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균(52·사진)
해군기지 반대투쟁 강동균씨 “400년 강정마을 후손에 물려줘야”
“자연생태마을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우리 주민들의 꿈입니다.”
그의 눈은 충혈되었고,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온몸은 새까맣게 탔다. 해군기지 반대투쟁의 전면에 나선 지 15개월째다. 농사일은 아예 부인에게 맡겼다.
지난 22일부터 시작된 강정생명평화축제의 마지막 날인 24일 오후 서귀포시 강정의례회관에서 만난 강동균(52·사진) 강정마을회장의 말 속에는 ‘군사기지를 막아내 생명평화의 마을로 만들어낼 것’이라는 결의가 담겨 있었다.
“지난해 11월 생명평화축제를 연 데 이어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강정마을은 2006년 5월 환경부로부터 자연생태 우수마을로 지정받았고, 강정 앞바다부터 서귀포시 지귀도에 이르는 연안은 문화재청 등 5대 기관으로부터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뛰어난 자연생태를 갖춘 곳입니다.”
“이렇게 뛰어난 자연생태마을로 인정하면서도 군사기지를 건설하겠다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이 어디 있느냐”는 그는 지난해 5월 마을회장을 맡아 해군기지 반대투쟁의 전면에 나서면서 ‘투사’로 변신했다.
하지만 비폭력 투쟁이 그의 신념이다. 그는 “평화의 구호 아래 비폭력 시위를 벌이자는 것이 우리의 방침”이라며 “15개월째 줄기차게 해군기지 반대 투쟁이 지속된 것도 평화적인 방법으로 시위가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에는 5박6일 동안 마을 주민들이 제주도를 일주하는 도보순례를 했고, 2개월째 도청 앞에서 1인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으나, 행정기관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지난 21일 오전에는 처음으로 주민들이 김태환 제주도지사와 공식적인 면담을 했으나 서울에서 열리는 을지연습 회의 참석을 이유로 서면으로 답변하겠다는 말만 듣고 빈손으로 헤어졌다. 그러나 김 지사는 이날 오후 도청 기자실에서 엘엔지(LNG) 기지 건설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했다.
“처음으로 이뤄진 지사와의 공식적인 면담이 서울 간다는 핑계로 소득 없이 끝났는데, 오후에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보고 주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많은 주민들이 분노해 그날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가 군사기지를 반대하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우리 마을은 400년 된 마을입니다. 조상들이 이처럼 아름다운 마을을 우리들에게 잠시 맡겼다가 후손들에게 물려주도록 한 것이지요. 따라서 우리는 마을을 소중히 간직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처음으로 이뤄진 지사와의 공식적인 면담이 서울 간다는 핑계로 소득 없이 끝났는데, 오후에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보고 주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많은 주민들이 분노해 그날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가 군사기지를 반대하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우리 마을은 400년 된 마을입니다. 조상들이 이처럼 아름다운 마을을 우리들에게 잠시 맡겼다가 후손들에게 물려주도록 한 것이지요. 따라서 우리는 마을을 소중히 간직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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