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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멸종위기 2급 독미나리 최대 자생지 발견

등록 2008-07-24 15:01수정 2008-07-24 22:27

지난 18일 한국자생식물원과 원주지방환경청 관계자와 찾은 국내 최대의 독미나리 자생지인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현천리의 산업단지 조성 예정지의 모습. 농민을 이주시킨 지 10여년만에 자연습지로 복원됐다.
지난 18일 한국자생식물원과 원주지방환경청 관계자와 찾은 국내 최대의 독미나리 자생지인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현천리의 산업단지 조성 예정지의 모습. 농민을 이주시킨 지 10여년만에 자연습지로 복원됐다.
[환경현장]
횡성 현천 산업단지 들어설 채비, 훼손 우려
골풀과 방울고랭이, 물꼬챙이가 빽빽이 돋아 있는 곳에 한 걸음을 내딛자 물이 발목까지 차올랐다. 자연습지 경관이 펼쳐져 있는 이 지역은 10여년 전까지만 논과 밭이었다. 농민이 떠나자 자연은 재빨리 농경지 이전의 습지로 돌아가고 있었다. 껑충한 키에 작은 꽃들이 모인 흰 우산 모양의 꽃다발을 여러 개 매단 식물이 줄지어 서 있었다. 멸종위기종 2급인 독미나리다. 소담스런 모습이어서 맹독성 식물이란 느낌은 들지 않았다.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현천리에서 독미나리의 국내 최대 자생지가 발견됐다. 그러나 이곳은 산업단지가 들어설 예정지이기도 하다. 횡성군은 이 곳을 개발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길 원한다.

지난 18일 한국자생식물원과 원주지방환경청 관계자와 찾은 새 독미나리 자생지는 전형적인 자연습지의 모습이었지만 논두렁이었을 둔덕과 수초인 가래가 가득 떠 있는 둠벙이 묵논임을 보여줬다.

김영철 한국자생식물원 희귀멸종위기식물연구실장은 “이곳은 독미나리가 살 수 있는 남쪽 한계지이자 이제까지 발견된 어떤 자생지보다 자연성이 높고 개체수도 많아 보전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식물원 조사단이 잰 습지바닥 온도는 20도로 기온보다 8도가 낮았다. 여름에도 이렇게 낮은 지온을 유지할 수 있는 곳은 남한에서 드물다. 독미나리가 희귀한 이유이기도 하다.

강원도개발공사는 횡성군·강원도와 함께 현천리 일대 85만여㎡에 615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산업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의약품·식품·전자부품 제조업체를 유치해 선진국 수준의 기업특화 산업단지를 만드는 것은 재정자립도 17%인 횡성군수의 중요한 공약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전환경성 검토 과정에서 독미나리의 대규모 자생지가 발견되자 원주지방환경청은 지난해 12월 보완을 요청해 현재 정밀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횡성군은 독미나리가 많이 분포하는 산단 예정지의 북쪽 끝 습지 15만㎡를 애초에 산단 예정지에서 제외시키는 한편 산단 지역 내 자생지는 자연형 하천을 조성해 최대한 원형을 보전하고 나머지는 이식한다는 방침이다.


횡성 독미나리 자생지 건너편의 배수로에도 독미나리가 자생하고 있다.
횡성 독미나리 자생지 건너편의 배수로에도 독미나리가 자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확인한 바로는 예정지 안 저지대 거의 대부분에서 수천 개체의 독미나리가 분포하고 있어, 산단이 들어서면 자생지 훼손은 불가피해 보였다. 김 실장은 “독미나리의 번식과 이식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종 자체의 분포실태 등에 관한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훼손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부가 산업단지 조성을 촉진하기 위한 특례법까지 만드는 판이어서 과연 새로운 독미나리 자생지가 보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차항리에서도 지난해 독미나리 자생지가 발견됐다. 농촌진흥청 축산기술연구소 한우시험장의 방목지인 이곳에서 이날 500여 개체의 독미나리가 예전 물길을 따라 약 6천㎡ 면적에 띠 모양으로 분포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 자생지는 도로건설로 물길을 돌리는 바람에 육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습지식물인 독미나리에는 치명적이다. 그러나 웃자란 곰취가 여기저기 널려 있는 데서 보듯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고, 기온이 28도인데도 지온은 18.8도에 그치는 등 독미나리가 살아갈 여건은 나쁘지 않았다.

최재윤 원주지방환경청 자연환경과장은 “한우시험장과 협의해 독미나리 분포지가 습지로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까지 국내 유일의 독미나리 자생지이던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의 분포지는 자연적인 물 공급이 끊기는 등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

토지소유주 오용해(43)씨가 선뜻 자기 땅을 보호지역으로 내놓으면서 이곳을 지날 예정이던 지방도가 독미나리 분포지를 우회하게 됐지만, 포장도로가 물길을 끊어 건너편 산에서 호스로 물을 끌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온이 오르고, 또 가정오수가 그대로 흘러들어 고마리 등 다른 물풀이 무성해지면서 독미나리의 생육을 억누르고 있다.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의 독미나리 분포지는 자연적인 물 공급이 끊기는 등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의 독미나리 분포지는 자연적인 물 공급이 끊기는 등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

오씨는 “율곡이 대관령에서 가져온 독미나리를 이 마을에 옮겨 심고 허기를 달랠 때 주로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말했다. 대기리의 독미나리가 자생지로서의 보전가치보다는 주민과 당국의 협력모델로서 더 가치있어 보이는 대목이다.

횡성·평창·강릉/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소크라테스 독배’ 원료설…잘 먹으면 약, 잘못 먹으면 독

▷독미나리란 어떤 식물?

독미나리
독미나리
산형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강원도 대관령 이북과 중국·시베리아·일본·유럽·북미 등에 분포한다. 우리나라가 분포의 남한계지에 해당하고 희귀해,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한 보호종이다.

습지의 물가에서 주로 분포하며 키가 1m까지 자란다. 6~8월에 흰 꽃을 피운다.

독미나리에는 키큐톡신이란 독성물질이 들어있는데, 사람이 먹으면 한 시간 안에 구토, 복통 등을 일으키며 경련과 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뿌리 부분에 독성이 심해 한 입만 먹어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그리스에서 독미나리를 독배 원료로 써 소크라테스를 처형할 때 이것이 쓰였다는 주장이 있으나, 북부 유럽이 자생지인 이 식물을 지중해 지역에서 썼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독성이 약한 어린 잎을 먹거나 약용으로 쓰기도 한다.

독미나리는 보통 미나리에 비해 잎자루에서 갈라진 가지가 더 많고 이파리의 톱니가 더 깊이 패여 있으며, 키가 큰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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