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년 동안 천적이 거의 없이 대양을 유유히 헤엄치던 고래가 불과 300여년 만에 멸종위기에 몰린 과정은 인간이 환경을 대하는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역사학자 맥닐은 <20세기 환경의 역사>(에코리브르/홍욱희 옮김/3만8천원)에서 경제논리가 어떻게 고래의 몰락을 불렀는지 개괄했다.
그는 원시시대부터 19세기 말까지의 포경이 “보트를 타고 쫓아가서 작살을 던지는” 방식이란 점에서 동일했다고 봤다. 참고래는 맞춤한 사냥감이었다. 거구이지만 유순한데다 느려 노를 저어 추적하기 쉬웠다. 게다가 죽으면 물에 떠올라 사냥감을 잃을 우려도 적었다. 그래서 사냥꾼들은 잡기 좋은 이 고래에 ‘바른’(right) 고래란 이름을 붙였다.
애초 인간을 천적으로 여기지 않던 고래에게 이런 포경도 치명적이었다. 네덜란드와 영국의 포경선단은 1610~1840년 북극해 일대의 고래 무리를 거의 멸종 단계로 몰아넣었다. 미국의 포경선단도 1820~1860년 태평양 곳곳을 누비며 향유고래, 참고래 등의 씨를 말렸다. 20세기 초에 포경업은 사양산업이 돼 버린다.
포경업계는 이 난국을 기술 개발로 돌파했다. 노르웨이는 작살포를 개발해 빠르게 헤엄치고 죽으면 가라앉는 대왕고래, 긴수염고래 등 대형 수염고래를 새로운 사냥감에 올려놓았다.
노르웨이는 또 잡은 고래를 포경선 뒤에 설치한 경사로를 통해 끌어올려 빠른 시간 안에 해체하는 공장식 포경을 선보이기도 했다. 포경산업은 다시 융성했고 1940년대까지 독일, 일본, 소련 등이 고래잡이에 뛰어들었다.
19세기 동안 가로등 기름을 제공해 런던, 파리 등 세계적 대도시의 밤을 밝히던 고래는 이제 마가린, 비누, 화약 등의 원료로 널리 쓰였다.
고래가 드물어지자 사냥터를 남극해로 넓혔고, 잠수함을 추적하던 음향탐지기와 항공기가 고래 추적에 동원됐다. 한때 남극해에만 25만 마리가 살던 지구 최대의 동물 대왕고래는 500마리로 급감했다.
맥닐은 이 책에서 고래를 멸종으로 몰아넣은 것은 바로 경제논리라고 밝혔다. 번식 속도가 느린 고래를 보호하는 것보다는 되도록 빨리 잡아서 얻은 수익을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쪽이 훨씬 ‘합리적’이란 것이다. 삐걱거리는 세계경제가 얻어야 할 교훈의 하나도 자연을 대하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합리성’을 극복하는 것이다.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맥닐은 이 책에서 고래를 멸종으로 몰아넣은 것은 바로 경제논리라고 밝혔다. 번식 속도가 느린 고래를 보호하는 것보다는 되도록 빨리 잡아서 얻은 수익을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쪽이 훨씬 ‘합리적’이란 것이다. 삐걱거리는 세계경제가 얻어야 할 교훈의 하나도 자연을 대하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합리성’을 극복하는 것이다.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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