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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운하 사전환경성 검토보고서 보니
염분 유입 등 환경훼손 ‘재검토 지적’ 수두룩
염분 유입 등 환경훼손 ‘재검토 지적’ 수두룩
환경부의 경인운하사업(김포·인천터미널 및 항만시설) 사전환경성 검토보고서는 인천터미널에 들어설 예정인 항만 규모(12개 선석)의 적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경인운하의 물동량, 인천항 분담량 등을 고려할때 항만 규모의 적정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이곳의 컨테이너 부두를 송도의 인천신항에 설치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인운하의 예상 물동량에 비해 항만 규모가 크고 컨터이너 항만 위치도 적절하지 않다는 뜻이다.
인천터미널은 서해와 맞닿은 인천시 서구 경서동 일대 284만㎥에 조성된다. 이곳에는 자동차·일반부두, 해사부두, 컨테이너 부두 등이 들어선다. 인천터미널의 항만 규모를 줄이거나 컨터이너 부두를 이곳에 설치하지 않으면 경인운하의 경제성은 크게 떨어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인운하 건설로 발생하는 전체 편익 가운데 약 4분의 1인 4869억원이 인천항 대체 효과에서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인천항 재항 비용(항구에 정박하는 비용 2258억원)과 하역 비용(2611억원)이 절감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천항만공사는 2020년까지 컨테이너 23개 선석과 일반 잡화 7개 선석 등 모두 30개 선석을 인천 송도신항에 건설할 계획이다. 이 중 컨터이너 6개 선석과 일반 잡화 3개 선석은 2013년까지 건설된다. 전문가들은 경인운하 인천터미널과 송도신항의 기능이 중복돼 경인운하의 경제성이 없다고 지적해 왔다. 송도신항 건설이 예정돼 있는 만큼 경인운하의 인천쪽 항만 기능은 필요없다는 것이다.환경정의 박용신 사무처장은 “보고서는 물동량 부분에 있어서 경인운하 보다 인천신항이 더 유리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경인운하 사업으로 인한 환경훼손 문제를 곳곳에서 지적했다. 우선 인천터미널의 공유수면(해면) 매립에 대해 갯벌보호, 해양생태계 영향 최소화 등을 위해 매립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천터미널 가운데 컨테이너 부두 등은 공유수면과 갯벌을 매립한 곳에 들어선다. 국토부는 애초에 16만8천㎥를 매립할 예정이었으나 환경부의 지적에 따라 매립 면적을 9만9800㎥로 줄이기로 했다.
보고서는 또 김포터미널의 조성으로 법적보호종인 재두루미, 큰 기러기 등의 서식환경 훼손이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해 한강 하구 생태계에 대한 영향을 줄일 수 있도록 사업 축소를 포함한 토지이용 계획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인운하를 따라 서해 바닷물이 한강으로 유입되면 행주대교 아래의 장항습지 등 한강 하류와 인근 갯펄에 서식하는 저서성 무척추 동물의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생태계 조사 실시를 요구했다. 경인운하의 염분 유입은 경인운하 주변 2천여만평의 농지에 큰 영향을 준다는 우려가 이미 여러차례 나온 바 있다.
이밖에 사전환경성 검토보고서는 경인운하 사업지 주변의 대기질 및 소음, 수질 관리, 해양 환경 보존 등의 대책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인운하는 지난 3월에 착공해 애초 계획대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이우재 운하지원팀장은 “환경부의 사전환경성 검토 협의 의견은 현재 진행중인 환경영향평가에 반영할 방침“이라며 “하지만 항만 규모의 적정성 등은 이미 검증된 만큼 터미널은 애초 계획대로 건설하겠다”고 말했다. 허종식 선임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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