협약 제 10차 당사국총회에서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습지보전을 위한 국제협약인이 협약 결의문 7-21-15는 충분한 환경영향을 평가하지 않는 섣부른 개펄의 변형을 금지하고 있다. 조선단지를 위한 매립계획이 서 있는 경남 사천 광포만, 경남 하동 갈사만, 전남 신안군 압해도, 전남 고흥 등의 사업은 이 결의사항을 위반할 여지가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모처럼 큰 국제행사를 유치해 놓고 망신당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신안/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해양수산부는 2000년 전남 서부해안 개펄조사에서 보존상태 등을 고려할 때 "압해도 지역은 습지보호지역 지정 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실제로 해양수산부는 이곳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려 했으나 어민들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1982년 영산강 하구둑 공사가 시작되기 전만 해도 압해도 어민들의 주 수입원은 김양식이었다. 그러나 김 양식이 어려워지자 일본에 수출하는 갯지렁이가 효자로 떠올랐다. 갯지렁이를 잡아 땅도 사고 자식들 유학도 보냈다. 요즘 어민들을 먹여살리는 것은 낙지이다. 무안과 신안의 뻘에서 잡힌 다리가 가늘고 긴 '세발낙지'는 전국에서 유명하다. 낮에는 낙지구멍을 삽으로 파 잡고, 밤에는 물이 든 개펄에 배를 띄우고 칠게를 미끼로 단 주낙으로 낙지를 잡는다. 세발낙지는 한 접(20마리)에 4만5천~5만5천원을 받는다. 어민들은 낙지로 벼농사 못지않은 수입을 올린다고 입을 모은다. 압해도를 포함한 무안만 7개 어촌계의 낙지 생산액은 2006년 약 38억원에 이른 것으로 국립수산과학원은 집계했다.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 앞두고 국제 망신 살 수도 매립예정지역 주민들은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가룡리 주민 김용재(60)씨는 "농산물과 과수가 풍부하고 바다에선 도미, 농어, 실뱀장어 등 안 나오는 것이 없는 고향에서 어디로 가란 말이냐"며 개펄을 매립하지 않는 소규모 개발을 원한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목포와 압해도를 잇는 연륙교인 압해대교가 준공된데 이어 조선단지 건설은 압해도에 개발열풍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전국 개펄의 15%인 378㎢의 개펄을 보유한 이 지역의 연안습지는 어떻게 될까. 유영업 목포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일단 한 곳이라도 개발이 되면 섬 전체로 개발의 봇물이 터질 것"이라며 "과잉투자 논란이 있는 등 미래가 불투명한 조선업보다 천혜의 자연을 살리는 친환경개발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국 재정자립도 최하위이자 삶의 질이 최하위권 자치단체인 신안군의 처지도 딱하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이번에 매립할 개펄은 신안군 개펄의 0.68%에 지나지 않는다"며 "조선단지로 인구와 소득을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어 압해도의 나머지 자연을 꼭 지키겠다"고 말했다.
갯고랑에서 잡은 갯지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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