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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기고] ‘인간의 도토리 약탈’ 동물의 농가 약탈로 / 박찬열

등록 2008-09-30 19:32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박사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박사
기고
“봄철에 비가 많이 오면 나락 농사가 잘 되고, 바람이 많이 불면 도토리 농사가 잘 된다”라는 말이 있다. 도토리나무는 대부분 바람에 의해 꽃가루받이가 된다. 봄철에 비가 많이 오면 꽃가루받이가 잘 되지 않지만, 바람이 불고 건조하면 생산량이 높을 수 있다. 조상들이 쌀농사와 도토리 채취를 병행한 것은 변화하는 기후 조건에서 상보적으로 먹을거리를 확보하려는 지혜가 배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광릉숲에서 측정한 도토리 생산량은 대개 4~5년 정도의 해거리를 나타낸다. 산림청이 집계한 전국의 도토리 생산량은 2002년 166만㎏으로 최대 생산량을 보였다가 지난해 70만㎏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농민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올해 생산량은 증가 추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국유림에서는 허가 없이 도토리뿐 아니라 다른 임산물의 채취도 법으로 금지돼 있다. 그렇지만 최근 도토리묵을 선호하는 인구는 느는 반면 불법채취의 현장단속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값싼 중국산 도토리 가루가 들어오면서 국산 도토리를 선호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도토리 채취는 들짐승에게 영향을 끼친다. 도토리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소형포유류의 밀도는 증가한다. 멧돼지는 땅을 훑어가면서 이용할 정도로 도토리를 좋아하며, 소형포유류 중 등줄쥐와 흰넓적다리붉은쥐, 다람쥐, 청설모 등은 도토리를 가을철에 먹이로 이용하고 동고비, 곤줄박이, 어치, 원앙 등 새들에게도 도토리는 소중한 먹이이다.

무엇보다 도토리는 겨울철 혹독한 시기를 넘길 저장식량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따라서 도토리 채취는 들짐승의 겨울나기를 힘들게 하며, 다음해 번식을 어렵게 할 수 있다. 도토리를 맺는 참나무류는 자연 상태에서 싹이 나서 어린나무, 큰 나무로 되어 숲을 이루지만, 인간이 도토리를 이용함에 따라 어린나무로 자랄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

야생동물이 먹어야 할 천연먹이를 가져온 뒤 겨울철에 인공먹이를 공급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있을까? 도토리 채취로 산에 먹을 것이 부족해지면 야생동물은 농가 근처로 내려와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도토리 채취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고, 먹기 힘든 도토리를 먹을 수 있게 조상들이 지혜를 모아 어려운 시기를 이겨냈던 것을 잊지 말자. 이제는 그 조상들의 지혜를 가슴에 안고 야생동물에게 자연 그대로의 먹이인 도토리를 마음껏 가지도록 배려해주자.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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