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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재첩 강’ 죽이는 섬진강 막개발…“이게 바다지 강이여”

등록 2009-04-08 08:49수정 2009-04-09 10:20

지난 3일 전남 광양시 다압면 섬진대교 부근에서 한 어민이 보트를 타고 가고 있다.
지난 3일 전남 광양시 다압면 섬진대교 부근에서 한 어민이 보트를 타고 가고 있다.
주암댐 등 건설 뒤 중상류도 3급수…적조까지 심각
정부 실태조사 외면…지자체들 예산따기 경쟁만
“이게 바다지 강이예요? 물이 짜니까 재첩이 다 죽어버려요.”

지난 3일 전남 광양시 다압면 신원리 섬진강변에서 주민 4~5명과 어구를 손질하던 양형호(64)씨는 한숨을 쉬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재첩이 죽는 등 짠물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해 피해 규모가 커지는데도 정부 차원의 실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곧 재첩잡이를 시작해야 하는데 적조까지 왔으니 종패마저 다 죽어버릴 판”이라고 말했다.

섬진강 하류의 바다화는 유량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섬진강 수계권에 있는 섬진강발전소(전북 임실군 옥정호)와 주암댐(순천시 주암면), 수어댐(광양시 다압면)이 건설되면서 강물이 식수와 농업·공업용수, 발전용수로 빠져나가 강물이 부족한 실정이다. 건교부의 섬진강 수계 하천정비 기본계획(2003년)을 보면, 보성강과 섬진강의 합류 지점인 구례군 송정의 평균 유량은 주암댐 건설 전(1967~1991년)에는 초당 98.09㎥이었으나, 주암댐 건설 이후(1991~2000년)엔 초당 49.33㎥로 2분의 1가량으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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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현(41) 광양만권 어업피해 대책위원장은 “강에 물이 흐르지 않고 광양만권 매립으로 바닷물이 역류하면서 하류의 짠물 피해가 심각하다”며 “한국수자원공사가 2007년 4월 광양만권 어업 피해영향 조사에 합의하고도 아직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섬진강 중·상류도 유량 부족으로 일부 지점에선 갈수기 수질이 3급수까지 떨어졌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이 20004~2008년 조사한 섬진강 수질 조사 결과를 보면, 10개 조사지점의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 평균치는 0.5~2ppm으로 1급수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하지만 지난 1, 2월 섬진강의 곡성 고달 지점에서는 BOD 평균치가 각각 3.7ppm과 3ppm을 기록하는 등 갈수기 수질 악화가 또렷하다. 수질 악화 방지와 관련해 초당대 조기안 교수는 “주암댐에서 수력발전을 위해 터널을 통해 순천 상사댐으로 보내는 하루 35만t의 물을 주암댐을 통해 섬진강으로 흘려 보내는 등 강에 더 많은 물이 흐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섬진강권 지방정부들은 이런 강 생태계 변화에 대한 대책보다는 개발 위주의 각종 사업 계획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전북 임실·진안·장수·순창·남원, 전남 광양·순천·구례·곡성, 경남 하동·남해 등 섬진강권 11개 자치단체들은 지난 1월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간담회’에서 “섬진강을 포함해 4대강 정비 사업을 5대강 정비 사업으로 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북, 전남, 경남 등 3개도가 세운 섬진강 개발계획 예상 사업비는 무려 7조4640억원에 이른다.(표 참조) 이 가운데에 특히 전남도의 광양 망덕지구 해양복합 테마랜드(5360억원)와 수상호텔 조성(1500억원) 계획, 전북도의 섬진강 물을 전주로 끌어가기 위해 터널을 설치한다는 계획(600억원) 등은 강물이 부족한 현실조차 고려하지 않고 있는 ‘무조건적 개발 계획’이란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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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자치단체들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섬진강을 내세워 예산 따내기 경쟁을 하는 상황”이라며 “강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개발은 결국 섬진강을 죽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광양/글·사진 정대하 기자, 박임근 최상원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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