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 산사태 2년간 200곳 ‘장병 위협’

전술도로 주변의 산사태로 흉물스런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강원도 화천군 백암산의 모습. 녹색연합 제공

2년간 95㏊ 붕괴…장병안전 ‘위협’
군 작전도로 ‘땜질 보수’ 재앙 키워

민통선 이북의 중·동부 산악지역에 지난 2년 동안 모두 200곳 이상의 산사태가 발생해 장병의 안전을 위협하고 생태계 파괴를 일으키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녹색연합은 29일 2006년 6월부터 벌여온 민통선 일대의 산사태 실태 조사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산사태가 주로 발생한 곳은 경기도 파주, 연천, 양평, 가평과 강원도 인제,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 등 중·동부 최전방 민통선 지역으로, 주로 군 작전도로 주변 200여곳에서 95㏊에 이르는 면적의 산사태가 발생했다고 이 단체는 밝혔다.

백두대간과 비무장지대가 교차하는 핵심 생태지역인 인제군 고성재 주변에는 길이 300m, 폭 10~20m의 산사태가 10여곳에서 발생했고, 천연기념물보호구역인 향로봉 정상부에도 동쪽 사면에 10여곳의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다. 고성군 건봉산과 양구군 백석산에도 능선 전술도로를 중심으로 각각 10여곳과 50여곳에서 산사태가 일어났다. 건봉산~고진동 계곡에는 산사태로 유출된 토사가 깊은 계곡에까지 흘러내려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다.

녹색연합은 잦은 산사태가 군 장병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보급 두절 등 생활상의 불편을 끼칠 뿐더러 반달가슴곰, 삵, 담비, 수달 등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핵심 생태계도 훼손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통선 이북의 전술도로뿐 아니라 군 주둔지 주변에서도 산사태 위험이 나타나고 있으며, 참여정부 시절 대대적인 시설 개선을 한 신형 막사도 예외가 아니라고 이 단체는 밝혔다.

이 지역에서 산사태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은 이 일대 군 작전도로가 주로 1960~1970년대에 건설돼 배수처리 공법 등 산사태 예방대책이 소홀했던 데다 최근 기상이변과 함께 집중호우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으로 녹색연합은 분석했다. 이처럼 문제가 심각한데도 민통선 내부는 재해대책 차원의 조사와 복구가 이뤄지지 않는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고, 일선 지휘관들도 막대한 예산이 드는 근본대책보다는 땜질처방에 급급한 형편이라고 이 단체는 지적했다.

서재철 녹색연합 녹색사회국장은 “지난 24일 양구군 군부대에서 장병 2명이 산사태에 매몰돼 숨진 것과 같은 사고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며 “재해위험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와 군 전술도로를 임도로 지정해 관리하는 등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